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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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판문점에서 남북 양측이 2018년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에 대한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있다.
3일 오후 판문점에서 남북 양측이 2018년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 후보자에 대한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6 22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이 남한의 대한적십자 박경서 회장과 북한 내각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박용일 부위원장을 수석대표로 개최되었습니다.

2 10개월 만에 재개된 이 회담은 지난 4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제5항’, “남과 북은 민족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 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 조항에 의해 개최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담에서도 예년과 비슷한 합의를 도출하는데 그쳤습니다. 합의내용은 8 20일부터 26일까지 남북 각각 100명 규모로 실시하며 7 3일까지 생사확인의뢰서를 주고받고 7 25일 회부하며 8 4일까지 최종명단을 교환하여 8 20일부터 26일 간에 금강산에서 상봉행사를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번 이산가족 상봉합의에도 겨우 100명 규모입니다. 이런 식으로 이산가족상봉사업을 진행해서는 10여만 이상의 이산가족 그 중에서도 나이 90이 넘은 늙은 이산가족들이 죽기 전에 가족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이번 8월 행사에 참가하겠다고 신청한 남한의 이산가족만도 5 7000명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100명만 만날 수 있을 터이니 5689 1입니다. 여기에다 직계가족의 상봉을 우선 하다보니 90세 이상의 고령자 중에서도 겨우 50%를 배정하게 됩니다. 100명 기준으로 직계 상봉이 아닌 90세 이상의 노인은 겨우 50명만 배당되는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몇십 년이 걸려도 모든 이산가족의 상봉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회담에서 남한 측의 박경서 대표는 상봉은 못할망정 가족·친지들의 생사확인, 서신교환 또는 성묘방문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의 거부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의 북측 대표 소속을 보면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여러분 당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왜 적십자 회담이라고 하면서 북측대표로 조평통 부위원장인 박용일이 나왔는가 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46년 전인 1971년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자고 시작한 남북 적십자회담인데, 인도적 문제를 논의하는 이 회담에 어찌 하여 관례대로 적십자사 대표가 아닌 내각의 한 부서인 조평통에서 대표가 나왔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산가족의 상봉을 주선하는 이 회담은 정치협상문제이기 이전에 인륜과 관계된 인도적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당은 정치협상을 주도하는 내각의 성원을 대표로 내보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 당은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는 인도적 문제를 정치협상문제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본 방송자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변형된 적십자회담을 보면서 1972 11월 당시 김일성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우리 측 남북조절위원회 대표에게 했던 말을 회상합니다. 그때 김일성 총비서는 우리 측 남북조절위원회 대표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이산가족상봉문제를 국제적십자사의 신인사업, 사람을 찾는 사업에 준해서 생사여부확인, 서신 연락, 상봉 그리고 결합이라는 4단계를 거처 해결하자고 하는가? 휴전선은 엎드리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깝다. 당초 헤어진 곳에 가서 거기에서 살고 있으면 당장 만나고 이사했다고 하면 이사한 곳에 가서 만나고 이런 식으로 자유롭게 오고 가며 헤어진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면 된다.” 이 말을 듣자 우리 남측 대표들은 그 자리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김일성 총비서는 슬쩍 말을 바꾸면서 “그런데 자유 왕래 하자니 남한에는 문제가 있다. 무엇인고 하니 반공법, 국가보안법, 반공교육, 반공 매스컴 등이다. 우리 북한에 온 이산가족은 자유롭게 이곳저곳 다닐 수 있으나 남쪽에 간 이산가족은 이런 법과 사회 환경 즉 법률적 사회적 조건 때문에 자유롭게 다닐 수 없다. 그러니 자유왕래 하자면 먼저 반공법, 국가보안법, 반공교육, 반공매스컴을 파기하라 즉 법률적, 사회적 환경을 바꾸라. 이런 일은 적십자회담에서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남북정치협상회의를 개척해야 이 인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당시 김일성 총비서가 한 이른 바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문제 해결의 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 당의 일당 독재체제가 북한인민의 거주,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는 김일성 총비서의 말을 들으면서 ‘참으로 철면피한 주장을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도 “북한인민들은 거주, 이동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런 자유를 여러분 당이 허용하고 있다”고 말합니까? 우리는 새빨간 거짓말을 들으면서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 문제를 정치문제화 하는 여러분 당의 기도를 규탄한 바 있습니다만 이번 조평통 부위원장인 박용일이 자기 직함 그대로 적십자회담 대표로 나온 것을 보고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새로운 정치적 문제로 변경하려는 여러분 당의 기도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산가족 문제는 정치나 경제, 군사문제가 아닙니다. 인륜의 기본 문제입니다. 그래서 모든 문제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적십자사는 전쟁마당에서도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인명구제활동을 전개합니다. 그래서 적십자마크는 위대한 인도주의의 상징인 것입니다. 이런 인도적 문제를 정치문제화 하며 시일을 질질 끌어서야 되겠습니까?

부모형제를 만나는 것은 혈육 간 인륜의 문제입니다. 이런 귀중한 인도적 문제를 정치 협상의 의제로 삼아 무엇과 바꾸어 보려는 행위는 반인륜적 범죄와 같은 것입니다. 더 이상 한을 품고 이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의 고통을 배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행위는 유엔이 결정한 인도적 범죄임을 알아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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