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핵개발 대신 인민 경제향상 도모해야
2023.05.17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내기철이 가까이 오는 지금, 봄 가뭄이 심해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난주 100mm가 넘는 단비가 내려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농촌지도 임무를 맡고 있는 행정 일꾼들의 걱정이 말끔히 씻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3월과 4월, 극심했던 봄 가뭄으로 이미 봄길 영농사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감자를 비롯한 남새 생산에서 수확 감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열린 제 8기 7차 전원회의결정의 핵심은 “어떤 자연재해가 닥쳐오든 이를 극복하고 부족한 식량을 보충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알곡생산을 늘리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농민의 의식수준을 혁명적 농업근로자의 수준으로 높이고 가뭄과 홍수 피해를 막으며 전답의 물 관리가 가능한 관계체계를 완비하고 농업의 기계화와 화학화 그리고 과학화를 촉진하여 농업발전, 농촌 환경개선, 농민의 경제문화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없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선대 수령인 김일성이 농업의 집단화를 실시했던 1958년 이후 여러분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얘기입니다. 결국 이번에도 김일성 시대에 제시했던 ‘농업, 농촌에 관한 테제’를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핵미사일 개발로 가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 또는 완화될 가능성이 없으니 자력갱생의 방법으로 이 중차대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당, 전군, 전민이 나서도록 촉구한 것이 바로 8기 7차 전원회의였습니다. 여러분 당의 당보를 비롯한 모든 선전선동매체들은 하나같이 “올해 알곡생산 목표는 12개 중요고지의 첫 번째 고지이다”, “농업전선에 대한 지원을 백방으로 강화하자”라고 도배질하듯 선동하고 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 당의 경험으로 볼 때 모든 경제적 생산을 이 정신력과 사상의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까? 가능했다고 하면 어찌하여 ‘고난의 행군’ 시기가 왔습니까?
이미 북한 인민 모두는 고깃국에 이밥을 먹고 고래등같은 기와집에서 사회주의 지상낙원의 풍요하고 행복한 경제문화생활을 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북한이 왜 이런 사회주의 지상낙원이 아니라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세계 최빈곤 국가로 떨어졌는가? 해가 갈수록 자연재해가 더욱 강해지는 지금, 농업에 대한 투자와 알곡식량증산이 투자 없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와 관련해서는 더욱 한심한 주장이 전원회의 결정문에 나와 있습니다.
바로 농업지도에서 관료주의와 주관주의가 농업근로자의 생산의욕을 감퇴시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정은은 “농업지도기관들이 농업전선의 담당자답게 농사지도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힐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농촌에서 불철주야 노심초사하는 당 간부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독불장군인 듯 농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관료주의와 주관주의로 농장지도에 임했습니까?
본 방송자는 여러분이야 말로 지금 북한 농촌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 해결책 강구에 전념하는 장본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분조담당제, 포전담당제 같은 새로운 영농관리 방법을 만들어 나름대로 노력하면 내 식구의 식량 확보는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농민들의 기대를 무위로 돌린 자가 누구입니까?
당장 지금 5월의 농촌현실을 봅시다. 당 간부 여러분이 눈으로 보고 있는 대로 이미 지력이 낮아진 밭과 논을 위해서는 땅을 깊이 갈아엎고 지면에 타작물이 필요로 하는 덧비료를 주어야 하는데 지금 이런 토지개량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농기계와 비료 공급이 되고 있습니까?
선진국의 경우, 여름이나 겨울, 계절에 관계없이 온실농장에서 생생한 남새와 과일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엄동설한에도 배추, 오이, 가지, 토마토, 참외, 수박 등 온갖 농산물을 생산해서 도시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로동신문에 게재된 사진이나 조선중앙TV에 상영되는 동영상을 보면 불리한 조건을 이겨내며 벼모 기르기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농민과 부녀자들을 봅니다. 그러나 지금 선진국에서는 벼모를 논에서 재배하지 않고 모재배 공장에서 재배합니다. 최적의 온도와 비료를 공급하여 야외 논에서 키운 벼모보다 더 건강한 모를 재배하여 이양하는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선전선동원들이 논밭에서 바쁘게 일하는 농민을 향해 깃발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며 격려한다고 해서 농사일에 흥이 나겠습니까? 농민이 필요로 하는 농기계와 기자재 비료 그리고 농약을 풍부하게 공급하고 가뭄을 이겨내기 위한 양수기를 돌릴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라의 쌀독이 든든하면 얼마든지 경제발전을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이 빈말이 되지 않기 위해선 쌀독 채우기에 전념하고 있는 농민들의 요구에 당중앙이 먼저 응해야 할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의 성의와 노력만 발휘하면 알곡증산을 위한 역량과 수단 그리고 잠재력은 얼마든지 총동원할 수 있다는 당중앙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군당위원회 일꾼의 관료주의나 주관주의 청산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바로 김정은과 중앙당 수뇌부가 가진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핵미사일 개발에 수백, 수천, 수억 달러를 쏟아 부으면서 인민대중의 경제생활향상을 외면하고 있는 잘못된 자세를 고치는 것이 여러분 당의 선결과제입니다. 핵미사일 개발과 발전을 미끼로 남한과 이웃나라에 위협을 가하는데 이들 위협받고 있는 나라들 즉 미국, 일본, 남한 그리고 태평양의 여러 나라들이 첨단 전략자산을 동원하여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를 비난하는 김여정의 앙칼진 원색적 비난을 들을 때 이들 나라 수뇌부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결국 여러분 당은 보다 강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게 되고 인민대중을 위한 경제생산과 알곡증산이 더욱 어려워지는, 인적 대재난을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무모한 핵미사일 등 군비확장으로는 여러분 당의 안전과 인민대중의 안녕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강인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