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2010년 2월 15일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입니다.
- 최근 북한이 2.8비날론공장 생산 가동과 관련해 비날론에 대한 선전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 북한이 자기들이 발굴한 미군유해를 찾아가라고 미국에 요구하면서 유해발굴 재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맞아 평양 옥류관에서 자라 요리를 내놓아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오늘도 정영기자와 알아봅니다.
MC:
정영기자, 요즘 북한 선전매체들을 보면 김 위원장의 비날론 공장에 대한 선전을 대대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정영:
최근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두 차례나 방문한 소식을 대대적으로 선전 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폭포치며 쏟아지는 비날론을 보면서 “우리 인민들에게 질 좋은 비날론 옷감을 더 많이 보내줄 수 있게 되였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하면서 “나는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김정일 위원장이 그렇게도 기뻐한 비날론은 어떤 섬유입니까,
정영:
비날론은 북한에서 개발된 화학섬유입니다. 비날론을 개발한 사람은 남한에도 잘 알려진 이승기 박사인데요, 이승기 박사는 서울대학교 공대학장을 하다가 6.25전쟁 때 북한에 올라가 석회석과 무연탄을 원료로 하는 비날론을 발명했습니다. 당시 북한에 석회석과 무연탄이 풍부했기 때문에 비날론은 북한에서 의류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섬유로 손꼽혔습니다.
그러나 비날론은 원래 의류로는 사용하기 어려운 섬유입니다. 저도 북한에서 살면서 비날론으로 만든 옷을 입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 셔츠나 동복이 나오는데 너무도 번들거리고 주름이 많이 가서 탄광이나 광산 같은 데서 노동자들이 작업복으로 입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산사업소들에서 배를 견인하는 밧줄로 많이 사용하였고, 청소용 밀대를 만들 때 썼습니다. 워낙 비날론이 질겨 바다에서 배를 끌거나 김일성 김정일 연구실 청소용 밀대로는 제격이었습니다.
MC:
그런데 주민들도 잘 입지 않는 비날론을 놓고 왜 김 위원장이 눈물을 흘렸을까요?
정영:
김정일의 행보는 화폐개혁 후유증과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불만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김정일이 인민들이 입는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지요. 현재 화폐개혁 혼란으로 주민들의 생활은 한심해지고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돈을 떼인 시장군중들은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차고, 월급에 매달려 살던 근로계층 노동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앞에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이 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지 못할 경우, 들고 일어날 수 도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미 철이 지난 ‘비날론’을 꺼내 들고 인민들을 달래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자기는 정치나, 군사는 자신 있다고 하지만, 경제문제만큼은 여전히 자신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김정일이 “인민들에게 강냉이밥을 먹이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고 전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MC:
그러면 앞으로 비날론 생산이 정상화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
정영:
1961년 5월 설립된 2·8비날론연합기업소는 90년대 중반 원료난 등으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가 “16년 만에 다시 가동됐다”고 노동신문이 전했습니다. 나일론이 석유를 원료로 하고 있다면 비날론은 석회석과 석탄을 원료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날론 기본 원료로 쓰이는 카바이드를 생산하는데 막대한 전력이 소요됩니다. 2.8비날론 연합기업소의 카바이드 연간 규모가 50만t인데, 이 카바이드 제조에 약 30만kW의 전기가 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화력발전소를 돌리자면 석탄이 엄청나게 필요합니다. 결국 비날론 생산을 늘리자면 석탄생산을 늘려야 하고, 석탄생산을 늘리자면 채탄, 수송, 전기, 기계설비 등이 필요하게 됩니다. 또한 노동자들이 먹을 식량도 필요한 것이지요. 결국 원료, 전기, 기계설비, 식량이 있어야 되는데 그 중 어느 하나라도 걸리면 사실상 중단되게 되는 것입니다.
MC:
요즘 사람들이 입지도 않는 그런 비날론을 생산해서 주민들에게 입히겠다고 하는데 북한 지도부는 언제 까지 이렇게 빛바랜 추억에 매달리겠는지 답답합니다.
