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군사훈련은 ‘짝퉁전시장’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4.03.17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군사훈련은 ‘짝퉁전시장’ 88식 보총 헬리컬 탄창으로 무장한 북한군 병사들의 훈련을 지켜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출처: 조선중앙통신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한미<자유의 방패>훈련에 맞춰 휴전선 침투부대 방문한 김정은

 

(진행자한미 양국이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 훈련을 시작하자 북한도 군사적 대응에 나섰다. 김정은이 3 6일과 7일 연속으로 군사훈련을 현지 지도하며 현대화된 북한군의 면모를 자랑하려 했다고요?

 

(이일우)  한·미 양국이 3 4일부터 <자유의 방패>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북한은 매년 실시되는 한·미 연합 훈련 시기가 되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맞대응 성격의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며 자존심 대결 구도를 만들어 왔는데, 이번에도 한·미 연합훈련 시작 이틀 만에 김정은이 직접 현지지도에 나선 군사훈련을 연이어 실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번 훈련은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수행하고, 국방상인 강순남, 총참모장인 리영길이 현지에서 김정은을 영접했는데, 6일과 7일 훈련에는 북한 최고위 군부 인사들은 물론, 전연군단인 1, 2, 4, 5군단장도 참가할 정도로 큰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3 6일 실시된 훈련은 보병 위주의 훈련으로 헬기를 이용해 한국군 전방초소 GP에 침투해 이를 제압하는 공중강습작전이 주된 내용이었고, 3 7일 실시된 훈련은 포병 위주 훈련으로 유사시 서울 포격 임무를 수행하는 장거리 포병 구분대 실사격 훈련이 중심이었습니다.

 

북한은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 이 훈련들을 선전했는데,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는 여러 종류의 신형 무기들이 식별됐고, 고위 장령들부터 하급전사들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신형 전투복과 군장, 무기류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이번 훈련을 통해 북한군도 한·미 연합군 못지않게 현대화되어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북 보병부대의 기묘하고 황당한 한국군 따라하기  

 

(진행자김정은이 6일에는 보병부대 훈련을, 7일에는 한국의 서울을 타격하는 장거리 포병 구분대 훈련을 시찰했습니다. 6일 훈련에서는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침투하는 모습과 현대화된 장구류를 착용한 북한 보병부대들의 모습이 공개됐는데, 일반인들이 봐서는 모르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이 그렇게 많았다고요?

 

(이일우)  일단 6일 훈련을 보면, 보병부대들이 나와서 헬기를 타고 공중강습도 하고, 소총 사격도 하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보병 장구류들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는데, 인상적인 것은 신형 방탄헬멧과 신형 전투복, 그리고 전술조끼와 같은 개인 장구류들이었습니다.

 

이날 북한군 병사들이 들고 있던 총기는 소련의 AK-74 돌격소총을 북한이 생산한 88식 보총의 개량형인데, 기존의 88식 보총과 달리 개머리판과 총열덮개가 개량형으로 교체돼 있었고, 사격할 때 반동을 줄여주는 컴펜세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장병들은 이 총을 들고 신형 전투복과 방탄조끼, 팔꿈치와 무릎 보호대까지 착용했고, 렉 홀스터라고 허리와 허벅지 쪽에 차는 권총집도 차고 있었음. 굉장히 그럴싸한 구성이었습니다.

 

북한 군인들의 이 같은 구성은 누가 봐도 미군이나 한국군을 흉내 낸 것이었습니다. 일단 장령들이 입고 있는 디지털 픽셀의 전투복은 한국군의 화강암 패턴 전투복을 모방한 것이고, 병사들이 입고 있던 전투복은 미군 현용 전투복인 멀티캠 패턴을 베낀 것입니다.

 

방탄복을 겸하는 전술조끼도 몰리 시스템, 즉 용도에 따라 스트랩을 조절해 탄창 주머니나 권총집, 구급팩이나 무전기를 끼워 넣을 수 있는 시스템을 흉내는 냈는데, 말 그대로 흉내만 냈을 뿐, 조끼 앞부분에 천으로 된 탄창집을 박음질해 넣어서 서방 선진국의 방탄복의 모습만 흉내냈을 뿐, 기능은 따라하지 못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착용법도 틀렸습니다. 방탄복은 주요 내장기관이 몰려 있는 상체의 중심부를 보호하도록 최대한 쇄골 쪽으로 올려 입도록 되어 있는데, 이렇게 입으면 배 부분이 튀어 나와서 멋이 없습니다. 물론 매일 실전을 겪는 미군이나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장병들은 멋보다는 생명이 우선이기 때문에 제대로 착용하지만, 북한군은 그런 것도 없었습니다.

