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현지지도가 아닌 경제 논리로 풀어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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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북한 원산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석탄 적재를 위한 노란 크레인 옆에 약 90m 길이의 선박이 정박해있다.
지난 16일 북한 원산항을 촬영한 위성사진. 석탄 적재를 위한 노란 크레인 옆에 약 90m 길이의 선박이 정박해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4월 제7 3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했으니 이제부터는 핵개발과 경제건설이라는 병진정책을 그만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이른바 ‘경제총력전’을 펴자고 결의한 후 대외정책에서는 남북수뇌회담으로 ‘4·27 판문점선언’을 채택했고 또 미북수뇌회담을 개최하여 ‘6·12 싱가포르선언’을 이끌어 냈으니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북한에게 가해지고 있는 경제제재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경제제재 완화의 분위기가 약간 조성된 것은 사실입니다. 압록강, 두만강 국경선에서의 중국의 무역제재도 완화된 듯하고 그동안 중단되었던 북한 근로자들의 동북3성 출입도 완화된 듯하며 특히 북한 석탄을 실은 배가 남한 항구를 수차례 출입했는데도 한국정부가 눈감아준 듯하고 뭔가 환경변화가 일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러나 여러분 당의 비핵화조치가 “속임수다. 과거 했던 기만술을 되풀이하는데 불과하다”는 여론이 미국의 정부와 재야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데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행동대 행동원칙’ 이란 상대방이 느끼는 실제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조치를 취할 때만이 적용될 수 있지, 속임수로 이미 쓸모 없는 시설들 몇 개를 폐기한다고 하여 상대방이 이에 따른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풍계리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미사일발사를 중지한다고 해서 북한이 진정으로 핵 폐기, 미국이 제의한 완전하고 투명하며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폐기작업을 시작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이나 일본의 인공위성은 계속 가동되고 있는 우라늄농축시설 또는 영변 핵개발 시설들을 정확히 사진으로 찍어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당은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완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 인식 때문인지 지난 7월 한 달 동안 김정은의 평안북도, 함경남북도, 양강도, 강원도 등 주요공장과 기업소의 현지지도가 계속되었습니다. 평안북도 비단섬을 시작으로 신의주의 화장품공장, 화학섬유공장, 방직공장, 삼지연의 관광시설, 도로공사현장, 함경도의 발전소건설현장, 양어장, 강원도 양묘장 등등 국가 주요 1급 공장, 기업소들을 현지지도하며 호된 힐책, 책임추궁, 격려 찬사 등등 전례 없는 경제건설총력전을 강조했습니다. 과연 이런 김정은의 공장, 기업소, 건설 현장 시찰 그리고 강한 책임추궁과 힐책으로 오늘의 무너진 북한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까요?

당 간부 여러분! 경제건설이야 말로 현지 교시나 힐책으로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문제, 경제의 속성을 이해하고 여기에 맞는 정책을 채택하지 않으면 아무리 당의 통제력이 강하고 추상과 같은 명령이 하달되어 심지어 책임자를 공개총살해도 기대하는 성과는 얻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 당 간부들 스스로 느끼고 경험하고 있지 않습니까? 농촌에서 천리마운동이 농촌, 농민문제를 해결했습니까? 공장과 기업소에서 대안의 사업체계가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생산을 대폭 늘렸습니까? 주체농법으로 북한 농촌이 풍요한 알곡과 남새 생산을 기했습니까? 수령의 지시로 산과 구릉지를 깎아 단계식 밭을 일구고 강냉이 농사를 지어 과연 북한인민의 식량생산을 보장했습니까?

이번 김정은의 지방시찰 현지지도 기업소 중 강원도 인민군 122호 양묘장이 있었습니다. 2000만 그루의 묘목을 생산하며 북한의 산을 황금산으로 바꾸자고 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과 로동신문은 김정은이 이 122호 양묘장을 보고 과학화, 공업화, 집약화가 훌륭히 실현된 양묘장이라고 높이 평가했다고 했습니다. 이 양묘장에서 생산되는 묘목만 가지고도 헐벗은 북한의 수십만 정보를 산림녹화하여 풍만한 산림자원을 생산할 수 있을까요?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산에 나무가 없어진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왜 북한의 그 울창했던 산에서 나무가 사라졌습니까? 무분별한 벌목 때문이지요. 왜 무분별하게 산의 나무를 찍어냈습니까? 땔감이 없고 농사지을 땅이 없어 얼어죽고 굶어죽을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인 공장근로자들이 살기 위해 나무를 찍어 취사용으로 난방용으로 쓸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배급이 끊어져 당장 굶어죽게 된 공장과 기업소의 근로자들이 뙈기밭을 일궈 강냉이라도 심어야 먹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나무를 찍어 밭을 일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방 당 간부 여러분은 신물나도록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늦가을과 봄에 정기적인 대규모 식목사업을 전국적으로 전개했는데 왜 그 심은 나무들이 자라 푸른 산림으로 되지 않았는가? 크게 자란 나무는 아니지만 우선 밥을 짓기 위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찍어 취사용, 난방용으로 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원인입니다. 경제가 무너진 것 때문이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남한에서 어떻게 푸른 산림, 너무 나무가 무성해서 쉽게 산에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녹화사업이 성공한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간단히 말씀 드리지요. 농촌과 도시가정의 식량문제, 연료문제를 해결해 주었기 때문에 산림녹화 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연탄을 생산하고 이 생산된 연탄을 농촌의 가가호호에 운반할 수 있는 도로와 자동차 그리고 일산화탄소 가스가 새나오지 않도록 시멘트를 충분히 공급하여 방구들공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연료가 충분히 공급되는데 왜 힘들게 산에서 나무를 찍어옵니까? 월급 가지고 필요한 식량을 충분히 사먹을 수 있는데 왜 산에 가서 뙈기밭을 일구기 위해 나무를 찍어냅니까?

당 간부 여러분! 경제는 경제원리에 의해 풀어야 합니다. 대안의 사업체계로 당위원회가 공장가동을 결정한다고 생산이 제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체농법으로 산을 깎아 계단식 강냉이 밭을 만든다고 농업생산이 급속히 증가하는 것이 아닙니다. 토사가 흘러내려 강물의 물 흐름을 막아 홍수가 났습니다. 농민과 노동자, 지식인, 기술자, 관료 모두가 경제원리에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생산의욕을 고취시키고 창의력을 발동할 때 경제는 제대로 가동되어 인민생활을 풍족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김정은이 경제사령부인 내각과 당 경제지도 부서에게 책임을 추궁한다고 경제정상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경제에 대한 정치의 간섭, 통제가 없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경제개방과 개혁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의 북한은 3대 세습 체제가 이를 막고 있습니다. 이 기본적인 문제, 원론적인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함을 지적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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