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러 구매 철회로 계륵된 ‘화성-11나’ 북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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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우크라 전쟁에 북 미사일 투입의 충격적인 결과

( 진행자 ) 지난해 북한에서 대량의 무기를 구매했던 러시아의 쇼핑 목록에는 북한이 자랑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화성-11나'형도 있었습니다. 최근에 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실전에 투입됐는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고요?

( 이일우 ) 우크라이나 전선 곳곳에서 북한제 무기가 발견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북한이 수출한 최신형 전술 탄도 미사일, '화성-11나', 한국에서는 KN-23이라고 부르는 미사일 사용이 확인됐습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자료에 따르면 이 미사일이 최초로 사용된 것은 지난해 12월 29일, 자포리자 방면이었는데, 해당 미사일은 격추됐고, 1월 2일과 2월 5일에 동부 대도시 하르키우, 2월 15일 수도 키이우에 각각 1발이 발사돼 지면에 탄착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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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8형 ICBM 시험발사 모습. /연합

화성-11나는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매우 유사한데, 우크라이나가 해당 미사일을 북한제라고 특정 한 이유는 기존에 격추된 이스칸데르 잔해와는 매우 다른 내부 구조, 부품들 때문임. 그리고 상당 수의 부품이 러시아에서 생산되지 않는 부품들이었습니다.

북한제 화성-11나형이 실전에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고 분석했는데, 결과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우선 1월 2일에 발사된 화성-11나는 하르키우 시내를 향해 발사됐는데, 목표물로 추정됐던 공장 건물 대신,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넓은 공터에 떨어졌습니다. 2월 5일, 마찬가지로 하르키우 시내로 발사됐던 화성-11나는 시내가 아니라 시내에서 5km 이상 떨어진 교외 농촌의 비어있는 폐허 건물에 떨어졌습니다.

2월 15일 키이우를 향해 발사된 화성-11나 역시 도심이 아니라 도심 북부의 산림지대에 떨어져 엄청난 화구를 만들었습니다. 탄착이 확인된 3발 가운데 2발이 킬로미터 단위의 오차가 나왔다는 것은 사실상 눈 먼 미사일이라는 이야기인데, 이는 극악의 명중률로 조롱을 받았던 구소련의 초기형 스커드 미사일보다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분석에 따르면 각 미사일에서는 200개 이상의 미국, 유럽산 상용 전자부품 들이 사용됐는데, 서방제 부품을 밀수해 가져다 쓰고서도 그 정도 정밀도밖에 못 낸다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유도 기술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북 이스칸데르는 어떻게 눈먼 미사일이 되었나 ?

( 진행자 ) 이 미사일은 북한이 기존의 구형 미사일들을 교체하려고 차량, 열차, 사일로 등 온갖 발사 플랫 폼에서 발사할 수 있게 만든 북한의 주력 전술 탄도미사일입니다. 그런 미사일이 왜 이런 형편없는 명중률이 나왔나요?

( 이일우 ) 북한 당국이 공개한 2022년 1월 14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 검열사격 결과를 보면, 비행거리 430km, 정점고도 36km 조건에서 동해상 알섬이라는 표적지에 오차 없이 정확하게 2발이 떨어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상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지난 주 소개한 한국 KTSSM에 필적하는 엄청난 명중률인데, 일단 북한은 터진 ICBM도 안 터졌다고 우기고 다시 발사하는 나라이니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데이터는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화성-11나형이 우크라이나에서 이처럼 형편없는 명중률을 보인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됩니다. 하나는 미사일 자세제어 계통의 문제,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교란입니다.

우선 자세제어 계통 문제임. 오리지널 이스칸데르는 Thrust Vector Control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자세를 제어함. 떨어지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미사일 뒤쪽에 있는 여러 개의 작은 가스 노즐을 통해 미세하게 미사일의 방향을 제어하는데, 이 TVC 기술은 날개를 이용한 안정화 기술보다 한층 더 진일보한 기술임. 그만큼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리지널 이스칸데르는 이 TVC를 이용한 궤도 보정을 위한 데이터값을 얻기 위해 탄두 앞부분에 전자광학원점조준시스템이라는 장치를 넣음. 이 장치는 미사일이 종말 단계에서 팝업 기동 등 기존 궤도에서 이탈하는 회피 기동을 하더라도, 원래 계획된 표적으로 다시 향할 수 있도록 메모리에 미리 표적 이미지 데이터를 입력해 놓은 다음, 종말 단계에서 전자광학장비로 촬영한 이미지를 매칭해 동일한 건물, 지형, 사물 등을 식별하고 그 식별된 표적 방향으로 미사일이 움직이도록 TVC에 자세 보정값을 입력해주는 장비입니다. 이런 장비가 있음에도 명중하지 못했다는 것은 북한제 이스칸데르에는 이런 복잡한 전자광학 장비가 안 들어갔을 가능성, 그리고 들어갔더라도 자세 제어를 위한 TVC 기술이 부족했을 가능성 두 가지 모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킬로미터 단위의 오차가 나온 것을 보면 전자광학원점조준시스템이 아예 없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북한의 화성-11나에 전자광학원점조준시스템이 없다는 전제 하에, 성립되는데, 이 미사일이 순수하게 관성항법장치와 위성항법 보정으로 유도된다는 가능성입니다.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위성항법시스템은 상용 GPS, 러시아 글로나스, 중국 베이더우인데, 러시아나 중국이 군사용 암호화 위성항법 주파수를 열어줬을 리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상용 위성항법 신호를 쓸 것이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교란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위성항법 재밍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그렇게 재밍하면 수백미터에서 킬로미터 단위의 오차를 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화성-11나는 유도장치 쪽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 미사일 대신 이란과 계약한 러시아의 셈법

