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인생: 이동목욕 담당 설영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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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획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인생’ 이 시간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과 환자들에게 목욕을 시켜드리는 충남 공주시 보건소 이동목욕 담당 설영순씨의 얘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남한에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의 건강을 보살펴주고 의료지원을 해주는 곳이 보건소입니다. 보건소에서 하는 일들이 여러 가지로 많지만 거동이 불편해 목욕을 제대로 못하는 노인들, 환자들을 위해 몸을 씻겨주는 이동목욕은 다른 여러 지원사업보다 힘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힘든 내색 없이 묵묵히 해내는 분이 있습니다. 충청남도 공주시 보건소에서 이동목욕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설영순씨가 그 주인공입니다만 설영순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노인이나 환자분들이 목욕을 하기 전에 먼저 건강을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설영순 : 저는 들어가서 혈압을 재고 혈압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뜨거운 물에 담그면 큰일 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건강을 체크하고 혈압재고 욕창이 있는지 없는지 또 어디 특별히 아픈데 있는지 없는지 그걸 먼저 다 확인 한 다음에 물을 준비를 하죠.

일반 병원에서의 간호조무사 일을 마다하고 4년 전부터 이동목욕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설영순씨는 이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설영순: 한 달 내내 한 번도 안 닦고 방치된 환자분들이거든요 거의 다.. 노인 뿐 만 아니고 교통사고를 입어서 하반신 마비가 되거나 거동불능인 사람 소아마비 뭐 이런 사람들이예요, 보면 거의 기저귀 차고 똥오줌 누고 계신 분들이라 처음 환자를 대한다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보통사람들은 못하죠 거의.. 말하자면 굉장히 역겨운 냄새가 많이 나고 그래서 교육을 가보면 이 일을 6개월 이상 버티는 사람이 없대요.

공주시 보건소에서 10년 가까이 이 일을 지원하고 있는 건강증진계 이복남 계장은 돌봐 드려야 할 노인들이나 환자들은 자꾸 늘어나는데 그렇다고 자꾸 대상 인원을 늘릴 수만은 없는 고충을 털어 놨습니다.

이복남 계장 : 대상을 자꾸 늘리다 보면 지금 현재 60여분을 하고 있는데 한 사람을 한달에 한번 밖에 못가거든요, 그런데 120명이 된다고 하면 두 달에 한번 가야 되는 상황이라...

농촌의 젊은이들은 거의 모두 도시로 떠나고 농촌에는 남겨진 노인들만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돌봐드려야 할 노인의 숫자는 크게 늘고 있는데 비해 오히려 예산절감정책으로 공무원 수는 줄어들고 있어 그만큼 일이 점점 힘들어 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여건 가운데서도 뜻을 함께 하는 분들이 있어 이 일을 10년 가까이 꾸려올 수 있었다고 이 계장은 말했습니다.

이복남 계장 : 그런데 다행이 올 초부터 공주시 역도협회가 있어요, 그 역도협회 젊은 분들이 참여해 주신다고 해서...

설영순씨는 남들이 왜 그런 험한 일을 계속하느냐고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자신은 이 일을 통해 뿌듯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설영순씨 : 한 달에 한 번씩 밖에 못 가는데 돌면서 보면 기다리시고 그 시간 돼서 안 오면 보고 싶다고 전화를 하시고 그러거든요, 다른 분들은 다 이 일이 험하고 안 좋고 서로 안하려고 하지만 저는 가서 해드리고 나면 얼마나 보람되고 좋은지 몰라요.

설영순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이나 홀로 남겨진 환자분들은 더럽혀진 몸을 씻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체온을 함께 나누는 이웃이라고 말합니다.

설영순씨 : 그래서 집에 가서 얘기를 많이 해드리는걸 좋아하셔요, 젊었을 때 얘기 할아버지가 속 썩인 얘기, 자식들 얘기.. 그런 얘기들을 쭉 하면서 한 30분 정도를 같이 놀아드려요, 그럼 노래도 시키고 웃게도 해드리고 그러면 굉장히 좋아 하세요. 제가 일용직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기서 그만두라고 하지 않는 한 계속할 생각이거든요.

워싱턴-이장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