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간부들에게] 자연재해 예방 위해 투자해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24.08.07
[노동당 간부들에게] 자연재해 예방 위해 투자해야 폭우로 침수된 평안북도 신의주시. 2024.7.31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7월 29일 이후 며칠 간 조선중앙TV는 25일부터 30일까지 60여 년만에 쏟아진 폭우로 압록강변 일대가 범람하여 4,000여 세대의 집과 3,000여 정보의 농경지, 수십 동의 공공건물과 철도, 도로 등이 유실되어 5,000여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처참한 현장을 김정은이 직접 방문하고 신의주에서 정치국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그 책임을 물어 평안북도와 자강도 도당 위원회 책임비서와 사회안전상을 해임하고 새로 임명했다고 했습니다. 또한 5,000여 명의 고립된 사람들을 10여 차례 직승기가 왕래 비행하면서 4,200여 명을 구출해 냈다고 했습니다. 거의 매년 반복되는 이 엄청난 수재가 몇 명의 책임자를 갈아치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은 뻔한 일이고, 간부들이 건달사상이나 요령주의를 부려 이런 참상을 초래한 것도 아님은 여러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번 7월 말 압록강 일대의 재난은 북한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압록강 건너편 중국의 요녕성, 길림성 일대도 엄청난 홍수피해를 입었습니다. 신화통신 보도에 의하면 신의주 건너편 단둥 시의 압록강단교 일대(6.25 전쟁 당시 유엔군의 폭격으로 끊어진 다리)를 물막이 울타리로 막았지만 그래도 단둥 시 도심 일대는 수심 2m에 육박할 정도로 물에 잠겼다고 했습니다.

 

남한도 홍수가 있었습니다. 같은 기간, 시간당 50mm~100mm의 폭우가 빈번하게 쏟아졌지만 신의주나 의주와 같은 물난리는 겪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상기후가 초래하는 폭염과 폭우에 대한 사전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연초부터 이상기후가 몰고 올 가뭄과 큰물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며 그 대책을 수립한 바 있지 않았습니까?

 

지난 6월 12일 노동신문은 “사회주의 농촌진흥을 가속화하여 연이어 이룩되는 수리화의 변혁적 성과”라는 특집을 게재했습니다. 이 보도는 “당중앙위원회 8기 9차 전원회의가 결정했던 올해의 관개공사목표를 앞당겨 수행해서 전반적인 관개체계의 완비를 위한 확실한 담보가 마련되었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이 보도는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농업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확실한 전망이 열렸다. 이미 지난해의 성과와 경험을 토대로 하여 4,000여 개소 양수장 건설과 3,500km 관 늘리기 공사, 1만 6,700여 km의 물길건설 및 보수 등 23만 6,000여 정보의 논밭관개공사를 완결함으로써 올해 농사에서 ‘은’을 낼 수 있게 되었다”라고 명백히 기술했습니다. 이중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신의주와 의주가 위치한 평안북도에 대해서도 “군민합동작전으로 ‘월도’ 간석지 물길 확장공사를 본격적으로 내밀었고 자강도의 경우는 근로자들이 예비와 가능성을 총동원하여 1,100여 개의 지하수 시설을 건설 및 보수하였으며 함경남도, 양강도에서는 관개수로를 확장하고 물길 등을 보수 보강하는 등 물통과 능력을 제고하는 물길정리사업에 뚜렷한 실적을 냈다”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위에 인용한 보도대로라면 웬만한 큰물 홍수, 태풍 정도는 능히 막아낼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왜 이번 3일간 내린 폭우에 압록강 일대의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의 피해가 그처럼 컸는가? 그것은 김정은의 지적대로 일꾼들의 건달사상 때문입니까? 요령주의 때문입니까? 당 간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해외의 북한 관찰자들은 여러분 당의 수해방지대책과 타국 특히 남한의 수해방지대책을 비교하면서 근본적인 차이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바로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재해를 줄이기 위해서 실제적인 노력과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남한의 경우 한강, 낙동강 등 주요 대하천의 상하류 여러 곳에 보를 설치하고 수해방지 댐을 건설하며 물 관리에 전력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해방지나 물관리를 위한 막대한 자금, 자재를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해일 방지 제방이나 태풍피해 예방 사업은 인해전술식으로, 제방을 쌓는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대형 불도저나 굴착기, 기중기 등 대형 기계를 동원하여 대규모 공사를 전개해야 비로소 튼튼히 제방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하천의 준설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 명이 삽으로 강바닥을 판다고 물 흐름이 크게 달라지겠습니까? 역시 중장비가 동원되고 막대한 시멘트와 철근이 들어가야 튼튼한 제방과 방조제가 건설됩니다. 이뿐만이 아니지요. 정확한 기상예보로 주민들 각자가 사전대책을 세우도록 통보해야 합니다. 이번 압록강 일대에서 고립된 주민을 구제하기 위해 10여 대의 군 직승기가 10여 차례씩 수해지역을 왕래하며 인명구조에 나섰다고 했는데, 사전에 정확한 기상통보를 하고 주민들이 피난했더라면 김정은의 명령으로 수십 대의 직승기가 뜨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이상기후에 의한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은 “전투의식, 당에 대한 충성심, 사회주의 경쟁”같은 관념적이며 공허한 말장난으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기상천문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난 세월 한반도의 초여름 기온이 서서히 오르다가 6월 말 내지 7월 말에 장마가 찾아오고 8월에는 폭염에 시달리는 그런 현상을 보여왔는데 지금은 변했다고 합니다. 2020년대 이후부터는 장마가 끝난 8월에도 장마에 버금가는 비가 내리고 있으며 한반도가 마치 동남아처럼 스콜, 즉 ‘낮 동안의 강한 햇볕으로 지표의 수분이 증발해서 오후쯤 일시에 퍼붓는 강수’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연구결과를 비추어볼 때 김정은이 내뱉는 간부들의 건달사상이나 요령주의 때문에 큰물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천재로 인해 불가피한 현상 때문에 이번 압록강 일대의 수해가 발생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엄청난 자연 재해를 100% 막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북한 당국은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우선 자연재해 예방을 위해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인민대중제1주의와 복리증진은 결코 핵 개발로 이뤄질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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