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후계자 김정은의 화려한 '출연무대'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0.10.12
2010.10.12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북한이 노동당 창당 65돌 경축행사를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 출연장(데뷔)으로 만들었습니다. 행사의 이모저모를 알아봅니다.
- 10월 10일을 맞아 주민들이 오래간만에 술과 고기를 비롯한 명절 공급을 받았습니다. 김정은대에도 선물정치로 주민들을 다스릴 것으로 보입니다.
-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있는 도서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MC: 정영기자,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노동당 창당 기념일에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을 사실상 후계자로 공식 등장시키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은 10월 10일 당창건 6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행사를 통해 김정은을 전체 주민들과 전 세계에 소개시켰습니다.
인민군 대장, 군사를 지도하는 노동당의 핵심 위치에 오른 김정은이 미사일과 탱크로 무장한 북한군을 사열함으로써 선군사상을 대를 이어 이어나가는 또 다른 지도자라는 것을 각인시키도록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권력의 전면에 나설 때까지 16년이 걸렸지만, 김정은은 얼굴을 공개한 지 13일만에 후계자로 등장한 것입니다.
MC: 북한이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식에 외국 언론사를 초청하고 행사를 생중계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지요?
정영: 북한은 지난 주 적대국인 미국 언론사인 CNN과 로이터 통신, BBC도 초대하는 등 해외 언론사 기자 80여명을 이날 행사에 초대했습니다. 이번 생방송 중계는 일정에 없었지만, 아침 시간에 갑자기 변경됐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해외 언론사까지 초청해 취재를 허용한 것은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의 공식 ‘데뷔’ 무대로 열병식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MC: 북한의 당창건 행사 모습은 해외 언론들의 머리기사로 다루었는데, 김정일 위원장과 아들 김정은은 불과 1m 거리에 두고 있는 모습도 방영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김정일 위원장은 2만 명 군인들이 참가한 열병식장에서 김정은과 나란히 섰습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도 북한의 열병식 사진이 났는데요, 아들을 지켜보는 김 위원장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비꼈습니다. 아마 아들에게 권력을 성공적으로 넘겨주고 있다는 자신감에서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얼굴은 사뭇 굳어져 있었고, 여유있는 박수로 응대했습니다.
MC: 북한이 권력세습을 서두르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영: 북한 텔레비전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건강은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시 50분 동안 진행된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이 끝나자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답례하던 김정일 위원장은 난간을 붙잡고도 똑바로 걷지 못할 만큼 심하게 절뚝거렸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 모습을 정지 사진만으로 몇 장씩 내보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 어떤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진을 보면서 왜 김정은 내세우기에 속도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해 ‘김정일의 수명은 길어야 3년’이라고 말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MC: 이번 김정은의 등장으로 그의 후계구축이 더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있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김정은 후계구축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이 주영강(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면담하는 자리에도 나타났습니다. 공식적으로 북한의 외교무대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이에 중국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편리한 시간에 중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중국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김정은을 중국에 불러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자는 것입니다.
때문에 아마 적절한 시기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후계자로 인정된 다음에 호요방, 등소평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MC: 참, 이번에 북한 영상을 보니 노동당 창건 65돌 경축행사에 나왔던 북한 무용수들이 공연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게 진심으로 나오는 눈물인가요?
정영: 북한 무용수들이 김정일만 보면 발을 구르며 만세를 부르고, 눈물을 쏟는데 외국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지도자나 주민이나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인데, 뭐가 그렇게 흥분되는가 하는 데 북한은 다릅니다.
어려서부터 김정일을 모시고 공연하면 영광이라고 배워왔고, 또 선물의 크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누구나 바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과 김정은이 박수를 치자, 무용수들은 주석단을 향해 만세를 부르고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한편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절룩거리면서 걸을 때도 눈물을 흘립니다. 이는 “장군님이 인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졌다”고 교양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그러나 사실 김정일 위원장의 병은 너무 잘 먹어서 생긴 병인데, 세뇌라는 게 그래서 무서운 것이군요.
