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에 대한 신뢰회복이 관건이다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8.05.07
congress_workers_party_b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광장에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축하 행진을 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날이 갈수록, 긍정적인 평가보다 의구심을 나타내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두 정상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했는데, 왜 그처럼 바라는 전쟁 없는 세상을 선포한 판문점 선언에 대해,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의 눈초리가 늘어나는가? 그 이유는 여러분 당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 조선노동당이 우리 민족에게 가했던 범행을 우리 국민이 잊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50년 6.25남침을 자행하여 수백만의 무고한 생명과 천문학적 재산을 소실케 한 김일성 일당의 전쟁범죄를 비롯하여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을 제의하며 수십 차례 남북간 고위회담이 열렸으나 여러분 당의 배신행위로 무위로 돌아간, 사라진 경험을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러분 당의 핵개발과 대륙간탄도로켓 실험 발사를 위요하여 남북간의 비핵화공동선언이 채택되고, 남·북·미·중·일·러시아 등 6자회담에서 핵개발 폐기를 약속하고는 보상만 받아먹고 헌신짝처럼 걷어차곤 했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도 솔직히 여러분 당 최고 수뇌부가 우리 민족과 국제사회에 대해 얼마나 많은 거짓 약속을 하며 상대를 속였는가? 얼마나 많이 파렴치한 배신행위를 자행했는가를 회상해 보십시오.

오늘 현재 여러분 당 규약에는 여전히 남조선 혁명, 이른바 “반미 민족해방투쟁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혁명과 반혁명 사이의 치열한 계급투쟁을 승리적으로 전개하여 주체사상에 의거한 적화통일을 수행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통일노선은 그 무엇보다 강한 선대의 유훈입니다.

여러분은 당 학습 때 마다 통일은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이룩될 수 없으며 종국에는 폭력혁명에 의해 성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되풀이 학습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폭력에 의한 혁명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핵무장이고 대륙간탄도로켓이라고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이러한 여러분의 기본 노선과 전략, 전술이 과연 수정되었는가? 남조선 혁명론을 포기했는가? 우리는 아직 여러분 당의 폭력혁명노선에 입각한 통일전략이 수정 되었다거나 포기 되었다는 사실을 들은 바 없습니다. 7차 당대회에서 행한 김정은의 보고나 그 후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치국회의, 중앙군사위원회 회의 등등 그 어느 집회에서도 김일성 이후 지금까지 70여 년간 계속된 남조선 혁명론을 포기했다는 결정을 본 일이 없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여러분 당 수뇌부의 주장을 불신하는 것입니다.

이번 판문점선언에서는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자”고 했는데 이를 위해 여러분 당은 무엇을 할 것입니까?

냉전의 종식을 위해서는 소련의 고르바초프 당 서기장이 제창했던 페레스트로이카나 글라스노스트 즉 일당독재가 몰고 온 정치, 사회적 폐습을 개혁하고 대외개방을 단행해야 할 것입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정책이 소련방의 붕괴를 가져왔으니 조선노동당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중국의 등소평 주석이 단행했던 개혁개방 또는 베트남 공산당이 단행한 개혁개방 즉 도이모이 정책과 유사한 개혁, 개방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과연 여러분 당은 이런 결의를 논의하며 그 길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혁명노선을 버리고 화해의 길을 가겠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휴전선을 열고 남북 간의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하여 안심하고 경제협력이 가능한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경제체제를 택해야 합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개혁, 개방을 단행하고도 여전히 공산당의 일당 지배체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를 없애버리고 여행의 자유, 종교·신앙의 자유, 거주지 선택의 자유 등 사람이 사는 인간사회에서 마땅히 허용되어야 하는 인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러한 개혁·개방 조치가 이루어져야 분단과 대결이 종식되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 번영의 시대가 열립니다. 우리 남쪽 인민들은 그동안 북한인민의 경제적 고난을 해결해 주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북한을 가보고 확실한 대답을 얻었습니다. 여러분 당이 개혁·개방을 결심하고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경제체제를 택하기만 한다면 몇 년 내 북한인민의 경제적 풍요를 보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금강산 관광을 통해서 개성공업단지에서 공장을 경영하면서 개혁·개방만이 북한경제의 정상화를 기하는 유일한 방도임을 확인했습니다.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이 없도록 하자”, “냉전의 산물인 분단과 대결을 종식시키자.” 이 말은 8천만 남북 인민이 한결같이 바라는 소원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40여 년간 수백 차례의 각종 회담, 대화 접촉을 가졌습니다. 왜 아무런 성과도 가져오지 못했는가? 이 이유는 지극히 명백합니다. 바로 여러분 당이 김일성 이후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을 이어오면서 체제 안전을 위해 갈등, 모순투성이의 이른바 사회주의 체제, 일당 독재와 중앙집권적 명령경제체제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여러분 당은 체제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핵개발 대륙간탄도로켓과 같은 비대칭적 무기개발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 넣고 있습니다. 이를 중단해야 합니다. 중국과 베트남처럼 개혁, 개방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남한의 경제협력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획득해야 합니다. 자립적 민족경제건설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극한적 노력동원으로 경제정상화가 안 된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습니까? 핵을 버리고 개혁, 개방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것이 북한인민의 행복, 안심, 경제, 풍요를 보장하는 길임을 강조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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