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간부들에게] 체제개혁만이 신분 안전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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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폭서의 여름이 지나 선선한 가을 문턱에 들어선 9월입니다. 각 지방 초급 당 간부들은 알곡고지 점령을 위한 후반기 투쟁 즉 가을걷이와 낟알털기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앞으로 몇 차례 닥쳐올지 모를 태풍을 생각할 때, 가을걷이와 낟알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처럼 각 지방 특히 농촌의 당 간부들과 농민들이 금년도 알곡고지 점령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때, 느닷없이 김정은으로부터 내각의 주요 간부에 대한 불호령이 떨어져 경제부문 일꾼들이 안절부절 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8월 22일 로동신문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불호령의 경위는 대략 이렇습니다.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가 남포시 온천군 석천리 지역에 위치한 안석간석지 제방 배수구조물 설치공사를 잘못해서, 바닷물이 제방을 무너뜨려 논벼를 심은 270여 정보를 포함하여 총 560여 정보의 간석지 구역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며칠 전에 보고받은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현지에 파견하여 직접 복구사업을 지도하도록 했고 일방적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무너진 제방을 보수하도록 조치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내각의 성과 중앙기관의 일꾼들이 적극적으로 사후 대책수립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내각 총리인 김덕훈을 비롯한 부총리 등 고위관리와 간석지 건설국장들이 한두 번 현지를 방문하면서도 그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지적하기를 “침수된 270여 정보의 논벼가 소실되었는데 왜 내각의 김덕훈 총리와 부총리 등이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지금의 내각이 사업체계를 올바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속 없는 일꾼들을 등용해서 유명무실하게 틀고 앉아, 산하 단위에 대한 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극심하게 문란해져서,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철두철미한 건달꾼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에 의한 인재다. 당 중앙의 호소에 호흡을 맞출 줄 모르는 정치미숙아, 경종을 경종으로 받아들일 줄 모르는 지적 저능아들이다. 인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외면한 관료배들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의 호된 비판이 나왔으니 당연히 당적, 법적 책임을 묻게 될 것이고 숙청과 나아가 처형과 같은 무거운 징벌을 받을 것은 피할 수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당 간부 여러분! 총리인 김덕훈이나 간석지 사업을 담당한 내각의 부총리 또한 담당국장들이 김정은이 지적한 대로 그처럼 행정 규율도 무시하고 건달패, 관료주의적 행패를 일삼는 자들일까?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상들, 각 부분 성의 국장들, 이들은 모두 당 중앙위원회가 신임하고 임명한 간부일꾼입니다. 이런 사람은 당 중앙의 경종이 얼마나 무섭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적극적인 사후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요? 안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경제를 총괄하는 ‘사령탑’이라는 내각의 직위는 한낮 허울뿐 실제로 경제를 운영하는 실권자는 군부이기 때문이지요. 김정은의 지적에서 밝혀진 대로 이번 사고가 난 안석간석지 내 270여 정보의 논벼는 내각이 관할하는 논이 아니라 올해 국가알곡생산계획에 포함되지도 않은, 해당지역 군부대의 토지였습니다. 그러니 내각의 농업담당부서가 관여할 바가 아니라 국방상과 인민군총참모부 그리고 해당지역 군단, 사단, 연대장이 책임질 문제지요. 말 그래도 ‘제2경제위원회’가 책임질 문제입니다.

당 간부 여러분! 왜 이런 큼직한 경제사고가 그치지 않고 일어나는가? 그 이유는 말로는 ‘나라의 경제사령부’라는 내각이지만 사실 북한의 군부가 북한 경제전반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국가재정운용만 봐도 내각이 무슨 권한이 있습니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하여 정찰위성을 쏘아 올린다,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 장사정방사포 발사 등 연간 몇십 억 달러를 공중으로 날려 보내면서 무슨 돈으로 그 많은 경제건설과 생산과제를 달성할 수 있겠습니까? 8월 21일 김정은이 안석간석지 사고현장을 현지지도 할 때 동행한 일꾼들을 보면 박정천, 강순남 등 군부의 최고간부들과 당 조직을 담당하는 조용원 등이었습니다. 이런 광경을 보는 인민들이 과연 김정은을 보고 인민을 위한 경제중심의 정책을 추동하고 있다고 믿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해외 북한 관찰자들은 김정은의 정책이 여전히 선대의 ‘선군노선’을 탑승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당중앙이 정말로 내각을 명실상부한 경제사령부로 인정하고 있다면 모든 경제 지령, 모든 재원, 모든 경제 인력을 통제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해당지역 군부대가 자기 멋대로 농경지를 차지하여 자신들을 위한 알곡 생산을 하고 있다면 도대체 여기에서 생산된 쌀은 누가 먹겠습니까? 어디 여기뿐이겠습니까? 북한 각 지역 곳곳에서 내각의 통제를 받지 않는 군부대의 논벼, 밀밭, 남새 생산 온실 등이 얼마나 많습니까? 농업부문이 이렇다면 전력, 광산, 탄광, 공장 등 경제 각 부문에서 내각의 손이 미치지 않는 군부대 통제하의 생산 시설은 또 얼마나 많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 경제는 회생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내각의 각 경제부문부서의 지적 능력과 전문지식을 총합하여 탁월한 경제생산, 건설, 계획을 수립한다고 해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 즉 행정적 관리 통제권, 재정 자급 배당권, 자원분배권, 노동력 동원권 등 이러한 경제건설과 생산을 추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모두 헛수고이며 탁상공론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은 당조직지도부, 규율조사부, 국가검열위원회와 중앙검찰소로 하여금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를 색출하여 당적, 법적, 처벌을 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 경제노선의 잘못 무모한 핵, 미사일 개발로 초래한 선군노선의 연장이 바로 오늘의 대재앙을 초래하는 원인입니다. 진퇴유곡의 개인적 난관을 겪어야 하는 각급 당 간부들은 보다 명백하게 “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아야 합니다. 체제개혁 이것만이 당 간부 여러분의 신분상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길임을 강조합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