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인생: 전 종군위안부 황금자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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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인생’ 이 시간에는 종군위안부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탁한 황금자 할머니의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일본군의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입었던 몸과 마음의 상처로 극심한 후유증을 겪으면서 힘들게 살아온 한 할머니가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4천만원, 미화로 4만 달러를 장학금으로 내놓았습니다.

1924년 경 함경도에서 태어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황금자 할머니가 매달 정부에서 생활이 어려운 국민에게 주는 생활보조금과 일본군 위안부 생활안정 지원금으로 받는 돈을 거의 쓰지 않고 모은 돈입니다. 불행한 과거의 상처로 인해 오랫동안 마음을 굳게 닫고 살았던 황 할머니는 서울시 강서구의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김정환씨를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됐습니다. 김정환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에서 자칫하면 그 돈이 관속으로 들어갈 뻔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환 복지사 : 연세가 많으시니까 돌아가실 때 생각을 많이 하세요, 내가 돈이 얼마 있는데 이 돈은 꼭 관 속에 묻어달라.. 제가 그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었고 할머니께 어떻게 하면 마지막 보내드리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할머니께 계속 설득을 드렸어요, 할머니 그동안 정부에서도 그렇고 주위에서 할머니를 위해서 많이 하지 않았느냐,, 도움을.. 그리니까 할머니도 이 돈은 마지막으로 좋은 일에 한번 쓰고 가셨으면 좋겠다...

굳게 마음을 닫았던 황 할머니는 평소 김정환씨에게 자신은 죽어서 화장하는 것이 너무 무서우니까 매장을 하게 해달라고 늘 부탁을 해서 경기도 파주 쪽에 있는 천주교 공동묘지에 자리를 하나 마련해 드렸습니다.

김정환 복지사 : 거길 갔다 오니까 정말 좋아하세요, 묘지를,, 할머니가 묻힐 곳이다 여기는.. 정말 좋아하시고 그때부터 정말 할머니께서 마음을 많이 여셨어요.

황 할머니는 여섯 살 때 부모를 잃고 열일곱의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해방과 함께 고국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오갈 데가 없는 처지에서 할머니는 남의 집 식모살이, 고물수집 등을 하며 힘들게 살아왔습니다. 아직도 황 할머니는 지금까지도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를 일본군의 함성으로 착각해 동사무소와 파출소에 항의를 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정환 복지사 : 이 놈들이 요즘도 밤마다 그런다라는 말씀을 요즘도 계속 하세요, 일제 시대 때 위안부 생활을 했던거랑, 제가 보기엔 그게 환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밤에 혼자 계실 때...

김정환 복지사는 황 할머니가 이번에 4천만원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기 전에 장애아를 둔 어려운 이웃에게 1천 만원을 기부했지만 절대 남에게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환 복지사 : 그게 이웃에 내줬다 하면 그 집에서 좀 부담이 갈 거 아니예요... 할머니는 그거까지 생각하셨더라구요.

할머니의 장학금 기탁 소식을 들은 그 가정에서는 자신들 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돈을 되돌려주겠다고 김 복지사에게 알려왔습니다.

김정환 복지사 : 근데 받은 분도 지금 학생들 장학사업에 주겠다고 전화오고 난리예요, 이렇게 할머니가 그런 마음을 갖고 계신데 내가 그 돈을 받을 자격이 없는 거 같다면서 저한테 계속 전화왔어요.

황 할머니는 겨울에도 난방도 하지 않은 채 두꺼운 외투를 입고 지낼 정도로 자신을 위해서는 거의 돈을 쓰지 않습니다. 지금도 빈병과 신문지를 모아 팔고 점심은 복지회관에서 나물 등을 다듬어주고 공짜로 식사를 해결합니다. 또 돈이 모이면 좋은 데 쓸 계획입니다. 할머니가 살고 있는 강서구청에서는 할머니의 뜻을 오래오래 기릴 수 있도록 황 할머니가 기탁한 장학금에 ‘황금자 여사 장학금’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김정환 복지사 : 10년, 20년 지나면 위안부 생활하시던 분들이 거의 많이 돌아가시고 안 계실 거예요, 후손 학생들이 위안부 생활을 했던 그런 분들에 대해서 잊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부분도 있구요. 올 겨울은 황금자 할머니 때문에 정말 따뜻하고 훈훈하게 지낼 수 있을 거 같구요...

워싱턴-이장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