-북 미군 유해 발굴 촉구 이유
MC: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지난 판문점에서 진행된 유엔사 접촉에서 "발굴한 미군유해 가져가라"고 강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정영:
북한이 지난 1월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유엔사와 실무급 접촉에서 미군유해 발굴작업 재개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국 국방부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이날 접촉에서 북한군은 6.25전쟁 당시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발굴 작업을 재개할 것을 강하면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미군 유해를 발굴해 낸 것이 있으니 와서 가져가라"고 요구해 회담장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합니다.
MC:
사실 미군유해 발굴은 유엔사측에서 요구하는 게 정설인데, 북한이 이처럼 미군유해 발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영:
북한이 미군 유해발굴작업 재개를 강력히 희망한 것은 미국 측이 제공하는 발굴보상비와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996년부터 2005년 5월까지 미국은 북한에 있는 미군유해 발굴을 위해 모두 2천800만여 달러를 북측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2005년에 중단되었기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이 유해를 발굴해놓고 미국에 대고 가져가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북한에서도 미군 유해에 대한 관심이 높은가요?
정영:
그렇습니다. 96년인가,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산하 북한군인들과 미군이 공동으로 평안북도 운산군에 들어왔던 적이 있습니다. 이 군인들이 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미군과 북한군이 전투를 치른 곳을 수소문하고 유해 발굴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쪽 주민들 속에서도 미군유해를 찾는 주민들이 생겨났습니다. 어떤 주민들은 미군 유해 한 구당 1만 달러에 사겠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그런데 미군 유해를 가지고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MC:
북한에 아직도 미군유해가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정영:
현재까지 북한에서는 함경남도 장진호 인근과 평안북도 운산지역에서 모두 225구의 유해를 발굴했고 이 가운데 60명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6.25전쟁 당시 전사하거나 실종된 미군 가운데 아직 8천100여명의 유해나 종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남한의 주요 격전지에만 2천여구가 묻혀 있고, 나머지는 장진호와 운산 등 북한지역과 비무장지대(DMZ)에 있을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습니다.
-옥류관에 자라요리 등장?
MC:
다음 소식입니다.
이번 설명절을 맞아 북한에서 특색 있는 요리들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왕개구리, 자라요리, 철갑상어 요리 등 남한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요리이름들인데요. 북한에서 이런 요리가 자주 등장합니까,
정영:
이번에 이러한 요리들을 선보인 곳이 옥류관입니다. 옥류관은 원래 냉면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요즘에는 요리 가지수를 늘려 다양하게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앙방송은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68회를 맞아 자라요리를 내놓았다고 14일 전했습니다.
MC:
북한에서 자라 양식을 많이 합니까,
정영:
사실 자라나 왕개구리, 철갑상어 같은 것들은 아주 귀한 어종들입니다. 이런 것을 옥류관에서 선보인다는 것은 “우리인민들도 이런 것을 먹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될 뿐 아무나 가서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MC:
그러면 먹고 싶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라는 겁니까,
정영:
옥류관에서 나오는 음식은 평양시민들도 마음대로 먹기는 어렵습니다. 이곳에서는 일반적으로 손님에 따라 공급하는 체계가 아니라 이미 식당에서 계획된 숫자만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느 식당이 잘 된다고 하면 사람들이 몰려가도 다 먹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서는 돈 버는 데는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계획된 양만큼 팔면 됩니다. 그래서 음식표라는 쿠폰을 발급합니다.
MC:
그 음식표는 어떻게 공급됩니까,
정영:
표는 일단 기관, 기업소, 인민반별로 나갑니다. 예를 들어 공장 기업소 혁신자라든가, 공로자들, 전쟁영웅들 이런 사람들에게 2월16일 맞으며 옥류관에 가서 식사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표를 가진 사람만이 그날 가서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이번에 김정일 위원장이 자기 생일날 특별한 요리들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는데, 사실 인민들에게는 그런 별미보다는 옥수수라도 배불리 먹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북한 들여다보기 시간 준비된 소식 여기까지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