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시정연설은 북한과 김정은을 무시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0-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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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4일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 Photo/Patrick Semansky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2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상·하원 의회에서 2020년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중에는 학습시간에 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학습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당중앙위원회 국제외교담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인 김형준이나 내각의 외무상인 리선권 등 대외정책 담당자들이 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어떻게 평가했습니까? “금년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많은 지지표를 획득하기 위해 다시 한번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제의해 올 것이다.” 아니면 반대로 “지금과 변함없는 제재와 대화 제의를 병행 구사할 것이다.” 또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북한을 이란과 함께 불량국가로 지정했으니 군사공격을 해올 것이다.” 등등 여러 가지 가능성 중 어떤 선택을 하리라고 판단했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당이 주제넘게 작년 12월을 기한으로 정해서 새로운 길을 내놓으라고 미국에 다그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묵묵부답, “새로운 길은 김정은이 내놓아야지, 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느냐”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듣고 미국이 새로운 길을 내놓으리라고 여러분은 생각합니까? 본 방송자는 최선희, 김계관, 리용호, 리수용, 최룡해 등 여러분 당 최고위 당 간부 외교담당자들이 차례로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라고 다그칠 때 “도대체 저들이 미국이란 나라, 미국의 외교정책 수립과 집행을 위한 시스템을 제대로 알고 떠드는가?” 비판한 바 있지만 여러분 당은 미국으로부터 어떤 답변을 들었습니까? 새 계산법은 북한이 내놓을 것, 성의 있는 실무회담에 나설 것, 그렇지 않는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는 변함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를 들어왔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뿐만 아니라 합동참모부 의장을 비롯한 미 군부의 최고위사령관들이 하나같이 미 군사력은 미국의 외교협상을 지원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않으면 외교적 협상 방법이 아닌 군사적 제재까지 서슴지 않을 것임을 경고했습니다. 지난주부터는 저위력 핵무기를 동아시아지역에 배치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는가 하면 한반도 상공, 북한지역 상공에서 미군의 최신 정찰기들이 수시로 비행하면서 인민군의 군사 동향을 면밀히 탐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은밀한 정찰비행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정찰비행 활동을 영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8일 북한 창군기념일을 앞두고는 일본 열도의 북쪽 북해도와 아오모리 근처에서 대규모 미일연합공군훈련이 실시됐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는 ‘북한(North Korea)’ 또는 ‘김정은’이라는 단어는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이런 트럼프의 국정연설은 한마디로 북한 무시, 김정은 무시로 보면 됩니다. 김정은과의 비핵화 협상을 하든 말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에는 아무 관계도 없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의 지적대로 이란과 함께 불량국가로 치부했으니 성의 있는 비핵화 방안, 새로운 계산법, 새 길을 북한이 스스로 내놓지 않는 한 저들과 마주 앉을 이유가 없다. 김정은과의 협상으로 무슨 성과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선거운동은 승리의 방향으로 전진할 것이고 앞으로 9개월 후인 11월 3일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자신감이 넘침을 여러분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습니다. 여러분 당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새로운 대미정책을 내놔야 합니다. 리선권과 같은 대남협상,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뼈가 굵은 호전적, 강경주의자들을 앞세워서 미국과 협상하려 한다면은 미국에 군사적 옵션, 비핵화를 위한 외과 수술적 방법을 채택하도록 자초하는 자충수를 두게 될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2018년 9월 남북한에 합의한 군사합의서는 여러분 측의 위반으로 이미 파기된 것이나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동창리 미사일 발사실험장, 영변 핵시설 등 여러 핵·미사일 개발시설들이 재가동되고 있으며 서해 군사분계선, 북방의 인민군 기지들의 작전태세가 강화되었고 심지어 일부 도서에서는 새 장비가 배치됐다고 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13번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처럼 김정은과의 관계개선 노력을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조의 비아냥을 되풀이했습니다. 여러분 당의 선전·선동기관에서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는 선전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본 남한 주민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를 여러분 생각해봤습니까?

이런 조롱조의 비난은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정부인사들, 예를 들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전 대통령 안보특별보좌관에게까지 서슴없이 제멋대로 가했으니 이런 여러분 당의 망언과 행동을 보면서 어떻게 여러분 당의 자세와 행동에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 금년 한 해 동안도 예년과 다름없이 아니 예년보다 더 강한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제재 하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 감염증, 즉 ‘코로나 19’로 국제사회가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통상적인 무역이나 인적 왕래가 거의 끊긴 상태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의 습근평, 즉 시진핑 주석인들 김정은이 보냈다는 지원에 감사하면서 종전과 같이 대북지원을 지속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중국에 남아있는 북한 인민들, 외화벌이 근로자들의 방역에 그가 깊은 관심을 돌릴 여유가 있겠습니까? 여러분 당은 습근평 주석에게 큰 짐을 안겨줬을 뿐이니 중국이 여러분 당을 신뢰할 리가 있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오늘의 북한을 둘러싼 내외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엄혹한 형편입니다. 제7기 5차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의한 자력갱생의 부강국가의 건설계획은 더없이 큰 장애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정세 극복을 위해서도 김정은은 스스로 새로운 계산법, 새 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운동에서 여러분 당의 영향은 전혀 완전히 먹혀들 수 없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트럼프 대통령임을 알아야 합니다.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근 관계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국정연설에서 ‘김정은’이니 ‘북한’이니 하는 단어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 한편 미 국방 관계자들은 북한을 이란과 함께 불량국가로 지명했고 국무성이나 유엔 인권관계자들은 북한을 세계 190여 국가 중 최악의 인권탄압국가, 종교탄압국가로 지명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금년은 여러분 당의 안이한 판단은 더없이 큰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김형준 당부위원장, 리선권 외상 등이 해임된 리수용, 리용호 전임자들과 어떤 차이를 보일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지적해둡니다. 제재를 뚫는 길은 오직 하나, 새 길을 여러분 당이 내놓는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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