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남한에서는 8.15해방 79주년을 기념하는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수많은 애국선열들의 빛나는 공적을 되새기며, 우리 민족을 지배했던 일본보다 더 풍요하고 강한 나라, 그 어떤 선진국보다 앞선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정성과 전력을 쏟아 부은 선대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한편 해방 당시 소, 중학교 학생이던 나이 어린 소년들은 근로보국대로 동원되어 비행장 건설에, 또는 병기창에서 근로 봉사하던 고난의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그리고 해방된 그날 그리운 가정으로, 학교로 돌아와 얼싸안고 기쁨에 날뛰었던 그날을 되새겼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그런데 지금 북한에서는 이 8월의 땡볕 아래에서 평안북도, 자강도 큰물피해 복구에 동원된 수만 명의 청소년들이 고된 중노동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당의 당보를 보면, 일제 식민지 아래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떠들었던 그 구호 “천황폐하에게 충성하며 내 신명을 초제처럼 바친다. 천황폐하 만세!”라고 외쳤던 그 구호와 너무나 유사한 구호가 게재되고 있습니다.
8월 6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개최된 ‘평안북도 피해복구 전구에 파견되는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 진출식 진행’이란 기사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결심하면 우리는 무조건 한다”, “김정은 시대를 빛내일 애국청년이 되자!”, “당이 부른다. 큰물 피해 복구에로!” 이런 구호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런 구호를 내걸고 북한 청년들을 큰물 피해 복구에 동원하는 여러분 당 수뇌부의 결정이 과연 21세기 현대 문명에서 맞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까?
피해지역 복구라고 해도 좋을 터인데 왜 “피해복구 전구”, “싸움터”라고 하며, “청년봉사대”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백두산 영웅 청년 돌격대”라는 명칭을 붙이는 겁니까? 8월 8일자 당보에 실린 정론 “청년들! 동무들! 승리를 향해 앞으로!”라는 제하의 기사는 ‘전구’, ‘돌격대’같은 이름을 붙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 그곳은 전선이다. 원쑤들과 총뿌리를 맞대고 불과 불이 오고 가는 전장만이 전선이 아니다. 제국주의 원쑤도 인민의 적이고, 투쟁의 앞길을 막아서는 시련도 인민의 적이며, 자연의 광란도 인민의 적이다.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이 하늘과도 싸워야 하고 바다와도 싸워야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과도 싸워야 한다. 원쑤는 쏘아 눕힐 수 있지만 자연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고 다스려야 하며 그래서 그만큼 품이 들고 어려워 전쟁으로 되는 것이다”
당 간부 여러분! 이런 당보의 주장에 여러분은 동의합니까? 자연재해를 전쟁하는 식으로 예방할 수 있으며, 길들일 수 있습니까? 왜 이런 해괴한 논리로 북한 인민을 선동합니까? 그 이유는 명백하지요. 핵미사일 개발을 위해 국민총생산의 30%이상을 쏟아 붓다 보니 큰물 피해 복구에 동원할 불도저, 포크레인, 기중기 등 중장비 동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민대중의 노동력 이외 복구할 역량동원이 불가능한 것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전구, 싸움터, 전장으로 규정하고 “목숨 걸고 싸우듯이 각자의 힘을 쏟아 부어라, 이 길밖에 달리 큰물 피해 복구방법이 없다” 이런 뜻이지요.
당 간부 여러분! 또 위의 내용 말고 다음과 같은 정론 주장은 우리들 해외 북한 관찰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쓰러지기를 바라고 사회주의가 주저앉기를 바라는 원쑤들은 이 시각에도 압록강 유역의 피해상황을 두고 그것을 과대증폭하기 위해 피눈이 되어 날뛰고 있다. 준엄높은 우리 당의 권위를 지켜내야 하고 사회주의의 제도적 우월성을 만방에 떨쳐야 하며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여주어야 할 준엄한 전선이 바로 조국땅 서북변의 피해복구 전구인 것이다”
당 간부 여러분! 도대체 어떤 나라가 북한 인민들이 막대한 수해로 고통받고 있는 것을 손뼉치며 바라본다는 말입니까? 국제기관과 한국, 미국 등 자유세계 국가들은 수재 입은 북한 인민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즉시 식량을 비롯한 수해복구자재의 지원을 제의했습니다. 단순히 물자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과 장비도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지원은 인도적 견지에서도 당연합니다. 1984~85년 남한에서 큰 수재가 났을 때 여러분 당의 김일성 수령이 식량을 비롯하여 시멘트와 기타 섬유제품을 지원하겠다고 해서 당시 남한의 전두환 정부는 기꺼이, 감사히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 어떤 나라가 북한의 압록강 일대가 큰 수해를 입은 것을 기뻐한다는 말입니까?
이런 선동으로 북한 인민에게 같은 민족인 남한 국민과 남한 정부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겨 여러분 당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남침 의욕을 심어주기 위해서 입니까?
당 간부 여러분! 평북 수해지구 파견 청년 돌격대 진출식이 거행되기 이틀 전인 8월 4일, 여러분 당은 ‘신형 전술 탄도 미사일 무기 체계 인계 인수 기념식’이라는 것을 평양에서 개최하고 김정은이 직접 250대의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대를 휴전선 일대의 전선부대에게 인도하며 여단급타격부대를 새로 창설하기로 했습니다. 이 행사야말로 북한 인민에게 전쟁 분위기를 한 단계 높인 행사였다고 생각되는데, 이런 군사력 증강에 이어 수해지역 복구를 위한 조치마저 남한과 미국 등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을 높이는데 이용하려 하니, 이런 여러분 당 수뇌부의 의식 수준이야 말로 불안과 초조감에 사리판단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현실을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자유세계, 미국과의 군비경쟁에서 소련이 패배하고 붕괴되었습니다. 하물며 여러분 당이 미국이나 한국 등 자유세계와의 군비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습니까? 인민의 증오심을 선동한다고 해서 여러분 당의 전쟁수행력, 군사력이 일거에 증강됩니까? 이런 비상식적인 행위는 인민의 불신만 증대시킬 뿐입니다. 빈곤과 기아, 어깨가 무너지고 허리가 휘는 중노동을 강요하면 할수록 여러분 당의 위기는 내부에서 더욱 빨리 자랄 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을 지적하는 바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