 

이밖에도 탄창 용량을 늘리기 위한 헬리컬 탄창도 어김없이 등장했는데, 이 헬리컬 탄창은 30발 짜리 용량의 88식 보총을 75~100발까지 늘려주는 방식이지만, 태엽 감듯이 나선형으로 탄알이 장전돼 있기 때문에 기능고장이 많고, 탄창 교환에 들어가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서 쓰는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뭔가 있어 보이려고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헬리컬 탄창을 계속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헬기를 타고 한국군 초소를 기습하는 사진들도 그냥 보여주기용이었습니다. 헬기 레펠하는 자세도 엉망이었고, 초소를 향해 사격 자세를 취하며 접근하는 것도 보기에는 멋있지만 전술적으로 보면 초소의 기관총 일제 사격에 한 번에 전멸하기 딱 좋은 대형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돌격할 때 인공기를 들고 달려가는 사진이 있었는데, 이것은 초소에 있는 기관총 사수에게 나 여기 있으니 죽여 달라 달려드는 꼴입니다.

 

[2] 북한군 Mi-8 공중강습작전.jpg
공중강습작전 훈련 중인 북한군 /출처: 조선중앙통신

 

가장 가관은 김정은이 88식 보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해당 총기가 컴펜세이터를 장착해 반동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소총 반동을 잡기 위한 기본적인 파지법과 견착법부터가 틀렸습니다. AK74 계열은 상하반동이 좀 있는 편이기 때문에 오른손은 권총손잡이를, 왼손은 총열덮개 부분을 감싸듯 단단하게 쥐고, 개머리판은 어깨 안쪽으로 단단히 견착해야 하는데, 김정은은 탄창 부분을 잡고 견착도 대충 했습니다. 아마 살이 찌고 가죽조끼 때문에 불편해서 견착을 엉망으로 한 것 같은데, 왼손 파지를 놓고 보면 사격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인지 의문입니다.

[3] 김정은 88식 보총 사격 시범.jpg
88식 보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하는 김정은 /출처: 조선중앙통신

 

선전용 과다 노출과 허점만 과다 노출된 북 신형 자주포

 

(진행자한국군이나 정보당국이 가장 관심 있게 보았을 장거리 포병 구분대 훈련에서는 ‘북한판 K9’이라 불리는 신형 자주포도 등장했습니다. 북한도 이 신형 자주포를 중심으로 많은 사진을 찍어서 공개 했는데, 사진 때문에 북한군 포병의 문제점들만 노출됐다고요?

 

(이일우)  일단 북한은 이번 훈련을 서울 포격을 위한 장거리 포병 구분대 훈련이라고 했는데, 이 소개부터 거짓말이었습니다. 이날 훈련에는 22연장 240mm 방사포부터 170mm 자행곡사포, 155mm 152mm 자행곡사포가 등장했습니다.

 

이 중에서 152mm 자행곡사포는 한·미연합군에서 M-1991로 분류하는 모델로, 북한에서는 덕천호 라고 부르는 장갑차에 소련제 D20 152mm 곡사포를 결합한 화포입니다. 이 포는 북한군 사단급 부대 편제화기인데, 최대 사거리가 17km 정도여서 서울 타격은 불가능한 포임. 사격이 가능한 장거리 화포들을 전부 긁어모았는데, 만족할 수준만큼 양이 안 되니 서울은 고사하고 휴전선 FEBA 라인 정도만 겨우 포격할 수 있는 구형 야포까지 가져와서 눈속임을 한 것입니다.

 

북한이 이날 중점적으로 자랑한 것은 주체107년식 155mm 자행형 곡사포라 부르는 최신형 모델 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진이 이 곡사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국의 K9 자주포가 북한에 넘어간 것으로 오해하기 충분한 수려한 디자인의 자주포입니다. 이 자주포는 이름 그대로 주체107, 서기로 따지면 2018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해 한·미 정보당국에서는 M-2018 모델로 분류하는 신형 자주포입니다. 열병식과 김정은 지도 훈련에서 몇 번 등장해 북한군 현대화의 상징처럼 선전되는데, 이번에 사진을 너무 많이 찍다보니 약점을 노출시켰습니다.

 

이 자주포는 일반적인 자주포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차체 후방의 출입문이 없습니다. 이는 이 자주포가 전차 차체를 급하게 전용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주포에 후방 출입문이 없는 경우 승무원들의 승·하차가 매우 어렵고, 포탄을 적재할 때 40kg에 육박하는 무거운 포탄과 장약통을 들어서 포탑에 있는 해치로 밀어 넣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황당한 설계는 다른 나라의 자주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또 이 자주포에서는 화포를 방열, 즉 표적 방향으로 정렬할 때 그 기준점을 잡는 수단인 방향 포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내부에 장착된 위성항법장치와 관성항법장치에 의존해 신속하게 방열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채택한 것 같은데, 유사시 이러한 전자장비가 망가지면 방열이 가능 할지 의문입니다.

