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좌천의 진짜 이유

워싱턴-전수일, 강철환 chuns@rfa.org
2016.03.28
choi_ryonghae_attend_b 북한 최룡해(붉은 원) 노동당 비서가 지난달 29일 열린 백두산상체육경기대회 폐막식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주 화요일 북조선 내부의 소식과 정보를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진행에 전수일입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건, 사고, 동태, 동향에 관한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청취자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설명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이 시간 함께 합니다. 북한전략센터는 북한 내부의 민주화 확산사업과 한반도 통일전략을 연구하는 탈북자 단체입니다.

전: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작년 11월 리을설 인민군 원수 장의위원명단에 빠지면서 그의 좌천 혹은 숙청 소문이 돌았고 한국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 배경에 대해 이런 저런 추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한 북한문제 전문 학자가 발표한 대북소식통의 정보에 따르면 최룡해가 자취를 감췄던 것은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위부에 적발된 그의 큰아들에 대해 아버지로서 자식 교양에 책임을 지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혁명화 교육을 자청해 평양 협동 농장에서 아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아시다시피, 최룡해는 작년 10월 중순 이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이후 3개월만인 올 1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의 장의위원 명단에 오르고, 잇따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식행사에 모습을 보여 복권이 확인됐습니다.

강 대표께서는 최룡해가 혁명화 교육을 자청했었다는 좌천 배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 최근 북한은 한국 영화, 드라마와의 전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걸리면 용서받지 못할 위험한 행동들입니다. 하지만 한류는 더 이상 북한 내에서는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습니다. 더구나,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적발이 돼도500달러만 관리에게 쥐어주면 누구든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큰 돈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 관리들의 부패로 뇌물만 고일 수 있다면 잡혀가지 않기 때문에 최룡해의 아들이 한국 영화를 본 것이 걸려서 아버지까지 고초를 겪어야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또 지금까지 최고위층과 상류층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다 걸려들어 잡혀간 사람은 아주 드문데요, 이건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나 그들 자녀에게는 보위부도 함부로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전: 그렇다면 최룡해가 무엇 때문에 혁명화 교육을 받은 것일까요?

강: 저희 정보에 따르면 최룡해의 큰 딸이 말썽을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는 김씨 부자만 권력을 세습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씨와 한 배를 탄 지도층 집단도 사실상 권력과 부를 자식들에게 대물림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집권해 이런 권력 세습 간부들을 걸러내겠다는 방침을 집행하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혁명 2세, 3세로 갈수록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일부는 극히 불량할 정도로 타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 최룡해의 큰 딸이 부정부패 비리를 저질렀다는 얘기 같은데요.

강: 최룡해의 큰 딸은 내각 산하 연유담당부서의 초급당 비서를 지냈다고 합니다. 내각 자체는 힘이 없는 기관이지만 연유 담당부서는 가장 막강한 힘과 부를 가질 수 있는 자리입니다. 연료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휘발유나 디젤유 같은 연유를 다루는 사람들은 금방석에 앉았다고들 합니다. 최룡해의 큰 딸은 아버지의 배경과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부정부패를 일삼아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안하무인 격의 행패를 일삼고 심지어는 마약에까지 손을 대어 난잡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전: 최룡해의 가문은 항일빨치산 가문 중에서도 김씨 일가의 가신과도 같은 최측근 아닙니까?

강: 그렇습니다. 최룡해는 김정일의 의형제로 북한에서는 그 사람을 모르면 간첩으로 여길 정도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김정일 앞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을 만큼 대가 있어 김정일도 탄복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은 그를 의형제로 삼았지요. 그런 가문의 장녀가 온갖 부정부패와 타락한 생활을 이어가니 항일빨치산 세력들 사이에서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최룡해가 가진 권력이 막강해도 딸이 저지른 죄질이 워낙 나쁘고 또 소문이 퍼지다 보니, 김정은의 귀에도 들어갔습니다. 이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최룡해를 불러 질책 했고 최룡해는 딸자식을 잘 못 키운 아비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가정 혁명화를 자청했다는 게 저희 북한 소식통의 정보입니다. 그래서 최룡해는 현직에서 물러나 아들, 딸과 함께 함경도 지역으로 내려가 농장원 생활을 한 것입니다.

전: 최룡해 딸의 행태가 이렇게 큰 문제로 부각된 배경에는 핵심세력들 간의 알력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북조선인민통신 시간에서 강 대표께서는 ‘최룡해가 복권 후에 실질적 권력을 행사한다면 북한 지도부 내부의 세력 대 세력 편가르기와 상대방 세력에 대한 모함 행태가 과거 관행처럼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셨거든요.

강: 저희도 그렇게 생각 합니다. 최룡해의 가문에서만 타락한 자들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김원홍 보위부장의 아들이나 다른 노동당 고위간부의 자녀들에게도 비슷한 상황들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최룡해의 딸만 문제가 된 것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워낙 그 사안의 부패성과 죄질이 과도했던 측면도 있었겠지만, 최룡해를 견제하려는 황병서와 김원홍 같은 경쟁실력자들의 모함도 일부 포함됐다고 봅니다. 최룡해는 대중국 문제나 한국과의 문제를 풀 때 항상 차출돼 현장을 주도했습니다. 그 만큼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최룡해를 내치고 싶어도 그를 옆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김정은으로부터 가장 총애 받는 황병서로서는 최룡해가 항상 껄끄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황병서가 최룡해 딸의 문제를 크게 부각시켜 김정은에게 알려지게 한 후 최룡해의 힘을 완전히 빼게 만든 것이라고 저희는 판단합니다.

전: 최룡해는 좌천이 알려진 후 3개월정도 만에 복귀됐습니다. 신속한 복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강: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정혁명화는 최소 6개월 정도는 걸립니다. 하지만 최룡해는 그 절반 정도만 마치고 아주 빨리 평양으로 복귀해 다시 김정은 옆에 서게 된 것입니다. 최룡해가 이처럼 빠르게 복귀된 것은 김양건 통일전선전부장의 작년 말 갑작스런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서 김양건은 최룡해와 함께 김정은에게 비교적 정확한 판단과 조언을 할 수 있는 측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폭압적이라고 해도, 최룡해와 김양건 같은 측근을 옆에 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김양건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좌천돼 자리를 비우고 있는 최룡해가 필요해 진 것입니다. 최근 국제사회의 압력이 커지고 황병서 등의 핵심 측근들로부터는 제대로 바른 소리를 못 듣는 김정은으로서는 최룡해 같은 조언자가 더더욱 아쉬웠을 겁니다.

전: 그렇다면 비교적 정세판단이 정확하고 바른 소리를 하는 최룡해가 김정은의 조언자로 계속 남는다면 앞으로 북한의 변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강: 큰 기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천하의 최룡해 라고 해도 김정은의 결심을 꺾거나 막지는 못할 것입니다. 최룡해는 김정은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비위를 맞춰주는 적당한 수준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에게 했던 것처럼 배짱을 부렸다면 아마도 벌써 처형장에 끌려간 신세가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룡해가 김정은의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는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강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강: 네. 감사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부 소식과 자료를 입수해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북조선 인민통신', 지금까지 탈북자단체 '북한전략센터'의 강철환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화요일, 같은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저는 전수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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