MC: 북한이 이번 당창건 기념일에 식량과 명절물자를 특별히 배급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영: 북한이 이번 당창건 기념일에 주민들에게 식량과 술, 돼지고기 등 명절물자를 공급하고 김정은의 덕분으로 치켜세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평안북도 국경도시의 한 주민은 “이번에 인민반에서 술 1병과 돼지고기 500g, 기름 1병씩 받았다”면서 “오래간만에 인간다운 식사를 해봤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는 “명절에 선물을 주라고 이미 한주일전부터 중앙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명절 물자로 술 1병, 돼지고기, 기름, 치약, 칫솔, 세숫비누와 빨래비누까지 품목을 정하고 국정가격에 팔아 줄데 대해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봄철부터 죽으로 끼니를 에우던 주민들은 “김정은 청년대장이 나오면서 뭔가 틀리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명절에는 중앙당 비서국 대상 간부들에게도 평양에서 직접 선물을 내려보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중앙당 비서국 대상 간부들이란 어떤 사람들을 말합니까?
정영: 중앙당 비서국 비준 간부 대상들이란 당중앙위원회 간부부에서 임명하는 간부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도, 시, 군당 책임비서들과 조직비서, 인민위원장, 보위부장, 보안부장 등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에게는 4대 명절이 되면 귤, 고급술 두병, 양복지, 당과류 등을 넣은 선물 지함(박스)을 내려 보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슈퍼마켓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이지만 북한에서는 귀하기 때문에 ‘선물’에 대해 상당한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MC: 술과 고기 같은 식료품은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인데요, 그것 때문에 감사를 느낀단 말씀인가요?
정영: 북한 사람들은 외부 세계에 나와 보지 못해서 자신들이 받고 있는 식료품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점에 있는 물건을 팔지 못해 야단이지만, 북한에서는 물건이 귀해 팔지 못하는 상반된 현실입니다.
MC: 김정은 대에도 아버지의 통치술인 ‘선물정치’가 그대로 이어지겠군요.
MC: 이번에는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는 어떻게 관리될까요?
정영: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는 당연히 1호 도서입니다. 책에 있는 사진을 절대로 구기지 말고, 정중하게 보관해야 하고 불이 붙으면 재산 1호인 텔레비전이나 녹음기는 건지지 못해도 우선 그것부터 보관해야 합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김부자 초상화가 버림을 받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로는 충성심을 외우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당원들이 김일성, 김정일이 있는 신문지를 오려서 담배를 말아 피우거나, 김일성 저작집과 저작선집, 김정일 선집 같은 것을 불쏘시개로 쓰거나, 파지로 수매합니다.
MC: 저작집이라면 어떤 책입니까?
정영: 북한은 70~80년대 김일성 유일사상체계, 김정일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면서 그들이 썼다는 글이나 회의록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북한은 저작집, 저작선집을 많이 찍어 주민들에게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작집이 줄어드는 이유는 요즘 도서 검열을 뻔질나게 다니기 때문에 주민들이 시끄러워 다 버린다는 것입니다.
MC: 수령우상화를 위해 많이 찍었겠는데 왜 주민들이 거부합니까?
정영: 북한 당 선전부에서 1호 사진 검열을 자주 다닙니다. 그리고 초상화 수복 작업을 벌리는데 1990년대 중반부터 숙청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지난 3월 북한에서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지고 총살당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과 리태일 당 제1부부장의 사진도 삭제하기 위해서 요즘 검열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남기 노동당 재정계획부장의 경우, 2009년에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64회 동행했습니다. 그만큼 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이 많은데, 지금 노동당 선전부에서는 그의 사진과 영화를 모두 삭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그러니까, 1호 사진이나 저작집에 있는 사진을 검열하러 자꾸 다니니까, 주민들이 검열받기 싫어 도서를 아예 소각하는 것이군요.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 북한이 노동당 창당 65돌 경축행사를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 출연장(데뷔)으로 만들었습니다. 행사의 이모저모를 알아봅니다.