 

포탑 위 해치에는 일반적으로 보병 제압용이나 대공사격용으로 중기관총을 설치하는 것이 상식 인데, 북한은 여기에 AGS-30 자동유탄발사기를 2개나 달아놨습니다. 이 유탄발사기는 위력도 약하고 탄착점이 거의 널뛰기 하다시피 튀는 것으로 악명이 높아 러시아군도 잘 쓰지 않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것을 여기다 달아 놨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악 중 최악은 신뢰성. 배연기에서 연기 새는건 뭐니?

 

(이일우)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입니다. 이 자행포의 사격 사진들을 분석해 보면, 포신 중앙부 배연기 부분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이 보입니다. 배연기는 포를 사격했을 때 포신 안에 있는 잔여 가스가 폐쇄기를 통해 포탑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인데, 배연기에서 가스가 샌다는 것은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주포의 내구도가 낮아 긴 사거리를 내기 위한 높은 위력의 추진 장약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뜻이고, 연속해서 사격할 경우 포탄이 포신 내에서 폭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격 당시 모든 자행포의 해치는 닫혀 있었는데, 아마 내부에 탑승한 포병들은 역류해 들어온 가스 때문에 밀폐된 차체 내부에서 질식사 직전까지 갔을 것입니다.

[4] 주체107년식 자행형 곡사포.jpg
주체107년식 155mm 자행형 곡사포 /출처: 조선중앙통신

 

문제는 152mm 규격을 유지하던 북한이 왜 155mm 구경을 도입했냐는 것입니다. 사격 현장을 보면 자행포 뒤에 152mm가 사용하는 목제 탄약박스 대신, 한국군이나 미군처럼 검은색 원형통 모양의 장약통이 보입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규격의 포탄을 도입했다는 것인데, 155mm가 추가되면서 이제 북한군 포병 탄약은 170mm, 155mm, 152mm, 130mm, 122mm, 100mm, 76.2mm로 더욱 복잡해지게 됐습니다. 이러한 포병 탄약 다종화는 보급 혼란을 가져오고, 탄약관리를 어렵게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포병 전투 효율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북한의 이번 무력시위는 신형 자행포의 문제점들을 세부적으로 드러내주는, 자책골이나 다름 없는 행위였습니다.

 

김정은이 자책골 제조기인 무기 현대화를 밀어 붙이는 의도는?

 

(진행자) 북한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았고, 1990년대부터는 공산주의 체제의 필연적 결말에 봉착해 경제가 거의 붕괴된 상태입니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같은 비대칭 무기 개발에 열을 올린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재래식 군사력에 투자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 었는데, 갑자기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에 나섰다.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가진 것이고, 무슨 돈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까요?

 

(이일우)  북한군 수뇌부가 아무리 우물 안 개구리여도, 수십 년 군 생활을 했다면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실전적이지 않은, 심지어 결함과 문제점들이 대놓고 표출되는 저런 장비들을 늘어놓고 사진까지 찍어 공개한 것은 이 장비들이 전투용이 아니라 과시용, 선전용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제 핵보유국을 천명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요란하게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며 핵무기와 미사일 전력, 즉 비대칭 전력의 현대화는 완성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비대칭 전력의 현대화가 끝났다면 다음 단계는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인데, 지난해 여름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 조치 이후 북한은 김정은이 직접 군수공장을 돌며 여러 종류의 신무기, 가령 소총이나 저격총, 통신 장비, 전차나 자행포 같은 신형무기들의 대량 증산을 독려했습니다. 최고 지도자가 신무기 증산을 지시했는데, 결과물이 없으면 안 되니 저런 식으로 끌어 모아서 사진을 찍는 행사를 벌이는 것입니다.

 

사실 김정은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포병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논문도 포 사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위성항법장치 활용 방안일 정도로 포병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 논문을 김정은이 직접 썼다는 보장은 없고, 학교 생활도 어떻게 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포병에 대해 기본적인 교육만 받았다면 저 주체107년식 자행형 곡사포와 같은 물건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주체107년식 자행형 곡사포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럴싸한 수준을 넘어 멋지다는 감탄이 나올 정도지만, 전문가가 보면 실전용으로 가치가 없는 강철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김정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이 화포가 처음 등장한지 6년이 넘었지만, 열병식과 훈련 등을 통해 공개된 숫자는 단 9문에 불과합니다. 대량 생산이 안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앞으로도 열병식이나 군사훈련 보도를 통해 이런 재래식 무기 현대화 치적을 계속해서 선전할 것입니다. 그 선전용 장비들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돈을 써야할 텐데, 차라리 그 돈으로 옥수수나 쌀을 사서 인민들 배를 채워주면 쓸데없는 물건 만들어서 선전할 때보다 더 좋은 정치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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