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짚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지난 시간에 이어 북한의 우상화 문제에 관해 계속 살펴보겠는데요. 지금 북한에서 김정은 우상화가 한창이라는데요. 오늘날 북한에도 남한사회 혹은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가 많이 흘러들어가고 있는데요. 이처럼 정보유통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런 우상화 작업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란코프: 물론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가 우상화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영향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 편으로 북한 주민들이 해외 생활에 대해서 많이 배울수록 국내 선전 자료에 대한 의심과 배신감은 날로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북한 사람들은 해외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서 자신들이 배운 북한 역사의 진실을 더 많이 깨닫고, 백두혈통 우상화에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금 북한에서 조선 노동당 창건일을 꼽을 수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해외 자료를 통해서 조선 노동당의 창시자가 김일성이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도 있고 그 초기 역사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많이 품을 수 있습니다.
기자: 그래요? 그 사람이 누군가요?
란코프: 당시 창시자는 나중에 숙청을 당한 박헌영이란 사람입니다. 또 북한에서1945년 10월에 공산당 조직을 지도한 사람은 김용범이란 사람입니다. 김일성이 아닙니다. 1945년10월부터 12월까지요. 북한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국 전쟁을 시작한 나라가 남한이 아니고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북한임을 알게 된다면 한국 전쟁을 김일성이 이룬 '위대한 승리'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자: 지금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이 북한 노동당을 창건했고, 한국전쟁도 남한이 일으켰다고 믿고 있지요?
란코프: 북한 사람 대부분은 역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역사 사실을 알게 된다 해도 그들의 사고방식, 정치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겁니다. 그들에게 김일성의 1940년대 활동이든, 1970년대 활동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부 지식인들은 안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에게 훨씬 중요한 것은 지금 같은 우상화 작업이 아니라 바로 북한 경제상황, 북한 국내정치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정권차원에서 아무리 김정은이 우상화를 강조해도 북한 주민들의 진짜 관심은 경제문제란 말씀이군요. 뉴스를 보면 이런 우상화 작업은 특히 북한 젊은층, 학생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한 것 같은데요. 실제 그럴까요?
란코프 : 북한과 같은 나라는 정보를 매우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인 지는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젊은이들이 나이든 세대와 달리 완전히 새로운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은 장마당 시대에서 자란 사람들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그들은 매일처럼 국가 선전을 많이 듣고 있지만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실제 생활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사실상 돈이 움직이는 사회에서 자랐기 때문에, 냉소주의적 경향이 심합니다. 동시에 그들은 젊은 사람으로서 지금보다 더 좋은 사회를 항상 꿈꾸고 있으며, 어느 정도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구체적으로 아는 방법이 없습니다.
기자: 우상화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과거 구소련이나 중국의 지도자들인데요. 이를테면 구소련의 경우 스탈린도 우상화 작업을, 중국도 모택동이 우상화 작업을 벌인 일이 있습니까?
란코프 : 구소련이든 중국이든 우상화 작업이 매우 심하였습니다. 사실상 북한 우상화가 1940년대 말 시작했을 때 소련에서도 스탈린 우상화가 아주 심했습니다. 어느 정도 북한은 소련을 모방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와 북한 우상화는 소련이나 중국의 우상화에 비해 훨씬 더 깊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소련에서는 김일성 배지 같은 게 없었습니다. 소련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이런 배지를 달아야 한다는 의지도 없고, 스탈린 초상화를 집집마다 걸어야 할 의무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북한에서만 불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 우상화와 유사한 우상화 작업을 한 나라들이 몇몇 있긴 하지만, 북한 보다 우상화가 결코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자 방금 구소련 시절 스탈린 우상화를 말씀하셨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습니까?
란코프: 네, 아주 심했습니다. 그래도 김일성 우상화, 백두혈통 우상화만큼은 심하지 않았습니다. 스탈린이 살았을 때 개인 집엔 스탈린 초상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집엔 없었습니다. 사무실엔 보통 그런 초상화를 걸어야 했지만 일반 개인 집에선 그렇지 않았습니다. 스탈린 동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탈린 동상도 1950년대 들어서 대부분 철거됐습니다. 후루시초프 때인 1950년대말 1960년대초였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이 명절 때마다 의무적으로 동상을 찾아 절하고 꽃다발을 드리는 의무가 소련에선 없었습니다. 소련은 간부들은 몰라도 주민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스탈린이 살았을 때도 김일성 우상화, 김정일 우상화만큼 심하진 않았습니다.
기자: 그런 측면에서 보면 소련에선 스탈린 우상화 작업이 사라진 반면 북한에선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3대째 우상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란코프: 이건 물론 전 근대적인 사회, 봉건주의 사회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북한이 우상화를 지속적으로 해야만 김정은 정권이 생존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남아 있는 동안 불가피하게 백두혈통 우상화가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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