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한반도평화법안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3.03.21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한반도평화법안 하원 외교위 소속의 브래드 셔먼 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한반도 평화 법안' 재발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MC: 북한 김씨 가문의 독재체제와 미국과 유럽 등 소위 ‘자유 민주주의 진영’ 국가에서 법이 생겨나고 적용되는 원리와 관련 사례를 살펴보는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시간에 한덕인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최근 미국 연방의회에 제출된 ‘한반도평화법안’에 관한 얘기입니다.

 

지난 3월 1일, 제118기 미 연방하원에서 ‘한반도평화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법안이 결실을 보지 못하고 막을 내린 지난 117기 회기에 이어 이번 새 회기에 다시 한번 상정된 건데요.

 

기본적으로 남북한 간의 교류와 협력 촉진, 군사적 대립 감소 등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남한의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간에 채결한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표명하고, 북한과 한국전 종식과 평화협정 달성을 위해 군사적 대치가 아닌 외교적 접근에 방점을 둔 미 국무부 차원의 계획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미북 간 연락사무소 개설 추진 등 한반도 문제에 평화적인, 대치보단 관여를 강조한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20215117기 회기 당시 이 법안(H.R.3446)이 처음 공개됐을 때는 미 의회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목적으로 종전선언 추진을 포함한 이런 구체적인 실행조치들이 법안의 형태로 공식 발의된 것은 최초였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만드는 결의안과 법안의 대표적인 차이는 결의안은 어떤 의견이나 입장을 표명하는 데 사용되는 권고적인 성격의 비구속적인 수단인 반면 법안은 법률로써 실행조치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점인데요. 어떤 것을 “하길 바란다”라고 하는 것과 “하지 않을 시엔 불법이다”라고 하는 건 좀 무게감이 다른 말이죠. 

 

때문에 당시에는 ‘북한 문제 해결’을 놓고 전례가 없는 이런 유화적인 대북 방안을 명시한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처음 발의된 것 자체로도 큰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감이 팽배해온 의회에서 다소 획기적인 이런 법안이 나오게 된 것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 간 정상회담을 필두로 추진된 미북 간 협상이 양국의 새로운 관계 타진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일부 의회 구성원들의 인식에도 어느 정도 변화를 준 면이 없지 않아 보였습니다.

 

최근(319) 미국 연방의회 공식 웹사이트에 해당 법안의 본문이 게시됐습니다.

 

이번에 재발의된 법안이 지난 회기 때 나온 법안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이 법안이 전제로 하는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미국 의회의 입장이 추가로 더해진 걸로 확인됩니다.

 

주한미군과 관련해선 “이 법은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한반도 지역 안보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에 목적을 둔 것이며, 이 법은 주한미군이 대한민국 내 주둔하는 데 있어 이전에 협의된 합의사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한다라는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SEC. 6. RULE OF CONSTRUCTION. Nothing in this Act may be construed to affect the status of United States Armed Forces stationed in South Korea or any other foreign country.)

 

한편 지난 회기 때는 이 ‘한반도평화법안을 놓고 의회 내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당시 이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35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공동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서한에서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주둔 중인 미군과 역내 안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북한이 완전히 비핵화하기 전에 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고려할 수 있는 문을 여는 것은 미국 안보에 처참한 결과를 불러오고 한미일 3국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올해 한반도평화법안 발의에는 미국 연방하원의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이 다시 한번 대표로 나섰습니다.

 

지난 1일 법안의 공식 발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 나온 셔먼 의원은 이 법안은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셔먼 의원]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방어태세를 약화시킨다고 말하며, 한국에 미국의 군사 기지를 계속 배치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계속 전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법안은 미국의 방위 의무를 철회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한편 셔먼 의원은 이날 미국이 대북협상의 주요 목표를 북한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로 두는 것은 시작부터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앞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전면적인 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지옥이 얼어붙길 바라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 표현이 참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

 

그간 미국 행정부에게 '북한의 핵을 용인한다'는 발상은 금기시되어온 사안이었습니다. 의회도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으며, 인정해서도 안 된다는 그런 원칙에 기반한 외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는데요.

 

셔먼 의원은 의회에 발을 들인지 오래된 중진인 것은 물론 앞서 북한 문제를 직접 다루는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후임으로도 거론되는 등 의회에서 입김이 꽤나 센 인물로 전해 들었습니다. 그가 한반도 평화 체제 수립이란 목표를 놓고 당 내에서 어떤 총대를 하나 맨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셔먼 의원처럼 미국 내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은 만약 그 지역의 한인 유권자들이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촉구한다면 이를 수용하고 정책 제안을 해야 하는 책임도 있을 겁니다.

 

사실 이번 회기에도 이 법안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주구장창 이어가는 가운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에 평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무게가 실리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통과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북한이 이런 미국의 관여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역사의 한 축을 그은 기록으로 남을지, 또는 그저 시기상 부적절했던 법안으로 기억될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 시간이 지나도, 이 법안이 담은 평화에 대한 열망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MC: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저는 한덕인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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