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세상]시장 골목 누비며 음식배달 30년 김순례씨

신록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달입니다. 5월은 1년 중 축제와 행사가 제일 많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이 들어 있는 가정의 달이라 선물도 가장 많이 주고받는 달입니다.
워싱턴-이원희 leew@rfa.org
2008.05.01
아름다운세상, 오늘은 가정에서 일터에서 땀을 흘리며 가족들을 지켜온 50대 후반의 한 어머니의 얘기 전해드립니다.

옷 들이 가득 쌓인 좁은 상가 골목을 30여 년 간 달리고 있는 김순례 씨는 가지가지 음식을 담은 쟁반을 여러 개를 포개 머리에 이고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요즘같이 조그만 이익에 따라서 이리저리 일터를 옮기는 시대에 한 식당에서 단골들을 위해 식사를 일일이 배달해주다 보니 이 일에 도가 텄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하다보면 이력이 생겨서 괜찮아요. 제일 많이 배달할 때 음식이 가득담긴 쟁반 7개 정도를 한 번에 배달하는데 무게가 한 20키로 그램 정도는 될 겁니다.

55세의 나이로 무려 30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김순례씨는 보통 가정을 꾸려가는 어머니이자 직장에서는 가장 빠른 손놀림으로 음식을 챙겨 가지고 상가를 향해 빠른 동작으로 달리지만 때로는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많은 단골이 생기고 이 단골들이 맛있고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거의 한 식구 같다는 군요.

단골이 많아요. 여기는 뜨내기가 없고 몇 십 년 넘는 단골들입니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밖에서 먹을 경우가 더 많으니까 입맛이 벤 거죠 맛없게 먹으면 신경이 쓰이는데 맛있게 잘 먹으면 그 사람도 좋고 우리 일하는 사람도 좋고....

배달된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다시 일 감을 잡는 단골 들을 볼 때 마다 뜨거운 음식이 담긴 쟁반을 몇 개씩 포개어 이고도 뜨거운 것 무거운 것을 모르고 하루에 12시간씩 이일을 계속 할 수 있다고 김순례씨는 전합니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식당을 운영하는데 청계천 7가에 있는 상가입니다. 우리 식당은 모르는 데가 없어요. 중국 일본 손님이 많아요. 여기서 장사하다 미국에 이민 간 사람들도 여기 많이 와요. 외국에서도 바이어, 물건 구입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이 와요. 외국 분들도 매운 것 잘 드세요 계란찜 같은 것 생선구이하고 김치찌개 매운 것을 주로 찾습니다.

청계천 7가 상가는 옷 도매시장으로 한국에서 최첨단 유행을 이끄는 옷들을 다른 백화점이나 상가보다 싼 가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 중국 등의 해외 보따리 장사들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고 있습니다.

김 순례씨의 주 고객은 청계천 7가 상가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로 점심시간이라고 해도 자리를 떠날 수 없기에 시도 때고 없이 식사를 배달해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 음식처럼 한두 가지 간단한 것이 아니라 무려 1인당 7가지 이상의 한식 반찬에다 즉석에서 굽거나 끓인 음식이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에 바쁘고 복잡한 상가에서 자칫 잘못해 마주오던 사람들과 부딪치기라도 한다면.... 어휴 상상이 가시죠.

3개까지는 손으로 안 잡아도 되는데 그 이상은 잡아야 되요. 중심을 잘 잡아야죠. 계단도 올라가고 하는데.... 반찬이 기본으로 6가지가 들어가고 주문한 메뉴가 별도로 있죠. 우리 집은 다 맛이 있고 다양해요. 인기 있는 것은 목살찌개, 쌈밥이 많이 나갑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시원한 냉면이 좀 많이 나가지만 덥거나 춥거나 상관없이 일정해요.

김 순례 씨는 지금 일하는 식당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음식 배달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30년이 훌쩍 넘었다며 식당일을 하면서 생활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고 흐뭇해합니다.

혼자 벌어서는 못 살죠 우리 집 남편이랑 같이.... 교육비가 많이 드니까 혼자 벌어서는 애들 교육 못 시켜요. 한 달 월급이 아니라 일당입니다 매일매일 12시간일하면 대충 6만5천 원 정도 자기가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생활이 괜찮아요. 노력한 만큼 보장이 되니까.

이제는 여성들도 노력한 만큼 수입이 있어 생활이 훨씬 나아진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말이죠.

딸 둘이 다 장성해 큰 딸은 결혼을 했고 작은 딸도 결혼할 나이라며 무엇보다 딸들이 엄마가 일 하는 사이에 집안일도 도와주며 아무 탈 없이 잘 자라 주어 힘든 줄 몰랐다고 합니다.

삐뚤게 안 나가고 잘 커준 것만 해도 참 고마운 일입니다. 엄마가 옆에 있어도 도와주지 못하고 잘 커주었으니까 그 이상 더 고마울 것이 없어요.

남편은 표현은 안 해도 늘 고마워하고 있고 딸들도 이제는 식당일을 그만두라고 하지만 비록 노동이라도 어느 듯 일에 재미가 붙었다고 김순례씨는 환하게 웃습니다.

표현은 안해도 속으로 많이 고마워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아파서 들어 눕고 병원 간 일 은 없어요. 노동이라 단련이 되어서 운동이 많이 된다고 보아야죠. 집에서는 그만두라고 하죠. 그런데 일단 나와서 일을 하게 되면 시간도 빨리 가고 즐겁고 돈 벌고 애들한테도 쓰고 나도 쓰고 싶을 때 쓰고 좋아요...(웃음)

하루에 12시간씩 매일 일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일요일에만 쉰다고 합니다. 이렇게 쉬는 하루가 얼마나 값지고 귀한지 이날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 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김 순례 씨 입니다.

쉬는 날은 집에서 하는 것이 많죠. 정리도 하고 모임에도 나가고 가족들과 나가서 식사도 하고 그래요 하루해가 짧죠.

사소하고 기계적으로 반복 되는 일로 누구나 그만큼 하면 할 수 있는 일 이 아니냐며 김순례씨는 한사코 기술이 아니라 요령을 터득하면 되는 일이라며 달인은 아니라고 겸손해 합니다.

특별한 기술은 없고 그게 무슨 기술예요 요령이죠. 땀도 많이 흘리고 힘 들 때도 있고 짜증날 때도 있고....

한 가지 일에 몰두 하다 보니 지금은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도 참으면 넘길 수 있는 자신이 붙은 것이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럽고 무슨 일이든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 합니다.

평범한 노동일 이지만 이 분야에서는 뛰어난 일꾼인 김순례씨는 쟁반을 여러 개 겹쳐 머리에 이고 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며 재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헤쳐 가면서 음식을 하나도 흘리지 않는 일은 기계로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김순례씨의 얘기를 듣다 보니 오랜 세월 동안 흘린 땀에 잔잔한 감동마저 느끼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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