( 진행자 ) 북한은 김정은이 미사일 제조 공장을 직접 시찰하면서 대량생산 체제를 지시했습니다.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을 대량으로 팔아서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심산이었는데, 김 총비서가 김칫국을 들이키는 동안 러시아는 북한제 미사일 대량 구매를 포기했다고요?

( 이일우 ) 러시아가 북한에서 대량의 무기를 구매하기로 한 것이 지난해 7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방북 일정 때였습니다. 이후 북한은 군수공장을 사실상 전시 수준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김정은은 8월 11일과 12일, 전술미사일 생산 공장을 찾아 미사일 생산 수량을 대폭 늘리라고 지시했음. 이는 러시아 미사일 수출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은 러시아가 극심한 미사일 부족에 시달리던 시기로 북한이 개발한 여러 종류의 신형 미사일들을 팔아 달라고 애걸복걸하던 시기였습니다. 당연히 김정은은 미사일을 대량 생산해 러시아에 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야말로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152mm 곡사포탄 1발 잘 팔아봐야 600달러 정도인데, 화성-11나와 같은 전술 탄도미사일은 동급인 이스칸데르 수출형과 같은 가격 이라고 가정했을 때 1발에 300만 달러 넘게 받을 수 있음. 포탄 5천발 판매하는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문제는 러시아가 실전에서 쏴보니 북한제 미사일이 북한 이야기하고는 완전히 다른 성능을 보여 주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키이우, 하르키우 사례에서 본 것처럼 킬로미터 단위의 오차가 발생 한다는 것은 차라리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 가져다 복원해서 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1월 초부터 이란과 접촉해서 미사일 대량 공급을 논의했고, 1월 말부터 2월 중순 까지 4차례에 걸쳐 대량의 탄도미사일을 인수했습니다. 이란에서 구매한 미사일은 파테-110이라는 사거리 300km짜리 전술 탄도미사일과 졸파가르라는 사거리 700km의 전술탄도미사일임. 이들 미사일은 개발된 지는 20여 년 정도 됐지만, 고체연료 방식이어서 발사 준비 시간 길게 들이지 않고도 기습 발사가 가능하고, 속도는 마하 4 안팎으로 느리지만, 명중률은 확실했고, 중동에서 친이란 민병대에 의해 실전 검증까지 마친 미사일입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400발 가량 구매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러시아가 1주일에 2회 안팎, 한번에 5발 정도의 탄도미사일을 쏘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10개월 가까이 쏠 수 있는 양입니다. 즉, 이제 북한제 미사일은 안 산다는 이야기. 북한제 탄약도 품질이 나빠 일선에서 불평이 많았는데, 미사일은 오죽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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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해 7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발사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러에 못 판 북 미사일 , 못 맞추는 명중률에 남북이 떤다

( 진행자 ) 결국 북한이 대량으로 생산한 미사일은 북한군 손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명중률이 형편없으니 안심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이 형편없는 명중률의 미사일이 더 무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이 화성-11나, 한국에는 얼마나 위협이 될까요?

( 이일우 ) 눈이 달려 있고 정확히 유도되는 미사일이라면 전략시설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큰 위협이지만, 눈 먼 미사일, 특히 위력이 강한 미사일이 대량으로 배치된다면 그것도 무서운 상황입니다.

킬로미터 단위의 공산오차라면 한국 서울 남쪽의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를 겨냥해 발사한 미사일이 인근 과천 정부청사나 인근 아파트 밀집 지역, 최악의 경우 인구밀집지역이자 교통 요충지로 엄청난 인파가 오가는 사당역 인근을 강타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유도가 되는 미사일이라면 어떤 전략시설을 노릴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한국군도 이에 대비할 수 있는데,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미사일이라면 말 그대로 예측불가능이기 때문에 요격 자산 배치와 방어 작전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은 이러한 미사일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예방적 자위권 차원에서의 선제타격 카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남북 모두에게 파멸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김정은은 맞지도 않는 미사일 대량으로 만들지 말고 그 돈으로 주민들에게 쌀이나 옥수수를 사 주길 바랍니다. 이제 곧 보릿고개입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