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뗀 김정은, 선대 후광 기대지 않아”

서울-목용재, 고영환 moky@rfa.org
2021/11/05 08:29:21.041899 GM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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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뗀 김정은, 선대 후광 기대지 않아” 국회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28일 비공개로 진행한 국정원 국정감사 도중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당 회의장 배경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을 없애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도 시작했다고 했다. 지난 2016년 열린 북한의 7차 당대회 모습과(아래 사진)와 5년 뒤 8차 당대회(위 사진)의 회의장 모습으로 김일성ㆍ김정일 초상이 부각된 7차 대회와 달리 8차 대회장에는 노동당 대형마크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수립 중입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총비서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진을 떼어냈다는 보고를 하기도 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최근 북한 노동신문이 김정은 당 총비서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강조하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는데요.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고영환: 노동신문이 김정은 당 총비서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강조하며 김정은 총비서를 중심으로 뭉쳐 난국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연이어 싣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3일 기사에서 “나라의 경제를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운영되는 정상궤도에 올려 세우고 사회주의강국 건설을 다그치자면 일심단결의 위력을 더 높이 발휘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일심단결은 김정은 동지에 대한 절대적 신뢰에 기초한 전체 인민의 충성심의 결정체이고 총비서 동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문은 계속하여 “당 중앙의 사상과 영도에 어긋나는 행위는 추호도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간부들이 인민의 마음 속 고충과 생활상 애로를 풀어주기 위해 발이 닳도록 뛰고 ‘일심단결을 어지럽히는 독초’를 뿌리뽑기 위한 투쟁을 강도 높이 벌이라고 지시하였습니다. 특히 김정은 총비서 주위에 일심단결하여 “인민이 기다리고 반기는 실질적 성과, 실질적인 변화를 이룩해 노동당 만세, 일심단결 만세라는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하여 현재의 경제적 난국을 해결하는 방법은 김정은 총비서 주변에 굳게 뭉치고 김정은 총비서의 ‘유일영도 체계’를 철저히 확립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목용재: 지난주 한국의 국가정보원도 북한이 이른바 ‘김정은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고영환: 지난달 28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의 한 보고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체중을 감량했을 뿐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주요 보고로는 북한이 김정은주의를 정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내용이었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국정감사가 끝난 후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북한에서 그동안 김일성주의, 김정일주의만 있었는데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집권 10년을 맞아 김일성주의, 김정일주의와 차별화되는 김정은주의를 독자적으로 정립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을 국정원이 확인하고 보고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였습니다. 그 근거 중의 하나로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 집권 10년을 맞아 당 회의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사진을 없앴다는 것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7차 당대회 주석단 사진을 노동신문에 실었을 당시에는 배경에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를 걸어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진행된 8차 당대회 주석단 배경 사진에서 선대 지도자들의 초상화들이 사라졌습니다. 또 다른 근거로 국정원은 북한이 내부적으로는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거론했습니다. 국정원 관계자는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독자적 사상 체계를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국정원장이 말씀하신 것”이라며 “사상 체계를 (이미) 정립했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김정은주의가 어떤 사상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북한 선전매체들이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부쩍 강조한 것으로 보아 김정은주의가 무엇인지는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자 노동신문 기사에서 북한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본질을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정식화하시고 당 사업 전반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도록 하시어 당과 인민 대중의 혼연일체를 더욱 굳건히 다져주신 총비서 동지의 영도는 또 얼마나 비범한 것인가”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7년부터 ‘우리 국가제일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주체사상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사상과 우리민족제일주의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김정은주의라는 것은 선대가 내놓았던 ‘우리민족제일주의’를 ‘우리인민 제일주의’와 ‘우리국가 제일주의’로 세부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회의장 배경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진을 없앴다는 내용이 흥미로운데요. 위원님께서는 이 같은 조치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선대들의 이른바 ‘혁명위업’을 이어 받은 후계자라는 사람이 북한의 가장 큰 대회인 당 대회에서 선대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걷어냈다는 것은 커다란 정치적 의미를 가집니다. 북한은 이제까지 ‘김일성민족’, ‘조선의 시조 김일성’ 등의 정치용어들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김일성이라는 이름이 없는 ‘조선’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자신이 선대 지도자들의 위업을 이어 받은 혁명의 계승자라고 스스로 말해 왔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김정은 총비서는 자신을 ‘걸출한 지도자’, ‘위대한 수령’ 등으로 부르게 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자신을 ‘위대한 수령’으로 부르지 못하게 하면서 ‘친애하는 지도자’로 부르게 했습니다. 북조선에 위대한 수령은 김일성뿐이라는 것을 강조한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자신의 지위를 조부 김일성 주석의 반열에 스스로 올려놓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놓은 ‘우리민족제일주의’를 ‘우리인민 제일주의’로 이름만 바꾸어 김정은주의라고 칭하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이제는 선대 지도자들의 후광이 없어도 충분히 북한을 통치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 인민들이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교황을 직접 만나 방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죠?

고영환: 지난달 29일 바티칸을 공식 방문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을 방문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습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돼 북한을 방문해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 즉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제안에 교황은 “북한과의 대화 노력이 계속되길 바라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돕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대주교는 지난달 30일 교황의 방북 문제와 관련해 바티칸에서 문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에 동행한 기자들을 만나 “(교황청에서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 접촉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교황청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과 관련하여 북한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교황의 평양 방문이 실현될지 주목됩니다.

목용재: 위원님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십니까? 종교에 대해 탄압한 바 있는 북한이 교황을 초청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교황의 평양 방문이 실현된다면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긍정적인 면을 우선적으로 본다면 종교를 마음 속으로 믿고 있는 일부 북한 주민들에게 커다란 희망을 줄 수도 있고 교황 자신이 김정은 총비서에게 영향을 주어 북핵 문제,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겁니다. 부정적인 면을 본다면 북한이 세계적인 종교지도자가 평양에 찾아왔다는 것에 대해 김정은 총비서가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존경을 받고 있는지를 증명해 준다며 우상화에 악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 문선명 씨가 평양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만났을 때 북한은 세계의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가 김일성 주석에게 커다란 존경과 흠모의 정을 표시하였다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똑같은 일이 재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코로나19 감염병이 주춤해지면 김정은 총비서가 교황을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권력을 제대로 장악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선대 지도자들의 사진을 떼어내고 ‘김정은주의’를 공공연히 표방하고 있는 만큼 김 총비서의 위상이 굳건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황이 방문한다면 김 총비서의 우상화에 활용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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