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잇단 탈북, 북한 내부불안 방증”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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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왼쪽)이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에스코트하던 태영호 공사 모습.
사진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왼쪽)이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에스코트하던 태영호 공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북한의 해외주재 외교관과 무역일꾼 등 엘리트 층의 탈북이 증가하면서 북한체제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한국에 귀순한 영국주재 태영호 북한공사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체제에 가장 충성적인 백두혈통의 사람들까지도 이탈했는데요. 우선 북한에서 백두혈통이란 어떤 의미를 지닙니까?

란코프: 아마 북한 청취자들 가운데 백두혈통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처음에 봉건주의와 자본주의의 잔재를 없애버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상 19세기 말에 사라진 신분제를 부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을 배우는 사람들 가운데 어떤 학자들은 김씨 일가의 북한이 신봉건주의 국가라고 주장합니다.

북한에는 조선시대 천민, 노비처럼 가족배경 때문에 평생 동안 무시와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고,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이유만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특혜와 권력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연히 특권을 즐기는 사람들은 차별을 받는 사람들보다 훨씬 적습니다. 백두혈통이라는 게 무엇일까요. 쉽게 말하면 북한의 최고 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양반들 중의 양반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1930년대 만주에서 항일투쟁을 했던 빨치산의 후손들이니까, 60년대부터 대를 이어 북한을 통치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지도부의 핵심이어서, 그들의 탈북은 예외적인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최근 엘리트층의 대거 탈북으로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과연 공고한가에 대한 의문이 많습니다. 최고 권력자로 취임한 지 4년이 다 된 현 시점에서 김정일 체제가 과연 안정적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솔직히 말해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외교관과 무역일꾼, 당 간부들의 늘어난 탈북 사건은 어느 정도 북한의 내부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위협이 어느 정도 클 지는, 밖에서 볼 때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가 세계 역사를 보면 혁명이나 정치 위기는 갑자기 생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저도 김정은 정권이 공고한 지에 대해서 의심이 없지 않지만, 이들 사건을 너무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고급 간부들, 공무원들, 특권계층 사람들이 많이 도망갔음에도 별 문제 없이 정권을 유지한 체제가 있었습니다.

기자: 사실 구소련에서도 1930년대 엘리트 층의 망명이 잇따랐지만 정작 구소련이 망한 것은 1990년 아니었습니까?

란코프: 그렇습니다. 그런 사례가 많습니다. 그 때문에 최근 북한 엘리트 층의 탈북을 지나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자: 북한 전체 엘리트 층의 인구가 정확히 얼마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만, 다양한 특권과 기득권을 누려온 특권층 사람들마저 하나둘씩 탈북한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과 불만을 나타낸다고 봐야죠?

란코프: 물론 불만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만이 없었더라면 도주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불만의 대상이 무엇인지 말하기 어렵습니다. 체제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김정은의 숙청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외교관이나 무역일꾼들의 대규모 탈북을 초래한 것은 장성택 숙청의 충격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보다 권력계층을 겨냥한 숙청, 체포, 처형 등을 아주 많이 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말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풍요롭게 살아왔던 권력계층은 숙청 때문에 공포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금 영국이나 미국에서 몇 년 동안 살아 왔던 북한 외교관이 평양에서 갑자기 귀국명령을 받는다면 감옥이나 처형장으로 가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외교관들은 옛날보다 도주할 생각이 아주 많습니다.

기자: 북한은 김정은 취임 이후 자신의 반대세력에 대해 무자비한 숙청을 일삼는 등 공포정치를 해오고 있는데요. 바로 이런 공포, 숙청정치가 엘리트층의 두려움을 사고, 이들의 탈북을 부추킨다고 봐야 하겠죠?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제가 벌써 말한 바와 같이 대규모 탈북 사건을 초래한 이유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숙청이라고 생각됩니다. 숙청에 대한 공포가 없었더라면 20-30년동안 김씨 일가를 위해서 활동하고 북한 엘리트계층이 좋아하는 사치품, 비싼 약품, 고급 승용차나 소비재를 계속 제공했던 사람들이 도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때부터 특권을 누리고, 당 중앙 밑에서 외화벌이 활동을 해 온 무역일꾼들이 갑자기 김씨 일가 독재정권의 비도덕적인 성격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들 가운데서도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 없지 않고, 사상이 갑자기 바뀐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많을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인 이유는 숙청에 대한 공포, 김정은의 살인적인 공포정치에 대한 공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의 이런 폭정이 북한체제의 불안요인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뜻이죠?

란코프: 제가 벌써 말한 바와 같이 북한체제의 불안이 얼마 정도 심할 지 알 수 없지만, 물론 김정은이 실시하는 공포정치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부들은 지금 언제 체포될지도 모르고 언제 처형될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가족들도 귀국하자마자 쥐도 새도 모르게 수용소로 끌려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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