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사회보장법
2023.03.28
MC: 북한 김씨 가문의 독재체제와 미국과 유럽 등 소위 ‘자유 민주주의 진영’ 국가에서 법이 생겨나고 적용되는 원리와 관련 사례를 살펴보는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시간에 한덕인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세계 각국의 ‘사회보장법’에 관한 얘기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세계인권선언’(UDHR)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세계인권선언은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 인권 헌장입니다.
이 선언은 전 세계 모든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기본 원칙으로 삼으며, 국가 간의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세계인권선언은 총 30개의 조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기서 인간의 존엄성, 평등, 기본 인권,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오늘 주제와 관련해 세계인권선언 제22조는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라는 규정을 못박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인권선언에서 규정된 권리를 구체화하고 국가들의 이행을 규제하는 목적으로 유엔총회가 1966년 채택한 뒤 1976년 발효된 국제 인권조약 ‘사회권규약’(ICESCR)의 제9조도 ‘당사국들이 모든 사람에게 사회보장권을 인정하도록 규정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두 가지는 국제 인권법의 핵심 원칙을 규정하고, 국가들이 국민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부여하는 국제적 기준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국제 조약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보장권’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질병, 노령, 실업, 장애 등과 같은 사회적 위험 요인에 직면했을 때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런 사회보장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제도를 사회보장제도라고 말하는 것이죠.
따라서 사회보장권은 ‘모든 사람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면, 사회보장제도는 이러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국가의 구체적인 제도인 겁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이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는 국제적 원칙을 제시하는 선언으로, 따지자면 북한과 회원국들은 이를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를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권규약의 경우 참여한 국가들에게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까닭에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 중 하나인 북한은 이 협약에 따른 법적 의무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 (CESCR)의 검토와 협력에 참여하고 있는 등 이러한 조약에 참여함으로써 일정한 인권에 관한 국제적인 의무를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북한에서 이 방송을 청취하시는 여러분께선 ‘사회보장권’이나 ‘사회보장제도’과 같은 말을 들으시면 먼저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어서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는 사회보장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미국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는 주로 연금, 실업급여, 의료보험, 노인복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연금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사회보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업급여를 통해 일시적인 실업에 대응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미국 정부는 여러 가지 지원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특히 이 중 하나로 ‘스티뮬러스 체크’라고 불리는 경기부양체크가 있었는데요.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3월엔 1차로 1인당 1200달러, 자녀 500달러씩 제공했고, 같은해 12월에는 2차로 부모자녀가 모두 1인당 600달러씩 지급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서는 2021년 3월에 3차로 부모자녀 모두 1인당 1400달러씩 받을 수 있었습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서 1억6500만명에게 3차에 걸쳐 모두 9310억달러를 이 경기부양체크를 통해 현금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 기간 미국 정부는 17세까지의 부양자녀들에게는 1인당 3000~3600달러씩 자녀 세금 공제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당시 미국 정부가 나눠준 경기부양체크를 받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모든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하지만은 않습니다.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기본적으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라는 이름의 공적 의료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분들과 저소득층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미국에 어떤 보편적인 건강보험제도가 존재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요. 방금 말씀드린 정부가 운영하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와 같은 공적 보험 외에는 주로 고용주와 개인이 구입하는 사립보험에 들어야 하는데 이 비용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이로 인해 여전히 수백만에 달하는 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실정인데요.
특히 미국의 의료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조차도 고액의 병원비와 약값 등에 부담을 겪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앞서 미국 뉴스를 보면 종종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 갔다가 나중에 집에 날라온 병원 명세서에 쓰인 ‘치료비 폭탄’을 맞고 심각한 경제적 고민에 빠진 사람들의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병원비 폭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연방의회에서는 앞서부터 여러 가지 법안을 추진해왔는데, 이 중 실제 법률로 제정된 사안 중 하나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노 서프라이즈 액트’가 있습니다. 한국어로 풀면 ‘병원비 때문에 놀랄 일 없게 하는 법안’ 정도로 말할 수 있겠는데요.
미국 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예기치 않은 높은 의료비 청구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의료비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됐다고 합니다.
다만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의료비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법률 개정과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편 세계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특히 잘 돼 있는 나라를 꼽으라면 스웨덴, 덴마크, 그리고 핀란드를 말할 수 있습니다.
국가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목적으로 유엔개발계획(UNDP)가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는 물론, 세계 각국의 국민 행복 지수를 평가하는 연례 보고서 ‘월드해피니스리포트’(World Happiness Report) 등 여러 지표가 유럽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위치한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이 세 나라를 사회보장제도가 세계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가 마땅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높은 세금을 걷지만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교육, 의료 서비스, 연금 등의 복지 혜택은 매우 좋다고 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스웨덴의 경우 특히 어린이와 가족에 대한 지원이 풍부하며, 육아휴직, 양육비 지원, 고품질의 보육 서비스 등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료 교육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이어지며 의료서비스 역시 대부분 무료로 제공된다고 합니다. 또 성별 평등과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유연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로 인해 스웨덴은 국제사회에서 저출산 문제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는 덴마크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를 가진 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덴마크에서는 무료 의료 서비스와 교육, 기본소득 지원, 높은 실업급여, 그리고 긴 육아휴직 기간 등이 제공됩니다.
또한 덴마크는 유연성과 안정성이라는 의미를 담은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라는 이름의 노동시장 정책을 도입해 근로자와 기업의 유연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근로자들에게 안정적인 사회보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덴마크는 낮은 실업률과 높은 삶의 질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핀란드의 경우 전 세계에서 교육 수준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인데요. 이 역시 핀란드가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의 효과 중 하나로, 무료 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의료 서비스도 대부분 무료이거나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고 하네요.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복지국가로서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세 나라 외에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구 유럽 각국들 역시 공적 의료보험, 노령연금, 실업급여 등의 사회보장제도를 체계적으로 갖추고 시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북한을 짚어보겠습니다.
북한의 사회보장법을 살펴보면 사회보장대상자를 “나이가 많거나 병 또는 신체장애로 로동능력을 잃은 사람,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 어린이”로 설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해당 법령의 목적은 “인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그들에게 안정되고 행복한 생활환경과 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물론 북한에 살아보지 않은 제가 북한의 사회보장제도를 놓고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사회보장권과 관련해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남한 통일부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걸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사회보장제도는 법적인 측면에서는 잘 갖추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부는 여기서 북한은 사회보장과 관련하여 다양한 법령을 마련해 두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단순히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사회보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며, 제도들이 실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확인이 요망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처럼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큰 것은 “사회보장권을 존중·보호·실현하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가 부족할 뿐더러 재정상황도 열악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연로연금은 매우 적은 금액만 지급되고 있어 고령층의 생계유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과 더불어 “긴급복지 지원 시스템이 부재하여, 가정의 경제활동을 담당하던 구성원이 갑작스럽게 질병, 사망 등의 상황에 직면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이 가정은 경제적 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질병 혹은 장애로 인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주민에 대한 지원 시스템도 부재하거나 형식적인 지원을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들의 생계 또한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며 “산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규정상으로는 연금 또는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지급되지 않거나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만 지급되고 있어 산재노동자와 그 가족은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시는지, 북한의 사회보장권이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은 마음입니다.
말씀드린대로 북한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외부의 시각은 이같은 제도가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북한 국민들은 경제적 어려움, 의료 서비스 부족, 교육 기회 부족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제적인 지원과 협력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북한의 사회보장 체계 개선이 인도적 차원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국민들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MC: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진행에 저는 한덕인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