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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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인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주민들의 중요한 소통 수단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9월을 기준으로 평양 주민(시민)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71.2%에 달한다고 합니다. 평양을 제외한 지방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접경지역과 비(非)접경지역으로 구분해서 각각 31.1%와 36.0% 정도로 평양과 지방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전체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40%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휴대전화 수가 750만 개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는데 북한의 경우 돈주나 권력층이 SIM 카드를 2~3개씩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휴대전화 사용자는 750만 명에 조금 못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말 즈음으로 초기에는 당간부 등 특권층에게만 보급되었다가 통신회사의 채산이 맞지 않아 적자운영이 이어지자 돈만 내면 모든 주민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지난 2002년 북한은 휴대전화의 통화품질 개선을 위해 통신망(중계소) 설치 사업을 2007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통신망 확충 사업은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나마 2004년에 룡천역에서 화약을 가득 실은 열차가 폭발하는 큰 사고가 발생하면서 북한당국은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고 통신망 확충 작업도 중단했습니다.

북한은 2008년에 다시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했고 통신망 확충 사업도 계속해 2010년대 들어서는 돈주는 물론 웬만한 일반인들도 휴대전화를 보유하는 것을 당연시 하면서 휴대전화 보급률이 급증했습니다. 북한은 휴대전화에 관한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의 이동통신 회사인 오라스콤이 2006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휴대전화 사용 인구는 360만 명으로 100명당 14.2명 꼴로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2017년 5월에는 가입자수가 약 410만 명으로 늘었고 2년 후인 2019년에는 450만 명 정도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북한에는 ‘고려링크’, ‘강성네트망’, ‘별’ 등 3대 이동통신회사가 휴대전화 통신망을 연결하고 있으며 사용되는 휴대폰 기종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3대 이동통신사가 모든 기종을 공유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도시 주민과 대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지방에서는 지능형전화기, 즉 스마트폰이 아닌 접이식 전화기(폴더폰)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휴대전화 네트워크, 즉 연결망의 속도는 지방은 3G, 평양 등 대도시는 4G로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느리고 불편하며 5G 수준의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는 한국에 비해서는 한참 뒤떨어져 있습니다.

북한이 선전자료에서 신형 스마트폰이라고 자랑하는 전화기의 성능은 한국이 4년 전 보급형 스마트폰으로 내놓은 수준의 지능형 전화기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손전화(휴대폰)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평양을 시작으로 북한에도 '전자결제시스템'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지방에서 평양까지 물건을 1주일만에 배송해주는 판매 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통화 요금에 일정액을 얹어서 결제하면 상대방이 그 금액만큼 현금으로 받는 송금 방식인 '전화돈'이 사용되고 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북한은 일반인의 인터넷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났다고 해서 북한 주민들이 인터넷 상에 넘쳐나는 각종 정보를 바로 획득할 수는 없습니다. 지능형 전화기를 비롯해 모든 손전화기의 인터넷 접속 기능이 차단되어 있으며 오로지 북한 내부용 인트라넷을 통해 당국이 제공하는 한정된 정보를 얻는데 만족해야 합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높아졌지만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해서 스마트폰의 활용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고 내부 소식통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2023년 12월 말까지 스마트폰 운영체계(OS 플랫폼)의 강제 업데이트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스마트폰의 모든 사용내역이 기록으로 남아 사후에 검열이 가능케 한 것은 물론 문자로 사진, 동영상 전송을 못하게 하고 있으며 당국에 의해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손전화가 발각되면 강한 처벌과 동시에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있습니다. 올해(2024년) 10월까지 2차 업데이트를 통해 그 어떤 외부 단자로도 스마트폰에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외부 정보와 한국문화(한류)의 유입으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당국의 이 같은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북한 젊은이들은 중국 통신망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도 하고 한류 문화를 수시로 접하고 있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통일부도 스마트폰 사용자 증가로 인해 북한내부에서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체제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