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과 사회주의 건설로 경제발전이 가능한가?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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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갱생'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는 평양공장의 모습.
'자력갱생'이라는 표어가 붙어 있는 평양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9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1주일이 지났습니다. 늦었지만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당 간부 여러분에게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금년에도 여러분 각 개인과 가정, 모든 식구들의 안녕과 건강 그리고 가내 평화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지난 정월 초하루 김정은은 2019년도 조선로동당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신년사를 내보냈습니다. 신년사는 여러분 당 간부뿐만 아니라 북한주민 모두가 금과옥조처럼 명심하고 그 방향대로 나가야 할 의무를 지는 것이기 때문에 각 세포마다 열심을 다해 학습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더 이상 본방송자가 그 내용 하나하나를 강조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1월 3일자 로동신문을 보니까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동지의 신년사를 깊이 학습하자”라는 제목으로 기본 내용을 정리하여 크게 대내외로 구분하고 학습제강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대내정책으로는 지난해 우리 인민이 이룩한 자랑찬 승리, 올해 사회주의 건설의 전 전선에서 혁명적 앙양을 일으켜 나가기 위한 과업과 방도를 제시했고, 대외정책으로는 첫째 북남경제발전과 조국통일 위협을 수행해서 나서는 과업, 둘째 조선로동당과 정부의 대외정책입장 등으로 구분하여 2019년에 정책과제를 제시하였는데 이런 정책과제를 놓고 여러분에게 우리 남한의 북한연구가의 한 사람으로써 저의 의견을 제시하려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번 신년사에서는 경제부분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경제건설 과업이, 김정은이 제시한 구호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로 실현될 수 있을까요?

우선 이 구호가 문제입니다. 본 방송자는 이 ‘자력갱생의 기치’,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구호를 보면서 지금부터 60년 전 1960년대 제4차 당대회 때 ‘김일성 시대, 김일성 당 총비서가 제시했던 구호가 또다시 등장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1차 7개년계획을 발표하던 1960년대 김일성 시대 때도 “자립적 민족경제건설” “사회주의 경제건설”의 구호를 제시했습니다. 오늘까지 생존하고 있는 노간부들은 당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때의 7개년 계획이 기한 내 완성되었습니까? 안되었지요. 3년 연장하여 1970년에 완성했다고 발표하고 제5차 당대회를 개최했지요. 왜 안 되었습니까? 자력갱생원칙, 사회주의 경제건설 이 두 가지 노선 때문이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때 즉 1960년대에는 소련과 중국 그리고 동유럽사회주의 국가의 경제지원을 받던 시대였습니다. 지금처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엄격한 제재조치를 받지 않던 시대입니다. 소련과 중국의 일정한 경제지원, 예를 들면 우호·협력 가격으로 석유나 기계설비, 기타 원자재 수입이 가능했고 또한 사회주의 시장으로 얼마든지 무역을 할 수 있던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이 자력갱생원칙과 사회주의 경제건설원칙 가지고는 계획했던 경제건설계획을 달성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회상해 볼 때 오늘날 북한에 대해 전 세계적 규모의 제재,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이 엄혹한 국제환경 속에서 과연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는 이 구호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 방송자는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이 구호의 의미는 김일성 시대, 김정일 시대처럼 북한 주민에게 총동원을 명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른바 “혁명적 열의로 경제건설에 나서라, 보다 풍요한 경제생활을 바라지 말고 기아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할망정 당이 끝까지 고수하려는 핵개발, 핵미사일개발노선을 지켜나가자”는 것이 아닌가? 말로는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시킨다고 하면서도 실제는 핵무력 강화로 3대 세습체제를 강화하자, 김정은의 세습 독재권력유지를 위해 선대 즉 김정일 시대의 고난의 행군시기와 같은 경제난관이 오더라도 이를 김정은에 대한 충성의 열의로 극복하라는 명령처럼 느껴집니다.

당 간부 여러분! 왜 경제부문에서는 국경선이 없어진 이 글로벌시대, 21세기의 새로운 경제건설시대, 제4차 산업혁명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이 ‘열린 시대’에 북한노동당만이 폐쇄적인 1960년대의 ‘자립적 경제원칙’, 이미 박물관에 전시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계속 유지해야 합니까?

참으로 딱하기 짝이 없습니다. 소련과 동유럽국가에서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가져온 모순제거를 위해 경제체제개혁을 부르짖던 그때 김일성만이 “사회주의 경제의 몇 가지 리론문제”라는 퇴행적인 경제이론을 제시하며 물질적 자극을 반대하고 정신적 자극을 강조하던 그 시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60여 년 전 당시에는 그런대로 전 세계적 규모에서 즉 소련과 중국, 베트남, 동유럽 등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 그 고루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소련은 나라자체가 붕괴되었고 중국은 1979년 이후 개혁·개방으로 나아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베트남은 도이모이 정책으로 세계 각국의 자본을 유치하고 있고 작년가을에는 쿠바마저 경제개혁·개방으로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세계 그 어떤 나라도 자력갱생이니 사회주의 건설이니 하는 낡아빠진 경제노선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데 유독 김정은 정권만이 이 구호를 소리높이 외치고 있습니다. 이미 역사적으로 이 노선으로는 인민 대중에게 풍요한 경제를 안겨줄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는데 왜 김정은과 조선로동당은 이 낡아빠진 노선을 계속 제시하며 고수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결단코 핵 폐기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생각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2019년 이 1년 동안 북한주민이 겪게 될 기아와 빈곤의 경제난관은 누가 책임지는 것입니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7차 당대회에서 결의한 전략적 과제를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무고한 인민의 뼈 빠지는 노동만 강요될 뿐입니다. 미래를 향해 지식을 연마 해야할 북한 청소년들의 힘겨운 노력동원만 강요되는 한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은 “만약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비핵화문제로 제재와 압력을 계속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위협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노선은 비핵화의 의미 있는 진전이 없는 한 계속될 것이 명확한데 결국 김정은의 신년사는 북한주민의 고통을 강요하는 결과밖에 낳을 것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이 명백한 전망을 당 간부 여러분은 분명히 알고 자력갱생, 사회주의 건설노선을 수정하도록 대내 투쟁을 전개해야 하며, 그 길은 비핵화에 있음을 명백히 인식해야 함을 지적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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