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살인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라는 관측이 점점 더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 시작된 김주애 후계자설은 날이 갈수록 그 가능성을 높이면서 한국과 세계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씽크 탱크 즉 정책연구기관들과 한국의 북한관련 연구기관, 심지어는 통일부와 국정원조차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북한 전문가들이 이처럼 김주애 후계자설을 뒷받침하는 이유는 북한 선전매체들의 김주애에 대한 호칭과 보도 양상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지난 2022년 ICBM 시험발사현장을 보도하면서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김주애를 높여 불렀던 조선중앙텔레비죤등 선전매체들이 곧이어 또 다른 미사일개발 현장 보도에서는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한 층 격상된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은 또 작년(2023년) 11월 23일 만리경 1호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간부강연회에서 김주애를 우주강국 시대 '조선의 샛별'이라고 칭했으며 전 세계가 최고존엄(김정은)과 '조선의 샛별 여장군(김주애)'을 우러러 보게 될 것이라고 보도함으로써 김주애가 김정은과 같은 반열에 올랐음을 암시했습니다. 김정은은 아버지, 할아버지와는 달리 축첩질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대 수령들의 무분별한 축첩질로 이복 형제들이 많아 후계구도를 설정할 때 골육상쟁이 빚어졌기 때문에 자신은 리설주 외에 첩이나 배다른 자식을 갖지 않기로 작정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북한같은 폐쇄적인 독재국가에서 장남이 아닌 딸을, 그것도 11살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후계자 수업을 한다는 것이 얼른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여러가지 지병을 앓고 있다는 정보가 있긴 하지만 아직후계자를 지정할 단계는 아니며 더구나 장남이 있는데 어려도 한참 어린 여자애(김주애)를 벌써부터 후계자로 교육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입니다. 이 같은 전후사정을 감안해 보면 김주애 후계자설은 여전히 북한판 미스테리, 즉 수수께끼로 남아있습니다.
과거 김일성부터 김정은에 이르는 북한의 3대 후계과정을 보면 후계구도에서 탈락한 자식들은 비참한 삶을 살게 됩니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김일성은 본처 김정숙과의 사이에서 김정일과 김경희 남매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후처인 김성애와의 사이에서 아들 김평일을 두었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여자들과의 관계에서 여러 명의 혼외 자식을 두었다고 하는데 이들은 모두 사생아로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외부에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제외되었습니다.
한국의 정보기관과 탈북민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김일성은 처음에는 자신을 쏙 빼닮은 김평일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김일성을 닮았고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후 계속 인민군의 요직에서 복무했기 때문에 군대 안에 김평일 지지세력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일성과 빨치산 활동을 같이 한 소위 혁명원로들이 본처 자식이면서 장남인 김정일을 후계자로 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하는 바람에 김일성이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후계 경쟁에서 밀려난 김평일은 평생 생명의 위협을 느꼈고 해외를 전전하며 유배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동구권 여러 나라에 명목상의 대사로 파견되었지만 대사관안에서 감시원에 둘러싸여 창살없는 감옥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한 번 해외로 나간 김평일은 다시 평양에 돌아갈 수 없었으며 친모인 김성애 사망시에도 귀국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평일은 2019년이 되어서야 조카인 김정은의 소환명령을 받아 귀국했고 지금은 평양의 모처에서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복형과 친형을 누르고 권좌에 오른 김정은의 후계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복잡한 여자 관계로 유명한 김정일은 영화배우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장남인 김정남을 낳았고 북송 재일교포 출신인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김정철, 김정은, 김여정등 3남매를 두었습니다. 탈북민들은 김정일이 이들 외에도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은 혼외자식을 두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은 한 때 후계자로 유력시 되었지만 위조여권으로 해외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등 일탈행위가 잦아 김정일의 눈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은 말썽 많은 김정남보다 자신을 닮아 냉혹하고 호전적 기질이 강한 김정은을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합니다. 후계경쟁에서 밀린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 역시 북한에 머물지 못하고 해외를 전전하다 김정은의 지시를 받은 북한 공작원에 의해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당했습니다. 김정은과 같은 고영희의 소생인 친형 김정철에 대해서는 근황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동생 김여정은 김정은의 충실한 측근으로 대외선전 담당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후계자인 장남을 숨겨두고 나이 어린 김주애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외부세계에 혼선을 주기 위한 복합적인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주애가 모두의 예상대로 후계자로 굳어질지, 아니면 어느 순간 숨겨두었던 김정은의 장남이 혜성처럼 나타날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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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