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남한예술을 자본주의 날라리 문화로 보는가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8-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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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레드벨벳이 열창하고 있다.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우리는 하나'에서 레드벨벳이 열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4월 1일부터 4월 3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남한 예술단들의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혹시나 자본주의 사회는 부패된 날나리문화로 비판하는 여러분 당의 남한예술에 대한 인식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공연장마다 열렬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니 다행입니다.

지난 4월 1일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공연에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 외에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당 최고위간부들이 대거 관람하였을 뿐만 아니라 김 위원장이 남측 출연자들과 만나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해야 한다", "남측이 ‘봄이 온다’라는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갖자"라고 격려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레드벨벳을 보러 올지 관심이 많았는데 원래 3일에 오려 했다가 일정을 조절해서 오늘(1일) 왔다. 남북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순수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이제는 북한도 외부세계의 문화예술에 대한 새로운 변화된 인식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당 간부들 중에는 해외여행을 통해 자본주의 국가의 문화 예술의 특징과 사회주의 국가 특히 여러분 당의 문화예술에 대한 특징 간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느낄 것입니다. 자유세계 각국의 문화예술은 본래 각개인의 창작의 자유, 인식의 다양성을 충분히 보장하는 문화예술입니다. 때문에 평양에서 북한 예술인의 공연내용과는 판이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이런 기본적 차이를 충분히 알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이 레드벨벳의 공연, 순수한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부부가 함께 남측 공연을 관람했다니 우리들 자유세계에 사는 지식인 특히 문화 예술인들은 그 발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기왕 김정은 위원장이 박수를 치며 칭찬했고 남측 공연자들과 기념사진도 찍고 했으니 더 이상 남한의 문화예술을 부패한 자본주의사회의 날라리 예술,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을 유포시키는 반 사회주의적 해독예술이라고 비판하지만 말고 앞으로 대담하게 문호를 열고 남북 예술단의 교환공연을 허용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이러한 시대가 오길 기대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북한주민 속에 남한의 노래와 영화, 텔레비전 연속극이 널리 퍼지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날 평양을 방문했던 남한의 고위당국자가 김정일 위원장의 얘기라고 하며 우리에게 전해왔던 얘기를 듣고 놀란 일도 있었습니다. 2002년 4월 김정일 위원장이 베푼 만찬장에 초대되었던 남한의 고위인사는 ‘제주도 얘기가 나오자 김정일 위원장은 대뜸 “제주도 노래인 ’강수광‘을 부른 가수 혜은이가 요새도 노래 많이 부릅니까? 가수 김연자가 다시 공연하러 평양에 오는데 내가 특별히 조용필의 ’가을의 찻집‘과 나훈아의 ’갈무리‘ 등 남쪽 노래 6곡을 신청해 놨습니다”라고 얘기하는가 하면, 남쪽에서 제작 상영된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를 칭찬하면서 옆에 앉은 이명수 인민군작전국장과 김용순 대남비서에게 남한의 텔레비전 사극 여인천하를 몇 편까지 봤느냐고 물었는데 작전국장이 30편, 대남비서가 29편까지 봤다고 답하자 “나는 80편까지 봤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뿐만이 아니지요. 김정일 위원장의 요리사로 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은 생모인 고용희가 김정일과 연애할 때 벤츠자동차를 타고 밤새도록 남한 노래를 들었다. 당시 고용희는 남한의 여가수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등을 직접불렀다”라고 했습니다. 우리도 탈북해온 북한사람들을 대하면서 남한 노래 한 두곡을 못 부르는 사람이 없었고 특히 여성탈북자나 젊은이들 중에는 서너곡, 어떤 사람은 10여 곡을 부르는 것을 직접 보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북한지역에는 알게 모르게 남한의 문화예술이 널리 퍼지고 있음을 압니다. 왜 이처럼 남한의 노래, 텔레비전 사극이나 영화가 북한주민에게 널리 보급되고 있는가? 그처럼 여러분 당이 비사회주의 퇴폐문화의 침습을 막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각급 단위, 각종 조직을 통해 그처럼 강력히 학습시키는 데도 왜 이처럼 비사회주의 퇴폐문화 예술이 북한 사회 깊숙이 침습하고 있는가?

이번 4월 1일 남측 예술단이 동평양대극장에서 김정은 부부 참관 하에 성공적으로 끝난 바로 이 날의 로동신문은 여전히 ‘자본주의 예술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을 유포시킨다’고 비판하면서 비사회주의적 현상과의 투쟁을 강조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다시 강조하지만 왜 남한의 노래와 텔레비전 연속극, 영화가 북한사회 깊숙이 침습하는가를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의 본성과 감정, 정서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주체문화처럼 인간의 본성, 감정, 정서를 인위적으로 왜곡하지 않고 솔직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을 당 정책 선전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숭배사상을 고취하고 이른 바 주체사회주의사상을 위해 강압적으로, 인위적으로 인간 본래의 감성을 억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세계 문화, 예술의 강점입니다.

여러분은 인위적으로, 강제적으로 인간의 의식을 개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가뜩이나 육체적으로 지친 북한 주민들에게 그날의 수고와 피로를 털어버릴 수 있는 즐거운 시간, 노래의 시간, 재미있는 텔레비전 연속극이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하는 것이 내일의 수고를 위한 힘의 재생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여러분 스스로 느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즐겁게 보고 박수친 남한의 노래와 춤이 북한사회에서도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더 이상 남한의 문화예술을 매도하지 마십시오. 북한 내의 비사회주의적현상은 통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보지 못하도록 금지하면 할수록 더욱 깊이 북한사회 저변에 침습한다는 점을 지적해둡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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