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잔꾀나 벼랑끝 전술은 통하지 않을 것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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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평양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마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평양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마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청와대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연말부터 금년 정초까지 여러분 당의 주장을 읽어보면 한반도를 위시한 국제정세와 남북관계에 대해 크게 착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이 주장한 ‘싱가포르 미·북합의에 대한 논평’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초에 한 김정은의 연설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하면서 “핵무기 제조, 실험, 사용, 확산을 하지 않을 것을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를 취해 왔다”고 운운했습니다. 또는 1월 3일자 로동신문이 ‘남북관계는 조미관계의 부속물로 될 수 없다’는 논평에서 “남북철도 연결공사 착공식을 했으면 당장 착공해야 하지 않는가” 하고 문재인정부를 다그치는 논평을 게재했습니다. 과연 이러한 논평이 현재의 국제정세 특히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대로 인식하고 떠드는 얘기인가?

이에 더하여 지난 1월 8일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고 습근평 주석과 조선반도의 정세를 관리하고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 과연 비핵화문제를 위시하고 미국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을 재개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는 ‘대미압박교섭’, ‘대남위협과 문재인정권의 반미태도 촉구’ 등으로 연계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주장하고 있는가? 본 방송자는 참으로 지각 없는 무리한 압박 전력, 종래에 흔히 써왔던 ‘벼랑 끝 외교 전술’의 재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 당의 생때같은 주장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위협, 공갈, 벼랑 끝 전술로 협상장을 혼탁하게 만든 예를 여러 차례 경험했습니다. 6자회담 때, 2005년 9.19합의, 2007년 2.13합의처럼 좋은 합의가 없었습니다. 작년의 4.27 판문점선언, 9월의 평양선언, 6월의 싱가포르 미·북성명은 그 어느 것보다도 구체적으로 북한 비핵화에 합의했던 문서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6자회담 문서가 여러분 당의 일방적 불이행으로 완전히 폐기되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지난 1990년대 이후 30년에 가까운 여러분당과의 협상에서 얻은 교훈을 버릴 수가 있겠습니까?

지난 1월 18일 김영철 당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 제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문제를 논의했다고 하지만 과연 지난날의 얻은 교훈을 팽개치고 여러분 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특히 김정은 신년사에서 “핵무기 제조, 실험, 사용, 확산을 하지 않겠다”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결국 김정은의 주장은 “북한은 핵보유국가가 되었으니 이를 인정하고 핵 문제해결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여러분 당의 주장에 미국은 물론 일본, 한국이 응할 수 있겠는가?

당 간부 여러분! 최근에 와서 여러분 당은 한·미간의 미군 주둔비 협상문제에까지 참견하려 합니다. 주한미군 주둔비액이 8억 달러에서 12억 달러가 되던 15억 달러로 인상되든지 간에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입니다. 주제넘게 한·미간 주둔비 협상에 끼어들어 입을 놀리는 것은 여러분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우리 남한국민들을 자극하여 대북 안보 의식만 높이는 결과가 됩니다.

이미 이런 여러분 당의 입놀림에 반발하여 충분한 예산도 기술도 갖고 있으니 우리가 핵개발에 착수하자는 주장이 남한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남한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핵개발에 착수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주장이 대세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경제적, 과학기술적 능력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핵기술 전문 인력으로 볼 때 얼마든지 핵무기 제조에 있어서도 북한을 능가하고 있음을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여기에 최근 여러분 당은 대규모 인민군동계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MIG-23 야간비행을 하면서 재래식 군사력까지 과시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런 군사력과시로 작년 9월 평양에서 합의한 군사합의서를 또다시 헌신짝처럼 내어 버리자는 것입니까?

여러분은 미국을 비롯한 일본, EU 등 서방 제국의 주장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 한 가지만 예로 들겠습니다. 유엔안보리 제재결의 2379호에 의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이 연간 400만 배럴 즉 52만 3천 톤으로 제한되어 있고 석유정제품공급은 50만 배럴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연간 정유제품 소요랑 450만 배럴의 90%를 삭감, 제한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조치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분 당은 해상 밀수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 선박으로부터 해상에서 정유제품을 환적하고 있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지금 우리나라 근해, 남지나해에 미국, 일본, 영국, 호주, 프랑스 함정이 출동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해상 초계기들이 공중에서 감시하고 있고 인공위성이 우주에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낱낱이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감시는 계속 강화되고 있습니다. 금융제재도 강화될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2월말이나 3월 중 미·북 수뇌 회담이 열리면 미국 측이 무슨 극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믿고 있는지 모르나 지난 1월 28일 존 볼튼 미 대통령안보보좌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거 협상에서 중국은 6자회담의 일원으로 매우 중요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6자회담은 분명히 실패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과 직접 협상했다. 내가 김정은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을 거스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말은 김정은은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고 그가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가? 혹시 지금의 워싱턴 정가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고양되고 베네수엘라 문제와 같은 새로운 국제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어 혹시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 않을까? 여러분 당이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유리한 지위를 치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할지 모르겠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대통령책임제 국가의 대통령은 막대한 권한과 재량권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가의 안전보장 문제는 언제나 초당적으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개인이 아니라 국가기구, 헌법, 의회, 군부, 언론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는 것입니다.

섣불리 로동당의 정책결정과정처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는 여러분 당이 핵 폐기의 진정성을 보이는가 여부입니다. 중대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잔꾀로 상대방을 기만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진지한 태도로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제안을 내놓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완전하고 투명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 이것은 변함없는 미국의 여러분 당과의 협상에서 적용되는 불변의 원칙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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