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무기거래 발뺌 러시아 ,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나?
( 진행자 ) 지난해 가을부터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의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이 바뀌고 있다는 소식을 몇 차례 소개했습니다. 전 세계가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는 이를 발뺌하고 있습니다. 증거가 그렇게 많은데 왜 잡아떼는 것인가요?
( 이일우 ) 올해 1월 4일 부임한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 게오르기 지노비예프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에서 대량의 무기를 들여오고 있다는 서방 세계의 주장은 거짓 선전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최근 미국과 영국 정부, 세계 각국의 싱크탱크가 위성사진과 현장 제보 등을 근거로 러시아가 북한에서 대량의 무기를 조달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러한 지적에는 증거가 없고, 그것들이 그저 러시아를 폄훼하기 위한 선전의 수단일 뿐이라며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러시아는 2006년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제1695호부터 2017년 제2397호 제재까지 11차례가 넘는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제재를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는 나라입니다. 지노비예프 대사 자신도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모든 안보리 결의를 준수한다고 주장했숩니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활동하는 일반 인플루언서나 편향적 언론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지노비예프 대사는 특명전권대사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 받은 대리인으로서 한국에 와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지위에 있는 사람이 부임 2주 만에 무려 8개 중앙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자청해 자신들은 북한에서 무기를 들여온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러시아가 한국을 얼마나 얕잡아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대외적으로 북한제 무기 수입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자존심과 명분 문제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대량의 무기를 지원 받은 것에 대해 대단히 부끄러워하고 있고, 전후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연방이 된 이후에도 무기를 팔았으면 팔았지 수입한 적이 없는 방산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이런 러시아가 외국, 특히 극심한 빈국인 북한에서 대량의 무기를 들여와 전쟁을 한다는 것은 러시아의 자존심은 물론, 러시아 국내정치적 차원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명분도 문제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대량의 무기를 도입했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반대급부를 북한에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을 것이고, 이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비난 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거나, 미국 주도의 반러, 반중 블록에 밀착하는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앞으로도 계속 북한과의 무기 거래 사실을 잡아떼는 오리발 전략을 취할 것입니다.
'ㅈ'자 세겨진 북 무기 , 우크라 민간인 학살에 사용

( 진행자 ) 러시아가 아무리 오리발을 내밀어도 증거가 너무 많습니다. 북한에서 들여온 무기와 탄약들이 전장 에서 사용되는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 증언과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전쟁터가 아닌 민간인 거주구역에 북한제 무기가 사용되면서 북·러 양측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요?
( 이일우 )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의 포탄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러시아는 하루 평균 5~7만 발의 포탄을 사용하며 개전 초 펼쳤던 대대적인 화력전에 준하는 수준의 엄청난 화력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동부전선의 쿠퍈스크와 크레미나, 바흐무트, 아우 디우카 지역이고, 남부 전선은 소강상태인데, 러시아군은 이들 격전지에 퍼붓는 포탄만큼이나 많은 포탄을 전쟁터가 아닌 다른 곳에 퍼붓고 있습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이 사는 도시와 마을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월 21일, 울분에 찬 목소리로 러시아의 민가 공격을 성토했습니다. 그는 러시아를 괴물로 표현하면서, 그 괴물들이 9개 지역 100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포격을 받는 도시들은 전쟁터와 가까운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주요 전선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그야말로 완전히 엉뚱한 곳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드네프르 강 이북의 헤르손 시티를 비롯해 강변에 있는 여러 도시와 정착촌들에 매일 로켓탄과 박격포탄이 떨어지고 있고, 2022년에 교전이 중단된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인 체르니히우, 수미, 하르키우 국경 지역의 도시와 마을에도 온갖 종류의 포탄이 매일 날아들고 있습니다. 전선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쪽 내륙의 미콜라이우와 크리비리흐, 드니프로 같은 지역에도 마을, 아파트, 쇼핑몰, 학교를 가리지 않고 미사일과 로켓탄이 쏟아지며 매일 사상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극심한 포탄 부족에 시달리던 러시아가 이렇게 마음껏 전쟁터와 민간인 거주구역에 포탄을 날릴 수 있게 된 것은 북한 덕분입니다. 지난해 9월 포탄 공급이 시작된 후 한 달여 만에 100만 발이 넘는 포탄이 러시아에 넘어갔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온갖 종류의 포탄과 미사일이 러시아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포탄이 남아도니 전장의 우크라이나 군 부대는 물론, 전쟁과 관계없는 민간인들에게도 닥치는 대로 포격을 가해 공포를 조성하고 전쟁 피로도를 높여 저항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입니다.
지난 1월 2일, 우크라이나 동부 대도시 하르키우에는 도심 한복판에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이 떨어져 7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검찰, 영국의 분쟁조사기관인 CAR 조사팀이 현장에서 미사일 파편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해당 미사일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형 미사일과 형상은 유사했지만, 제트 베인, 중앙디스크 볼트, 기압계가 전혀 다른 형상이었고, 미사일 전체의 크기도 달랐습니다. 로켓 모터와 배터리 라벨 등에서는 북한의 군수공장인 2월 11일 공장을 의미하는 112라는 숫자와 한글 ‘ㅈ’자도 발견됐습니다.
