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뇌물, 계층간 격차 파괴 ”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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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교외에서 여성들이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 교외에서 여성들이 냇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를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북한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부정부패와 뇌물 문제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말씀하시길 북한에서 비공식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장마당이 확산되면서 뇌물과 부패 현상도 덩달아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하셨어요. 이쯤 되면 북한의 뇌물 부패, 뇌물구조가 어느 한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겠죠?

란코프: 제가 보니깐 역설적으로 북한 뇌물 문화는 사회 계층의 차이를 줄어들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뇌물이 북한에서 사회계층의 차이를 좁히게 한다구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토대가 나쁜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이면 아무리 능력과 의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였습니다. 조선 시대의 노비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노비 아들이면 양반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옛날 조선시대와 똑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잘 사는 사람 가운데, 토대가 좋은 사람도 많이 있지만, 출신 성분이 나쁜 부자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출신 성분이 좋지 않아 원래부터 차별을 당했던 사람들은 혼란과 위기 속에서 성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기본 수단 중의 하나는 바로 뇌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뇌물이 이런 사람들의 사회적 신분을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나요?

란코프: 네, 맞습니다. 왜냐하면 뇌물을 받는 사람은 주는 사람의 토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간부들 중 토대가 나쁜 사람이 뇌물을 원칙적으로 받지 못했다면 그들은 성공할 수도 없었고 북한 경제도 지금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이 되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부정부패는 공산주의와 비슷했던 김일성 사회의 기반을 파괴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그렇게 따져 보면 이 같은 뇌물구조가 토대에 근거한 북한 사회구조를 파괴했다면 좋은 현상 아닙니까?

란코프: 물론입니다. 북한의 부정부패는 나쁜 것뿐 아니라 좋은 것도 있습니다. 만일 부정부패가 없었다면, 특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그게 없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을 겁니다. 북한 간부들이 뇌물을 받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법칙을 지켰더라면 북한 주민들은 장사도 못하고 살아남기가 훨씬 더 힘들었을 겁니다.

기자: 교수님 말씀대로 북한의 뇌물문화가 김일성 시대부터 굳어져온 사회계층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참 중요한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런 뇌물문화가 성행할수록 수령절대주의란 북한 의 사회기반을 약화시킬 수도 있겠네요?

란코프: 맞아요. 뇌물 거래뿐만 아니라 장마당의 성장도 수령주의 기반을 약하게 한 변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 북한에서 국민들은 모든 소비품과 식량 및 식품 등을 위대한 수령님이 공급하는 국가에서만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옛날 얘기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노력으로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 때문에 체제나 체제 최고 지도자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미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신흥 부자들 가운데 즉 돈 많은 돈주들 가운데 혁명과 흡수 통일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들은 체제가 무너지면, 폭력과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흡수 통일의 경우에도 사업을 하는 방법이 확연히 바뀌어 익숙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통일 된 뒤 남한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거가 없는 공포가 아닙니다. 그 때문에 신흥 부자들 가운데 체제에 대해서 실망과 적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체제에 노골적으로 도전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자: 어떤 면에서 보면 신흥부자, 즉 돈주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큰 모순이라고 할 수 있겠죠?

란코프: 물론이에요. 하지만 일반 주민들 입장에선 변화가 빠를수록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과거 중국이나 베트남 등 다른 사회주의 나라의 경우엔 어떠했습니까? 북한의 경우 어떤 식으로 뇌물구조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물론, 제일 간단한 방법은 북한 개인 경제를 합법화하고 인정하는 방법입니다.

기자: 그렇네요. 그게 가장 간단한 방법인데요.

란코프: 중국도 베트남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에도 뇌물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긴 하지만 북한만큼 심각한 정도는 아닙니다.

기자: 중국에선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뒤 대대적인 반부패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그렇게 보면 중국도 부정부패가 아주 심하다는 뜻이겠죠?

란코프: 물론 중국에서도 부정부패가 심하긴 하지만 북한만큼 심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소규모 장사를 하는 사람은 뇌물을 주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경찰은 뇌물을 받지만 일반 주민들한테서 뇌물을 받지 않습니다. 문제가 없진 않지만 북한보다 문제가 훨씬 많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에선 장마당에서 두부를 부치는 아주머니도 보안원에게 뇌물을 줘야 하지 않습니까?

란코프: 맞아요. 중국에서 이 같은 아주머니는 뇌물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이 개인 경제를 인정하고, 시대착오적인 국가 사회주의 시대의 법률과 규칙을 포기한다면, 간부들이 뇌물을 요구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분위기가 많이 좋아지고, 쓸모 없는 부담으로 여겨졌던 뇌물 경제 역시 많이 감소할 것입니다. 물론 북한 정부는 정치 우려로 인하여 이와 같은 변화를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할 수는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시장 경제의 합법화뿐입니다. 그래도 정치 및 사상적인 위험 때문에 이 같은 합법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기자: 네,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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