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농산물 결산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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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북한의 신문 방송 등 선전매체들은 높게 쌓아 올린 쌀 포대 더미 사진과 함께 올해 쌀 작황이 좋아 예년에 비해 높은 수확 성과를 거두었다고 선전했습니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북한이 올해에도 식량난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한데 대해 이를 반박하고 주민들에게 올해에는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선전전을 펼친 것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0월 22일 1면에 높게 쌓아 올린 쌀 포대 더미 사진과 함께 ‘올해 농사결속을 위한 투쟁에서 이룩된 자랑스러운 결실'이란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사진 속 결산분배 현장에는 쌀 포대 더미가 20겹으로 높이 쌓여 있고 붉은기와 '다수확 열풍'이란 선전구호가 쓰인 현수막, 꽃 장식 등으로 요란하게 치장되어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10월 9일에도 여러 면에 걸쳐 쌀 포대 더미를 찍은 사진을 싣고 농민들이 여느 해보다 풍족한 결산분배를 받게 되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구체적인 쌀 수확량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쌀포대 사진을 과시하며 연일 선전하는 것은 올해 쌀 수확량에도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쌀 수확성과를 자랑하려면 예년의 수확량과 올해의 수확량을 비교하는 통계 수치를 제시해야 하는데 무조건 쌀 포대 더미를 보여주면서 올해에는 식량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 한심한 것은 올해 쌀농사의 큰 성과가 모두 총비서(김정은)가 추진한 탁월한 농업정책 덕분이라고 선전하는 것입니다. 농기계 보급 확대, 과학농사 등 당이 추진한 정책들이 효과를 봤다는 주장입니다. 노동신문은 ‘올해 이룩한 풍만한 결실은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크나큰 노고를 떠나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북한의 쌀농사가 예년에 비해 풍작을 이루었다는 게 사실이라 해도 그건 농민들이 땀 흘려 노력한 결과이지 어떻게 김정은이 이뤄낸 업적이라는 건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농업전문가들은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량이 쌀과 옥수수 등을 합쳐 470만톤 정도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도 북한의 올해 작황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만성적인 식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한 해 먹고 살기 위해서는 540만톤 정도의 식량이 필요한데 생산량이 470만톤이면 여전히 70만 톤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북한을 식량지원이 필요한 46개국에 포함시켰습니다. FAO는 ‘작황 전망과 식량상황 분기 보고서(Crop Prospects and Food Situation Quarterly Global Report)’에서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안보 상황이 취약한 국가로 분류하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북한이 FAO에 의해 식량지원이 필요한 나라로 분류된 것은 지난 2007년 이래 17년째 연속입니다. 보고서는 북한 내 대다수 인구가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다양한 식품군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요란하게 선전하는 올해 결산분배에서도 농민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이 정한 기준대로라면 농민들이 연간 받아야 할 결산분배는 350~500kg입니다. 작황과 노력 기여도에 따라 다르지만 한 사람당 평균 400kg은 받아야 1년 살림을 꾸려갈 수 있다고 합니다.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올해 결산분배는 1인당 200kg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애국미 50kg을 공제하고 나면 실제로 받게 되는 분배량은 1인당 평균 150kg에 불과합니다.

북한은 여러가지 명목으로 애국미헌납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말이 헌납이지 강제로 애국미를 바치라는 것인데 한 해에 1차, 2차, 3차로 나누어 애국미헌납을 강요하는 바람에 농민들의 분배 몫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한국의 탈북민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식량을 팔아서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 농민들은 3~4월이 되면 보유식량이 바닥나 힘든 보릿고개를 겪게 된다고 합니다.

북한의 다수확 선전과 달리 식량사정이 여전히 긴박한데도 김정은이 전국의 2호창고(전시예비식량)부터 우선적으로 채우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1년동안 땀 흘려 농사 지은데 대한 보상이 너무 초라해 불만이 많은데 농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는 대신 전시예비식량 창고부터 채우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이처럼 주민들이 보유한 식량을 악착같이 거둬들여 국가의 식량 보유량을 늘리는 것은 식량을 통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체제에 순응하도록 길들이기 위해서라고 탈북민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고질적인 식량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협동농장을 해체하고 농지를 농민들에게 돌려주는 방법 외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1984년 농촌의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농민들에게 자율적으로 농사를 짓게 한 결과 식량 생산량이 50%나 증가한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김정은의 농업정책을 칭송하고 수확량을 과대포장해 선전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주민은 없을 것입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