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들여다보기] 주택매매도 통제 강화

서울-정영 xallsl@rfa.org
2009.12.23
MC: 북한 들여다보기시간입니다.

- 얼마 전 북한이 부동산 관리법을 새로 제정하고, 국가 집을 매매한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했습니다.

- 북한 당국이 화폐개혁 이전에 개인들 간에 형성되었던 채권채무관계를 전면 무효화 시키는 등 ‘시장세력’ 죽이기를 여전히 강도 높게 벌이고 있습니다.

- 북한이 근로자들의 배급과 월급을 화폐개혁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사회주의 시책들을 복귀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 오늘도 정영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정영기자, 안녕하세요?

MC: 북한이 얼마 전 부동산관리법을 비롯해 여러 개의 경제 관련법들을 제정하지 않았습니까,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입니까,

정영: 지난 12월 16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부동산관리법을 비롯해 여러 개의 경제관련 법률을 제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했습니다.

여기서 특별히 주목받는 것은 부동산 관리법인데요, 사실 북한 주민들에게는 부동산이라는 말이 좀 생소합니다. 부동산이란 집과 건물, 산과 같이 움직일 수 없는 그런 재산을 말하는 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부동산의 재산적 가치가 커서 투기의 기본 수단이 되기도 하지요.

지난 시기 북한에서는 개인들끼리 국가주택을 서로 사고팔고, 국가 건물을 임대해 수익사업을 벌이는 등 부동산 거래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것을 막아보려는 의도라고 보입니다.

지난 2002년 이후에 북한에서는 시장경제 형태의 부동산 거래를 눈감아주었지만, 이런 것을 원점으로 복귀시키고 옛날 국가공급체계로 되돌리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MC: ‘부동산관리법’ 제정이후에 북한 내부에서 부동산 매매를 통제하는 모습들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정영: 북한은 화폐개혁 이후에 부동산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북한은 인민위원회 산하 도시경영위원회와 검찰소, 인민보안서가 합동으로 국가 집을 매매한 사람들을 색출하는 검열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사 사업을 맡은 도시경영위원회에서는 “국가 집을 사고 판 사람들이 1차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특히 공장, 기업소, 과학자용 주택으로 등재되어 있는 주택들에 무단 입주한 세대들에 대한 조사를 벌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신의주 방직공장 명의로 되어 있는 주택에 화장품 공장에 근무하는 사람이 살고 있으면 조사대상이 된다고 합니다.

MC: 그러니까, 국가가 직접 공급하지 않고 개인들끼리 매매한 주택이 조사대상이라는 것이군요.

정영: 부동산 검열기관들은 돈을 주고 국가 집을 매입한 사람들에게 자수를 권고하고, 만약 자수하지 않을 때에는 조사를 벌여 모두 몰수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외대상도 있는데, 국가가 공급한 집에 본인이 없고 아들이나, 딸, 부모가 살고 있으면 몰수 대상은 아니라고 합니다. 만약 친족관계가 전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으면 자수를 권고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강제 철거시킨다는 것입니다.

MC: 북한에서 아무리 국가집이라고 해도 암암리에 매매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지 않았습니까,

정영: 원래 북한의 주택공급 시책에 따르면 국가가 무상으로 주택을 주민들에게 공급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집을 짓지 못하고 공급 수요를 원만히 충족을 시키지 못하면서 개인들끼리 몰래 사고파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금은 웬만한 간부들도 자식들을 시집장가 보내려면 야매(암거래)로 집을 사야 된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습니다.
2000년 중반에는 평양시에서도 돈 있는 사람들이 주택 부지를 받아 집을 지어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위치가 좋은 평양시 중구역, 대동강 구역에서는 1~3만 달러짜리 주택들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MC: 북한이 이번 부동산 투쟁을 통해 사회주의 체계로 복귀하려는 시도로 보이지 않습니까,

정영:
최근 나타난 북한의 동향을 보면 과거 사회주의 체계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이번 주택검열에는 검찰소와 보안서 등 권력기관들이 가세했는데, 이들은 주민들에게 “국가 집을 다른 사람에게 내준 사람은 법 기관에 신소하면 집을 되찾을 수 있다”고 공표했다고 합니다.
결국 돈 있는 사람들이 차지한 주택을 돈 없는 주민들의 투쟁으로 몰아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부동산 정책이 당국의 조치가 아니라 인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MC:
사실 국가가 집을 배정할만한 힘이 없어 생긴 것인데요, 이번 조치로 해서 앞으로 주택에 대한 국가공급체계가 실현될 것 같습니까,

정영: 2000년 초에 북한은 국가가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없게 되자, 시장운영 방식을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모은 시장 세력들의 힘이 커져서 국가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인데 국가경제가 과연 돌아가겠는 지 의문이 되고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국가의 경제 능력이 있으면 괜찮은데, 만약 능력이 없을 때는 또다시 시장방식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말이군요.

