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권력 공고화위해 시장화 필요”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2.21
go_market_305 북한의 농촌 여성들이 농산물을 팔기 위해 장마당으로 가고 있다.
AFP PHOTO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는 5년 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경제상황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교수님, 북한에서 김정은 시대 들어 경제상황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실제 그렇습니까?

란코프: 제가 보니까 김정은 정권이 집권한 지난 5년동안 북한경제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북한의 경우 모든 경제관련 통계가 비밀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이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 시골까지 방문하는 외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 경제가 좋아지는 조짐이 정말 많습니다. 북한의 경제통계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런 징후가 있습니다. 특히, 식량상황에 관련해서 수확에 대한 통계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지난 5년동안 북한의 곡식생산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10년전에 식량 생산은 400만톤이었지만, 지금은 500만톤을 웃돌고 있습니다.

기자: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북한경제가 좋아진 것 같은데요. 남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경제성장률이 기껏해야 1.5%에 불과합니다. 경제성장률이 제로라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란코프: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은행 추정치를 그리 믿지 않습니다. 저는 경제전문가가 결코 아니지만 북한 경제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은 저와 같은 의견입니다. 그들은 북한 경제성장률이 적게는 2-3%, 많게는 4-5%라고 주장합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민간경제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추정을 합니다. 한국은행이 이처럼 북한의 경제성장율을 과소평가를 하는 이유는 정치적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 전문가들이 분석할 때 북한의 장마당경제, 개인경제를 소홀히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북한 경제에서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개인경제, 즉 신흥 시장경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 경제가 좋아진 까닭은 바로 이런 장마당, 시장경제 덕분이라 볼 수 있을까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북한경제의 시장화입니다. 20세기 역사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오늘날 현대 세계에서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은 시장 뿐입니다. 시장경제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도록 내버려둔다면 열심히 일합니다. 이런 시장경제에서는 사실상 국가가 경제를 주도할 능력이 없습니다. 이것은 구소련을 비롯한 공산권국가에서 공산당 정권이 무너진 이유입니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이 겉으론 사회주의를 여전히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상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도입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북한은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에서 시장화가 시작한 지 20여년 입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북한에서 장마당이 활발하지 않았더라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었을 것입니다. 특히 김정은이 들어선 지난 5-6년 동안 북한에서 시장화가 많이 가속화되었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은 여전히 겉으론 국가사회주의 경제를 버리지 않고 있는데요. 내용적으론 시장경제가 오히려 더욱 빨리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란코프: 이유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지난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시장화를 매우 의심스럽게 생각했던 김정일 정권도 사실상 국가가 경제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묵인했습니다. 그 결과 2010년 봄부터 북한에서 개인경제에 대한 탄압과 단속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둘째 이유는 김정은의 태도입니다. 김정은은 사실상 경제 개혁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개혁이라는 말은 북한에서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사실상 금기어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당국은 개혁을 하고 있지만 ‘개혁’이라는 말을 쓰는 것보다 사상적으로 듣기 좋은 말을 쓰고 있습니다. 현재 김정은이 취한 일련의 경제 정책을 보면 1970년대 말 중국에서 등소평이 실시했던 경제개혁 정책과 매우 유사합니다.

기자: 김정은이 선친 김정일과 다른 경제정책을 펼치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란코프: 제가 볼 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김정은 자신의 개인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은 젊은 시절 시장경제가 뭔지도 잘 모르고, 김일성 시대부터 전승돼온 소련식 국가사회주의 경제, 즉 명령식 경제에 대해서 많은 착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정일은 죽을 때까지 이러한 착각을 극복하지 못하였습니다. 반면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던 김정은은 어린 시절 때부터 시장경제의 힘을 잘 알았습니다. 그는 국가주의나 민족주의 사상을 믿을 수도 있지만, 시대착오적인 소련식 국가사회주의 사상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보다 더 중요한 점은 김정은이 젊은 사람입니다. 김정은은 아마도 앞으로 40-60년 동안 평생 나라를 통치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럴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이처럼 오랫동안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 경제발전은 필요조건입니다. 김정은은 세계 경제사를 어느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직 시장경제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때문에 그는 경제발전을 하기 위해서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기자: 그렇다면 김정은이 취한 중국식 경제개혁 정책은 무엇일까요?

란코프: 우선 농업부문에서 포전담당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추진 중인 포전담당제는 일정한 크기로 나눠 놓은 논이나 밭을 뜻합니다. 북한 협동농장의 말단 조직인 '분조'를 기존 10~15명에서 가족 규모인 3~5명으로 축소해 포전을 경작하게 한 것이 바로 포전담당제인데 이는 개인영농제로 이행하는 전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본격적 개혁개방에 앞서 1970년대 말 농민에게 농지점유권을 허용하면서 가족 중심의 농사를 짓게 한 농가생산책임제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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