- 10월 10일을 맞아 주민들이 오래간만에 술과 고기를 비롯한 명절 공급을 받았습니다. 김정은대에도 선물정치로 주민들을 다스릴 것으로 보입니다.
-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있는 도서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MC: 정영기자,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노동당 창당 기념일에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을 사실상 후계자로 공식 등장시키지 않았습니까?
정영: 북한은 10월 10일 당창건 6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행사를 통해 김정은을 전체 주민들과 전 세계에 소개시켰습니다.
인민군 대장, 군사를 지도하는 노동당의 핵심 위치에 오른 김정은이 미사일과 탱크로 무장한 북한군을 사열함으로써 선군사상을 대를 이어 이어나가는 또 다른 지도자라는 것을 각인시키도록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권력의 전면에 나설 때까지 16년이 걸렸지만, 김정은은 얼굴을 공개한 지 13일만에 후계자로 등장한 것입니다.
MC: 북한이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식에 외국 언론사를 초청하고 행사를 생중계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지요?
정영: 북한은 지난 주 적대국인 미국 언론사인 CNN과 로이터 통신, BBC도 초대하는 등 해외 언론사 기자 80여명을 이날 행사에 초대했습니다. 이번 생방송 중계는 일정에 없었지만, 아침 시간에 갑자기 변경됐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해외 언론사까지 초청해 취재를 허용한 것은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의 공식 ‘데뷔’ 무대로 열병식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MC: 북한의 당창건 행사 모습은 해외 언론들의 머리기사로 다루었는데, 김정일 위원장과 아들 김정은은 불과 1m 거리에 두고 있는 모습도 방영하지 않았습니까?
정영: 김정일 위원장은 2만 명 군인들이 참가한 열병식장에서 김정은과 나란히 섰습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도 북한의 열병식 사진이 났는데요, 아들을 지켜보는 김 위원장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비꼈습니다. 아마 아들에게 권력을 성공적으로 넘겨주고 있다는 자신감에서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김정은의 얼굴은 사뭇 굳어져 있었고, 여유있는 박수로 응대했습니다.
MC: 북한이 권력세습을 서두르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정영: 북한 텔레비전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건강은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시 50분 동안 진행된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이 끝나자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답례하던 김정일 위원장은 난간을 붙잡고도 똑바로 걷지 못할 만큼 심하게 절뚝거렸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 모습을 정지 사진만으로 몇 장씩 내보내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 어떤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진을 보면서 왜 김정은 내세우기에 속도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해 ‘김정일의 수명은 길어야 3년’이라고 말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MC: 이번 김정은의 등장으로 그의 후계구축이 더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있지 않습니까?
정영: 북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김정은 후계구축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9일 김 위원장이 주영강(周永康)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를 면담하는 자리에도 나타났습니다. 공식적으로 북한의 외교무대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소립니다.
이에 중국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은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편리한 시간에 중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중국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김정은을 중국에 불러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자는 것입니다.
때문에 아마 적절한 시기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위원장도 후계자로 인정된 다음에 호요방, 등소평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MC: 참, 이번에 북한 영상을 보니 노동당 창건 65돌 경축행사에 나왔던 북한 무용수들이 공연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이게 진심으로 나오는 눈물인가요?
정영: 북한 무용수들이 김정일만 보면 발을 구르며 만세를 부르고, 눈물을 쏟는데 외국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지도자나 주민이나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인데, 뭐가 그렇게 흥분되는가 하는 데 북한은 다릅니다.
어려서부터 김정일을 모시고 공연하면 영광이라고 배워왔고, 또 선물의 크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누구나 바라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과 김정은이 박수를 치자, 무용수들은 주석단을 향해 만세를 부르고 눈물을 펑펑 쏟았습니다.
한편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절룩거리면서 걸을 때도 눈물을 흘립니다. 이는 “장군님이 인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다가 건강이 나빠졌다”고 교양하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그러나 사실 김정일 위원장의 병은 너무 잘 먹어서 생긴 병인데, 세뇌라는 게 그래서 무서운 것이군요.