- 개인들 채무채권 관계 무효 선포

다음 소식입니다.

MC: 북한이 화폐개혁 이전에 형성된 개인들 간의 채권채무관계를 전면 무효 시키는 등 시장 세력 죽이기를 한다는 데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북한은 주민들에게 화폐개혁 이전에 이뤄졌던 채권채무관계를 모두 무효 시킨다고 선포했다고 남한의 대북인권단체인 ‘성통만사’가 23일 전했습니다.
지난 12일 주민들 속에 내려간 평안북도 지방의 한 당 간부는 “지금까지 간부들이 장사꾼들의 돈에 매수되어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개인들 사이에 남아 있는 빚은 모두 무효”라고 선포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돈을 갚으라고 행패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법에 신고하게 하고 만약 나타나면 보안서에서 잡아들인다고 합니다.

MC: 간부들이 돈 때문에 장사꾼들에게 매수되었다는 소립니까,

정영: 화폐개혁 이전에 북한의 공장, 기업소 간부들 중에는 돈 많은 사람들에게 빚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돈 많은 사람들은 공장 간부들에게 돈을 찔러주고, 직장에 자기 이름을 걸어놓고 출근하지 않는 현상이 많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돈 있는 상인이 출근하지 못할 때는 전화를 들고 “지배인, 나 아파서 나가지 못해”라고 하면 지배인은 “알았어요. 그럼 오늘은 나오지 말고 쉬세요”라고 할 수 없이 응하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목장의 농장장은 빚에 몰려 상인들로부터 매를 맞은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간부들이 상인 계층에게 매수되어 원칙을 지키지 못하자, 북한은 화폐개혁을 통해 그들의 채무관계를 무효화 시키고 간부들을 이용해 시장계층을 고립시키는 것입니다.

MC: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빚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에 걸리고, 심한 경우에는 빚쟁이들은 파산되거든요. 그런데 북한은 그것을 당국이 나서 막아준다는 소리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북한당국이 이렇게 선포하자, 빚에 눌려있던 사람들이 어깨를 펴고 산다고 합니다. 빚을 갚으라고 하면 “법 기관에 가서 승인받고 오면 주겠다”고 큰 소리를 친다고 합니다.
MC: “채무자를 국가가 구제한다?”, 북한에서 8.15해방 후에 다시 무산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는 감이 드는군요.

- 국가 공급체계 복귀

다음소식입니다.

MC: 북한이 화폐개혁이후에 노동자들에게 식량도 주고, 월급도 제대로 주는 등 사회주의 공급체계를 다시 세웠다는 소리도 있던데요, 어떤 소식입니까,

정영: 북한이 화폐개혁 이후에 사회적 안정을 위해 식량과 노임(월급)을 주기 시작했다고 탈북 지식인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전했습니다. 지난 18일 함경북도 회령시 병원 의사들과 중학교 교원들은 기존에 받던 월급대로 받았다고 합니다. 지난 시기 병원 의사들과 교원들의 노임은 평균 1,800~2,600원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처럼 받을 경우에 북한 근로자들은 화폐개혁 이전의 화폐로 약 18만~26만원에 해당되는 돈을 받게 됩니다. 이 돈으로는 장마당에서 쌀 50~70kg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화폐개혁 이전의 원•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현재 북한 근로자의 노임은 50~70달러에 달합니다.

MC: 결국 구화폐의 가치를 100:1로 낮춘 것으로 보면 근로자의 월급이 100배 상승한 셈이 되겠군요.

정영: 그렇습니다. 북한 당국은 근로자들에게 줄 월급을 기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선포했기 때문에 직장 근로자들은 좋아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직장에 다니지 않던 주민들이 “배급을 제대로 주고, 월급도 지금처럼 주면 누가 장사하겠는가”면서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문제입니다. 올해 농사가 망해 쌀이 없고, 공장에서는 생산이 되지 않아 물건이 없는데 북한이 무슨 수로 사회주의 공급체계를 지속시킬지 걱정입니다.

MC: 글쎄요. 이제 쌀이 모자라 배급이 끊어지면, 물가는 급속히 상승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장 월급에 매달려 살아가던 노동자들은 또 타격을 받게 되겠군요.

정영기자,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북한 들여다보기 준비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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