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은 탈북자들의 삐라에 분노하는가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0-06-15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 각계각층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학생들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를 보며 대화하는 모습.
북한 각계각층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학생들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를 보며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6월 4일 로동신문에 김여정 당제1부부장의 담화라는 것이 게재된 후, 1주일 정도 북한 전역에서 대규모 군중대회가 개최되어 조직적, 집단적인 발광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스스로 화를 자초하지 말라”는 남한에 대한 격한 비난, 상소리로 이어진 욕설의 담화를 읽은 북한관찰자들은 ‘왜 북한의 당 중앙 그것도 제2인자로 자부하는 김여정이 스스로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저런 비난을 발표하는가?’ 기이하게 생각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탈북자들이 1년에 몇 차례, 그것도 동남풍이 부는 봄과 여름에나 보내는 삐라 전단에 왜 그처럼 놀라며 분노를 표출합니까?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요. 우선 이 삐라는 남한 당국이 아니라 탈북자들이 보낸다는 점입니다. 3만 5천여명의 탈북자들이 나서서 3대 세습왕조를 비판하며 두고 온 산하의 부모, 형제, 자매, 친지들에게 변화된 자신들의 삶을 전할 뿐만 아니라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정치전쟁과 심리전을 전개할 정도로 조직화되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들 탈북자들은 김여정이 말한 인간쓰레기도 똥개도 아니며 북한에서 대학과정을 이수하며 당의 간부로 일했던 엘리트, 인텔리 지식인 집단입니다. 당 간부, 대외무역기관의 책임자, 외교공관의 대사, 공사, 참사관, 군장교, 대학교수 등등 우수한 인재들입니다. 이들이 단합하여 김정은과 일전불사를 선언한 것 때문에 그처럼 분노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내는 삐라의 적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여러분 당의 잘못된 정치를 파헤쳐 폐부를 타격하는 진실의 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북한동포의 빈곤, 기아, 비인간적 탄압과 착취, 진실에 접할 수 없도록 한 감시와 통제 그리고 극단적인 총동원 태세 등등을 그대로 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190여 국가 중 과연 북한과 같은 반인권적, 반종교적, 억압사회가 어디에 있는가? 결코 없다는 사실을 알린다는 것이 북한에겐 바로 ‘체제위협’으로 간주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냉전시대, 동서간에 전개했던 심리전의 관점에서 보면 탈북자들이 보내는 이 삐라는 지극히 왜소하고 작은 어린이 장난 같은 행동입니다. 이런 활동에 왜 그처럼 격노하는가? 바로 이들이 전하는 삐라는 북한동포에게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왜 그렇게 영향을 미칠까요? 바로 여러분 당의 정보통제 때문입니다. 외부 소식뿐만 아니라 이웃의 소식까지도 상통할 수 없도록 북한동포의 입과 귀와 눈을 봉쇄했기 때문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김여정의 담화를 보면서 “왜 남한 당국은 이들 탈북자들의 활동을 보고만 있는가? 왜 제재하지 않는가?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고 비난했는데 이 말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과 남한 당국을 지칭한 말이고 “이처럼 못 본 척하며 방임한다면 4.27판문점선언이나 9.19평양선언이나, 남북군사합의서를 파기할 것”이고 “당장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남북공동사무소를 문닫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여러분 당은 이미 남북간의 통신 연락선을 모두 끊어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당국은 서둘러 적절한 조치를 할 뜻이 있음을 분명하게 통일부대변인의 설명과 청와대 관계자의 논평으로 보여줬습니다. 가능한 남북한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대화로, 협상의 재개로 오늘의 당면한 문제 즉 삐라 살포문제와 남북한의 경제협력문제를 논하기를 원하는 남한당국의 태도가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 당이 견지하고 있는 핵개발, 미사일개발과 견주어 볼 때 과연 제기된 문제의 해결이 가능할 수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우선 남한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핵 위협을 어떻게 해소시킬 수 있을까요? 여러분 당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해결방법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더욱더 다그치겠다고 공언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남한 국민을 설득시킬 수 있겠습니까?

국제사회의 북한전문가들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와 미국의 제재결의는 지금보다 더 강화되면 되었지 완화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런 판국에 4.27선언이니 9.19선언이니 하는 남북간 합의서가 무슨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이런 제재의 근원이 바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있는데 이 근원에 접근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북간의 협력이 김정은 정권의 요구대로 그 위협에 굴하면서 남한당국이 진일보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당국이 남한과의 경제협력은 뒤로 미루고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완화시키도록 문재인 정권의 역할을 촉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 중국과의 치열한 경제전쟁을 전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어떤 국가의 대북제재완화요구에 응할 수 있겠는가? 중국의 습근평 주석이 요구한들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이 요구한들 김정은이 빈번하게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국제사회는 이렇게 한결같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김여정 제1부부장의 탈북 동포의 삐라살포에 대한 격한 비난담화는 단순히 삐라문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분 당이 당면한 대내외정세에 대응하는 여러 가지 목적을 겨냥한 담화라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탈북자들이 보낸 삐라 전단이 전례 없는 위협으로 될 만큼 북한의 대내사정이 악화되었다는 점을 스스로 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김여정 담화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개최된 군중대회는 여러분 당 스스로 탈북한 북한의 청년 인텔리, 지식인들의 반 김정은 투쟁의 실재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당의 명령으로 개최된 군중대회에서는 탈북자와 남한정권, 미국 등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역시 ‘그들은 자유와 민주주의, 경제적 풍요 그리고 국제적 지원을 받으며 반 김정은 투쟁을 전개하고 있구나’ 하는, 탈북자들의 새로운 모습을 각인 시킬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청년 지식인들의 심장은 새로운 기대로 벅차게 타오를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김정은의 왕조세습체제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탈북 지식인들의 공개적인 반 김정은 투쟁이 남한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성원 속에 저렇게 고양되고 있다면 과연 북한의 반인륜적 독재체제의 유지가 가능할까? 진실을 알기 위한 북한 청년지식인들의 갈구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이를 해소하는 길은 개혁, 개방이며 핵·미사일 폐기, 박물관에나 비치해야 할 사회주의체제의 폐기 이외에 다른 길이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