2. 김정은의 ‘선물정치’ 아버지와 닮은 꼴
MC: 북한이 이번 당창건 기념일에 식량과 명절물자를 특별히 배급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는데요.
정영: 북한이 이번 당창건 기념일에 주민들에게 식량과 술, 돼지고기 등 명절물자를 공급하고 김정은의 덕분으로 치켜세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평안북도 국경도시의 한 주민은 “이번에 인민반에서 술 1병과 돼지고기 500g, 기름 1병씩 받았다”면서 “오래간만에 인간다운 식사를 해봤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는 “명절에 선물을 주라고 이미 한주일전부터 중앙에서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명절 물자로 술 1병, 돼지고기, 기름, 치약, 칫솔, 세숫비누와 빨래비누까지 품목을 정하고 국정가격에 팔아 줄데 대해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봄철부터 죽으로 끼니를 에우던 주민들은 “김정은 청년대장이 나오면서 뭔가 틀리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명절에는 중앙당 비서국 대상 간부들에게도 평양에서 직접 선물을 내려보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중앙당 비서국 대상 간부들이란 어떤 사람들을 말합니까?
정영: 중앙당 비서국 비준 간부 대상들이란 당중앙위원회 간부부에서 임명하는 간부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도, 시, 군당 책임비서들과 조직비서, 인민위원장, 보위부장, 보안부장 등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에게는 4대 명절이 되면 귤, 고급술 두병, 양복지, 당과류 등을 넣은 선물 지함(박스)을 내려 보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슈퍼마켓이나 마트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이지만 북한에서는 귀하기 때문에 ‘선물’에 대해 상당한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MC: 술과 고기 같은 식료품은 한국이나 미국에서는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인데요, 그것 때문에 감사를 느낀단 말씀인가요?
정영: 북한 사람들은 외부 세계에 나와 보지 못해서 자신들이 받고 있는 식료품이 아주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점에 있는 물건을 팔지 못해 야단이지만, 북한에서는 물건이 귀해 팔지 못하는 상반된 현실입니다.
MC: 김정은 대에도 아버지의 통치술인 ‘선물정치’가 그대로 이어지겠군요.
3. 김 부자 초상화, 도서 버림받아
MC: 이번에는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는 어떻게 관리될까요?
정영: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는 당연히 1호 도서입니다. 책에 있는 사진을 절대로 구기지 말고, 정중하게 보관해야 하고 불이 붙으면 재산 1호인 텔레비전이나 녹음기는 건지지 못해도 우선 그것부터 보관해야 합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김부자 초상화가 버림을 받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로는 충성심을 외우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당원들이 김일성, 김정일이 있는 신문지를 오려서 담배를 말아 피우거나, 김일성 저작집과 저작선집, 김정일 선집 같은 것을 불쏘시개로 쓰거나, 파지로 수매합니다.
MC: 저작집이라면 어떤 책입니까?
정영: 북한은 70~80년대 김일성 유일사상체계, 김정일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면서 그들이 썼다는 글이나 회의록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북한은 저작집, 저작선집을 많이 찍어 주민들에게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작집이 줄어드는 이유는 요즘 도서 검열을 뻔질나게 다니기 때문에 주민들이 시끄러워 다 버린다는 것입니다.
MC: 수령우상화를 위해 많이 찍었겠는데 왜 주민들이 거부합니까?
정영: 북한 당 선전부에서 1호 사진 검열을 자주 다닙니다. 그리고 초상화 수복 작업을 벌리는데 1990년대 중반부터 숙청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지난 3월 북한에서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지고 총살당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과 리태일 당 제1부부장의 사진도 삭제하기 위해서 요즘 검열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남기 노동당 재정계획부장의 경우, 2009년에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64회 동행했습니다. 그만큼 김 위원장과 찍은 사진이 많은데, 지금 노동당 선전부에서는 그의 사진과 영화를 모두 삭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그러니까, 1호 사진이나 저작집에 있는 사진을 검열하러 자꾸 다니니까, 주민들이 검열받기 싫어 도서를 아예 소각하는 것이군요.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