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없는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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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사진 -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27일에서 28일까지 이틀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미북 정상회담 즉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수뇌회담에 대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66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중국대륙을 횡단하여 베트남에 갔던 김정은, 20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에 갔던 트럼프 대통령 이 두 사람은 공히 빈손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 있었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밝힌 기자회견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 외 다른 핵시설도 있는데 이런 핵시설을 포함하지 않고 영변 핵시설 폐기문제만 내놓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제재조치 전부를 풀어달라고 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리용호 외교부장은 “우리의 요구는 유엔제재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간에 채택된 5건, 그 중에서도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는데 미국이 이를 거부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영변 핵시설과 다른 하나 즉 영변 핵시설 말고 북한 전역 여기저기에 핵시설이 있다는 사실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다 알고 있는데 왜 이런 시설을 내놓지 않고 달랑 영변만 내놓고 제재조치를 풀어 달라고 했느냐? 이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태도이고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인민생활, 민수경제와 관련된 5개 제재조치를 풀어달라는 것이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당 간부 여러분! 미국의 주장이 무엇인지 김정은이 모르고 영변 핵시설 폐기만 제시한 것인가? 그렇지 않지요. 명백히 알면서도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면 2016년, 2017년 2년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제재와 맞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0년까지 2년밖에 안 남았고 여기에다 워싱턴정가의 트럼프 비판 여론이 극심하니까 영변 핵시설 폐기 하나만 내놔도 트럼프는 5개의 제재조치 해제에 응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이런 안이한 판단이 바로 결렬이라는 파국을 낳고 말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문과 한글로 된 두 개의 문서를 만들어 여러분 당에게 바라는 것은 영변핵시설 파기가 아닙니다. 완전하고 투명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 입니다. ‘핵 보유할 생각’ 자체를 바꿔라!‘ 라는 것이지요. 핵 보유국가라는 전제하에 핵 군축을 협상하자는 생각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당은 이런 조건 저런 조건을 걸면서 끝까지 핵 보유국가의 지위를 고수하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런 여러분 당의 생각을 미국이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전 시간에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미국은 인공위성이나 탈북자의 증언 또는 특수 첩보활동을 통해서 북한지역 어디에 플루토늄시설이 있고 우라늄농축시설이 있고 미사일 엔진공장, 발사대 위치 등 모든 정보를 갖고 이 회담에 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올바른 협상을 하려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갖고 있는 핵관련, 미사일 관련 시설을 폐기하라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나 미국이나 다른 나라 핵 기술자들이 현지에 들어 사찰하고 검증하고 이에 종사하던 기술자들의 차후 이동문제를 일일이 협의해야 한다”고 누차 말했는데 여러분 당은 핵 폐기의 본질 문제는 제쳐두고 연락사무소 설치니 유해송환이니 하는 부차적 문제를 내놓고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문제를 덮어두고 넘어가려 했습니다. 이런 방식은 우리가 1990년대 제네바 기본합의, 6자회담 그리고 오늘까지 양자회담에서 신물나게 경험한 것입니다.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썼습니다. 아마도 실무자회담을 통해 이런 방식으로 미국을 속아 넘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합의서’ 라는 것을 작성했겠지요.

당 간부 여러분! 지난해 6.12 싱가포르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로 북한비핵화를 위장해보려 했습니다. 앞서 4월 27일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선언‘이라는 것을 발표하고 이 선언을 기반으로 하여 어물쩍 넘긴 6.12싱가포르선언을 채택하는데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영변 핵시설 폐기하는 조건, 사실 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무슨 시설이 포함되고 폐기 결과에 대한 검증은 어떻게 할 것이며 여기 근무하던 기술자도 어떻게 취업을 알선할 것인가 등등 자세한 내용은 언급함이 없었으니 장차 영변 핵시설 폐기 문제를 둘러싸고 또 얼마나 밀고 당기는 협상이 전개될지도 알 수 없는 형편에서 어떻게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5개의 제재조치를 풀어줄 수 있겠는가? 미국이 그처럼 바보인가?

당 간부 여러분! 리용호 외교부장이 말한 5개의 제재결의란 그동안 여러분 당이 가장 아프게 느끼는 제재의 핵심항목이 망라돼 있습니다. 2016년 3월에 채택한 2270호는 석탄, 철광석 수출의 원천적 금지를 결의한 것입니다. 2016년 11월에 채택한 2321호는 석탄 수출의 통제를 더욱 강화한다 연간 대금 4억 87만 달러 거래량으로는 750만 톤으로 제한하는 것이고 2017년 8월의 제재결의 2325호는 유류 공급을 30% 감축하고 대북투자 또는 합작 사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2017년 12월의 2397호는 정유제품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감축하고 해외 외화벌이 노동자를 24개월 내에 북한으로 송환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5개 결의안은 여러분 당이 6차 핵실험 이후 본격적인 미사일 개발로 미국본토를 때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을 완성했다고 큰소리친 것 때문에 국제사회가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해서 취한 제재조치들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북한주민의 생활을 위해 또는 민수용품 생산에 필요한 것들이 풀어달라고 해서 풀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이번 회담은 결렬되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탁상을 걷어차고 나온 것이 아니고 서로 웃으며 헤어졌다고 하니 잘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고철덩이인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제재해제를 얻어내려 하지 말고 진정으로 핵 폐기 의사를 보여주는 조치, 의미 있고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핵 시설, 미사일 시설, 생산된 병기, 각종 미사일 발사체 해체 또는 대량살상 무기의 폐기 등등, 검증가능하고 투명가능하게 사찰을 받겠다는 조건으로 숨기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내놓고 협상하자고 한다면 얼마든지 재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속이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여러분 당의 비핵화 북한의 비핵화가 의제임을 분명히 알고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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