적대 행위와 무관한 민간인을 포격해 살상하는 것은 국제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전쟁범죄 행위입니다. 이러한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은 그 행위를 저지른 자뿐만 아니라, 그러한 범죄 행위에 사용될 것을 알면서도 무기를 공급하는 공급자에게도 적용됩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공급하는 무기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대량 학살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무기 거래를 추적하는 것은 나중에 이 모든 범죄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입니다.
민간인 사살 무기 러에 주고 북은 '사치품' 무더기로 받았다?
( 진행자 ) 러시아가 북한에서 얼마나 많은 무기를 수입했으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책임자가 러시아 최대 무기 공급국은 북한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수장이 북한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만큼 대량의 무기를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그만큼 대량의 무기를 제공했다면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대가도 어마어마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주로 무기 기술이나 정제유, 식량 같은 것들을 받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정작 북한이 가장 공을 들여 가져오는 물자는 사치품이라고요?

( 이일우 )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장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이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러시아의 최대 무기 공급처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대량의 포병 탄약과 무기를 공급한 덕에 러시아가 숨을 돌릴 수 있었고, 북한의 도움이 없었다면 러시아는 끔찍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번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언급했고, 부다노우 국장이나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도 말했지만, 북한이라는 극빈국 에게 무기를 받아오는 것은 러시아에게는 엄청난 굴욕이지만, 러시아가 전방위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에게 그만한 물량의 무기를 공급해줄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유일했습니다. 북한 역시 무기 거래 협상에서 자신들이 유리한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무기 거래 계약을 맺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해 무기 값을 후하게 받았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를 거래하기로 합의한 시점은 지난해 여름이었습니다. 북한은 수해를 입었고, 그해 작황이 좋지 않아 식량 사정이 매우 나쁜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밀이나 감자, 옥수수 같은 식량 자원을 대량으로 우선 들여오고,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정제유, 의약품 등을 대량으로 수입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았는데, 북한이 가장 먼저, 가장 공을 들여 들여온 것은 생필품이 아니라 사치품이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 참석할 때, 독일의 고급차 브랜드, 벤츠의 최고급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인 마이바흐 GLS600 최신형을 타고 왔습니다. 이 차량은 2023년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된 최신 버전으로 시판 차량 가운데 최고가 차량에 해당하는 고급형이기 때문에 사치품으로 분류돼 UN 대북제재에 의해 북한 수출이 금지돼 있는 품목입니다. 이 차는 기본형으로도 17만 달러가 넘는 고가의 차량인데, 김정은이 타는 차량이라면 당연히 방탄 차체, 런플랫 타이어, 통신장비 옵션 등의 추가 개조가 들어간 변형일 것이기 때문에 실제 가격은 50만 달러를 가뿐하게 넘을 것입니다. 물론 이는 정상적으로 구매했을 때 기준이고, 과거 대당 160만 달러짜리 마이바흐 S600 풀먼가드 특수방탄차량을 들여왔을 때 케이스처럼 여러 나라를 경유하는 세탁 과정을 거쳤을 것을 생각하면, 수송비용과 통관비, 서류 조작 등에 차량 가격의 몇 배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어 갔을 것입니다.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북한이 코로나 방역 전시 체제를 선포하고 거의 모든 무역로를 틀어 막고 주민들을 희생시켰던 2021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해 지난해에는 확인된 규모로만 전년 대비 15배가 증가했는데, 김정은의 관저와 특각, 평양 시내에 새로 지은 고급 아파트들에 들어가는 내부 마감재와 가구는 물론, 명품 시계와 의류, 고급 와인, 이른바 혈통이 보증되는 승마용 마필들이 주요 수입품 이었습니다.
최근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3년치 임금을 착취해 이른바 전쟁준비자금으로 당에 헌납했고,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길림성 여러 공장에서 시설을 점거하고, 간부들을 인질로 잡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북한에 있는 주민들, 해외에 나가 있는 노동자들의 고혈을 빠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량의 불법무기 수출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거주 구역을 피바다로 만들어주고 돈을 벌어 사치에 혈안이 된 북한 지도부를 보면, 인류 역사상 이런 악마 같은 집단이 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기거래 너머 위험한 '북러 밀회'에 경각심 가져야
( 진행자 ) 북한이 러시아에 불법 무기를 제공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를 키우고, 무기를 팔아 번 돈으로 사치와 향락에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한국 입장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특히 더 경계 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요?
( 이일우 ) 국가 간에 무기를 사고파는 행위는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군수지원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러시아는 소련이 무너지고 한국과 수교하면서 북한과의 군사적 협력을 완전히 끊었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북·러 양자 간의 군수 분야 협력, 인적 교류, 연합훈련 등의 형태로 군사 협력이 재개됐습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은 이번 거래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나 부품, 기술을 들여오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군사력을 더욱 현대화하고, 그 치명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이번 거래를 통해 러시아에 여러 종류의 무기, 그 중에서도 탄도미사일을 판매해 실전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개발한 여러 종류의 미사일은 미사일 자체의 생산 비용도 비용 이지만, 한미일 3국의 반발 때문에 실전 배치에 앞서 충분한 시험 발사를 못하고 배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러시아가 실전에서 이 미사일들을 계속 쏴주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무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김씨 일가와 평양 지도부의 삶은 더욱 사치스러워질 것이고, 이와 더불어 북한 주민을 옥죄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군사력도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북러 무기 거래를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제재 확대와 경제 협력 중단, 한미일 군사동맹 등 러시아가 겁내고 두려워할만한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