북한 수확철의 농민의 불만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8-10-08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추수하고 있다.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추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유엔의 식량농업기구가 북한의 올 알곡 작황이 홍수와 가뭄 등으로 작년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근데 최근 식량 수매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 당국과 농민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수확량이 줄어서일까요?

강철환: 수확량이 5퍼센트 정도 감소할 것이란 유엔 보고서가 있긴 했지만 수확량 감소는 예년에도 있어 온 것입니다. 그런 것이 북한 당국과 농민 간의 갈등의 주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사실상 유엔제재가 장기화되면서 북한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존이 걸린 식량 가격은 폭등하지 않고 안정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말부터는 다시 식량가격이 폭등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가을걷이가 시작될 북한의 농촌에서는 당국과 군대를 상대로 한 농민들 간의 초긴장 상태가 조성되고 있다고 저희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원인이 수확량 보다는 당국의 인위적인 헐값 수매가격에 있다는 것입니다. 농민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만큼 자신들의 몫을 당국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 그렇군요. 여하튼 김정은은 집권 이후 일정한 농업개혁을 통해 농업생산을 늘이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그런 농업개혁 추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식량이 충분치 않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강. 만성적으로 북한에서 식량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식량이 늘 풍족한 한국에서는 알곡 부족으로 정부와 농부 간에 대치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쌀이 남아 돌아 정부가 그걸 처분하거나 제값을 유지 시키는 데 애를 먹는 일은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유엔제재에도 불구하고 근래 쌀값이 폭등하지 않은 이유는 그나마 농민들의 비축 식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이 식량을 비축할 수 있었던 것은 당국의 폭압적 식량 수매 강요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몫을 떼어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군량미와 공무원에 대한 식량 수매가 제대로 되지 않은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정권유지의 핵심인 군대와 공무원의 식량배급이 충분하지 않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올해 가을에는 당국이 필사적으로 농민들에게 강도적 식량 수매를 강요하면서 통제까지 시도할 예정이기 때문에 농민과 당국간의 긴장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 강도적인 식량 수매라고 언급하셨는데, 그게 어떤 내용인지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강. 현재 북한의 농촌은 과거에 비해 상당한 변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국이 식량 생산 증산을 위해 무늬만 개인농인 분조도급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집단농장 이전에 개인농 때 적용했던 3:7제를 도입해 농민들에게 새로운 이익창출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집단농장 이전 농민들은 전체 수확량의 30%를 국가에 세금으로 바치고 나머지 70%를 개인소득으로 인정받았고 그때 북한의 농촌은 가장 수확량도 높고 농민들의 삶의 질이 좋았던 때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북한당국은 형식적 농업개혁을 하면서 그 3:7제를 다시 적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7에 대한 농민의 몫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핵심 관건입니다. 집단농장 이전에 북한은 배급제가 아닌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해 먹는 체제였기 때문에 농민들의 몫은 실제적인 소득으로 인정됐습니다. 집단농장 체제로 바뀌면서 북한은 배급제로 전환됐고 인민들은 국정가격으로 정해진 헐값의 식량을 배급 받아 왔습니다 1990년대 중반 배급이 중단되면서 배급제는 와해됐고 군대와 공무원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은 배급이 아닌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하거나 직장단위에서 해결해주는 방식으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문제는 공무원과 군인들에 대한 배급이 예전대로 국정가격으로 헐값으로 제정되어 있기 때문에 농민들의 몫인 7할에 대해서 그 소득을 제대로 인정해 주려면 국가가 예전과 같은 헐값의 수매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구매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도적 개혁이 없는 상태에서 3:7로 정하고 농민 몫을 과거 식으로 계속 수탈하겠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기 때문에 농민들의 분노만 자극하고 있습니다.

전. 그러니까 농민으로서는 힘들여 식량 생산을 올려봤자 헐값에 수매를 당할 바에는 그냥 안 내놓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말이네요. 하지만 일단 식량 생산의 절대치가 늘었다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강. 북한은 3:7제의 성공을 위해 분조도급제를 강화했고 분조의 구성원을 가족단위로 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가족단위의 분조는 사실상 가족 단위의 개인농과 같은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농사가 잘되면 국가에 세금을 내고 나머지 소득분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 생산열의를 자극하게 된 것입니다. 초기 농민들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수매를 강제적으로 헐값에 하려고 하자 곳곳에서 반발이 일어났고 그 다음해부터는 농민들이 알아서 자신의 몫을 챙기는 분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군량미를 확보하려면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도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데 농민들이 먼저 챙기기 전에 토지별로 군대가 먼저 지킨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저희 소식통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 북한 농촌에서는 벌써 농민들이 자신들의 몫을 다양한 방식으로 숨기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미 수년간 지속된 노하우들이 총동원돼 각자 알아서 숨길 수 있을 방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맞춰 북한당국은 숨겨놓은 수확물을 찾아내는 데 다양한 수단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농사가 잘됐을 때에는 당국에 일정한 정도를 빼앗겨도 손해나지는 않겠지만 농사가 잘 안된 상태에서 국가 세금을 내고, 국정가격으로 수매가격에 또 빼앗기면 일년 농사짓고 빚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당국은 경제난 때문에 농민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일단 강제적으로 빼앗아가려는 상황이어서 농민들 역시 이판사판 자신의 몫을 지키려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전. 중국의 경우, 집단농장에서 개인농으로 전환하는 초기에 농민들의 몫을 확실히 보장해주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강. 그렇습니다. 중국은 개인농으로 전환할 때 식량 배급제를 시장화 시키면서 개인농의 자율성을 인정해 주고 개인농의 몫을 보장해주었는데 북한은 생산 수단적인 측면에서만 개인농을 활용하려고 하고 실제적인 소득에서는 집단농장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하다 보니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가 더 큰 문제입니다. 지금 북한은 밑바닥에서부터 지속적인 시장화가 진행 중이라서 당국이 어쩔 수없이 단계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신뢰를 가지고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농민들의 저항은 더 거세질 수밖에 없고 국가 수매는 줄어들어 배급제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북한이 인민들의 근본적인 생활 수준을 높이고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배급제를 완전하게 폐지하고 공무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월급을 현실화 시켜 시장에서 식량을 구매하게 하는 개혁을 단행 해야 합니다. 그런 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런 혼란을 계속될 수밖에 없고 김정은 체제는 더 취약해져 밑뿌리가 다 썩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