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학생들의 자비 해외유학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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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이 끝난 지난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북한 유학생들이 회담을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끝난 지난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북한 유학생들이 회담을 마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수일: 북한당국이 당면한 경제난으로 국비 유학생 비율을 더 축소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학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는 자비 유학생의 비율은 전체 유학생 수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북한전략센터에서는 어떤 소식을 입수하고 있습니까?

강철환 대표: 사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만 해도 유학은 국비 유학생, 그러니까 국가가 모든 비용을 대주는 유학이 대부분이었고 개인이 부담해 외국에 공부하러 가는 자비 유학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국비 유학생들은 모두 국가에서 부담하고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만 선발되기 때문에 자부심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라의 돈이 고갈되면서 인재 양성의 한 수단인 외국유학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전. 북한에서 돈 있는 가정은 자녀를 외국에 유학 보낼 수 있다는 말은 아니겠지요?

강. 물론 아닙니다. 북한에서 유학은 일반 학생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절대로 유학을 나올 수 없는 계층들이 있습니다. 바로 월남자 가족, 재일북송교포 가족, 그리고 적대계층으로 낙인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최고의 실력이 있다 해도 모든 기회가 박탈됩니다. 국비 유학생은 전국에서 선발된 최고의 인재 가운데 선발되고 대부분 이공계통입니다. 그래서 국비 유학생들의 실력은 자비 유학생보다는 월등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자비 유학생들 상당수는 인문계로 북한이 부족한 인문계통을 보강하고 국제적 추세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해 자비 유학생들을 대거 보내고 있습니다. 자비 유학생들은 물론 최고의 출신 성분과 일정한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자비이기 때문에 교육 간부들과 내통하면 유학선발은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전. 아무리 자비로 유학 가는 걸 허용했다 해도, 유학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 해당 학생 부모들은 유학비를 어떻게 조달하는 지 궁금합니다.

강. 사실 북한같이 가난한 나라에서 해외에서 친척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부정·비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북한 학생들의 해외 유학이 대부분 중국에 몰려있고 일부는 러시아, 그리고 독일 등 유럽국가에도 있습니다. 미국과 같은 아이비리그 일류 대학이나 학비가 많이 드는 대학은 아니다 보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만 달러의 학비를 내는 학교는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도 물가가 상당히 올라갔고 해외유학생들의 학비도 만만치 않은 액수이기 때문에 북한에서 받는 소득으로는 생활비조차 대기 힘든 상황입니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자식을 자비 유학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북한의 많은 간부가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인맥들을 구축하고 있고 해외 유학을 보낼 때는 중국이나 기타 국가의 지인들이 자금을 지원해주는 형식도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자기에게 돈이 있어도 언제인가 검열이 붙으면 다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없는 한 자녀 등의 자비 유학에 대한 비용문제는 국가가 따지지 않기 때문에 눈치 보던 많은 간부가 자녀들을 해외로 보내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나마 공정하다고 생각했던 북한의 교육 체계가 돈에 의해서 무너지는 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자비 유학의 증가는 그만큼 돈 없는 일반 서민 학생들에게는 실력을 바탕으로 주어지는 공정한 기회를 빼앗는 결과가 되는 셈이네요.

강. 그렇습니다. 사회주의 나라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만약 유학을 갈 기회가 생긴다면 당연히 국가주도로 공부 잘 하는 사람들 순으로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소득과 권력에 의해 북한의 적당한 대학에 들어갔다가 해외로 유학을 나가게 되는 학생들에 비해 국내에서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유학생들의 경험과 기회는 따라갈 수 없으므로 그 허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에서 유학한 학생들은 결국 외교관이나 해외사업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므로 모든 기회는 또 그들에게 주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젠 북한에서 권력과 돈이 대물림 되면서 교육에서도 공정성이 사라지고 부모에 의해서 자녀의 앞날도 달라지고 있는 현상이 현실로 굳혀지고 있습니다.

전. 그런데, 다른 한 편으로는 자비 유학이 확대되어 돈 있는 상류층 젊은이들이 외국 문물을 접하게 되는 기회가 커지면서 사상적 변화가 일어난다면 고립된 북한 체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도 드는데요.

강. 사실 그 부분이 북한 보위성이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지금 중국에도 수백 명의 북한 자비 유학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중국에서 아무리 통제해도 눈과 귀는 막을 수 없으므로 모든 정보와 뉴스는 다 듣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김정은이 이끄는 3대 세습의 정당성과 북한의 현실을 중국과 비교할 때 북한을 지지하라고 강요되기는 불가능하게 됩니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북한의 자비 유학생들은 사실 미래의 북한 개혁을 주도할 세력이 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자비 유학을 하던 일부 학생들이 한국이나 제3국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통제하는 정보기관원들을 계속 증원하고 있지만 사실상 통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실제로 유학생들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돈이면 다 통하는 북한이기 때문에 돈 많은 북한 자비 유학생들의 일탈행위를 적발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부모들이 뇌물 공세를 펼치면 웬만한 잘못은 눈감아 주는 게 북한체제 현실입니다. 그래서 자비 유학생이 확대될수록 앞으로 북한의 중심세력이 될 젊은 세대가 자본주의 사상에 젖어 김정은이 원하는 대로 북한을 이끌어가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제가 보이기에는 앞으로 이들 자비 유학생들이 하나의 북한 내 집단을 이루면서 북한을 변화의 길로 이끌어나갈 큰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전. 북한이 경제난으로 국비 유학은 늘리지 못하면서 그 대신 자비 유학을 수용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 사회의 불가피한 변화를 읽게 하는 것 같습니다.

강. 그렇습니다. 북한도 인재양성에 있어서 눈부시게 발전하는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유학 예산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가 발전과 국력 신장에 중차대한 차세대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북한 지도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전. 그렇다면 북한에서 국비이든 자비이든 외국에 보내는 유학생들의 수는 줄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이제 북한도 많은 부분에서 외부의 것을 들여오거나 그것을 베껴서라도 내부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김정은 본인도 해외유학생 출신이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한 공포는 김정일보다 덜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학으로 인한 사상변화 위험성은 늘 존재하지만 전반적인 해외 유학 자체는 중단하거나 축소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많은 북한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듣고 보고 배운다면 그것은 대체로 북한체제 변화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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