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모스크바 테러 비극으로 북한이 얻은 이익
( 진행자 )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해 지구촌이 떠들썩합니다. 러시아는 이 사건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공습을 확대하면서 북한이 이익을 보고 있다고요?
( 이일우 ) 미국 백악관이나 국무부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3월 22일의 테러는 우크라이나와 무관합니다. 다만, 테러범 4명이 모스크바 남쪽 M3 고속도로를 타고 우크라이나 방면으로 도주하다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랸스크주에서 잡히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러시아 국외로 탈출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뿐, 이것만 가지고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를 사주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러시아는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전인 3월 2일과 3월 7일, 모스크바 남부 칼루가와 자치공화국인 잉구셰티아에서 IS 조직원들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이번 테러 작전계획도를 입수하기도 했는데, 사전에 테러 계획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이나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몰고 가면서 우크라이나 민간인 거주구역에 대한 공습과 포격 강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지난 3월 23일, 24일, 25일 사흘에 걸쳐 대규모 드론, 미사일 공격을 가했고, 대부분의 공격은 민간인 거주구역과 에너지 인프라를 대상으로 한 것 이어서 우크라이나의 피해가 정말 컸습니다. 러시아는 미사일과 포탄, 항공기용 폭탄에 ‘크로커스의 복수‘ 같은 문장을 쓰고, 이걸 또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이번 테러를 어떻게든 우크라이나와 연결 지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3월 말 순안공항서 북 미사일 실은 러 수송기 포착
( 이일우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격과 폭격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탄약과 미사일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러시아는 주로 화물선이나 철도로 탄약을 수입해 갔는데, 지난 3월 21일부터는 평양 순안공항에 IL-76 수송기가 계속 들어와서 15m 길이의 컨테이너를 싣고 갔습니다. 한미정보당국은 해당 컨테이너 안에 탄도미사일이 들어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제 미사일이 신뢰성이 아무리 떨어져도, 러시아는 민간인 살상이 목적이기 때문에 명중률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판매하는 화성-11나형과 같은 이스칸데르형 전술 탄도미사일은 1발에 300~500만 달러 정도 하는데, 이는 152mm 포탄 5~8천발 정도를 판매하는 것과 비슷한 가치입니다. 이것을 돈으로 받을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무기 기술이나 부품, 사치품 등으로 무기 대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크게 늘어난 미사일 판매를 통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받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보당국에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MIG-29 성능개량 지원을 받고 있고, 이미 기술자들이 들어와 해당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북한은 신형 전투기 도입을 위해 조종사와 정비요원 교육생들을 선발해 러시아에 보냈는데, 이와 별개로 기존 전투기 개량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러 땡처리 미그 -29, 북 받는다
( 진행자 ) 북한이 보유한 전투기 종류는 굉장히 많은데, 현대화 개량이 필요한 다른 기종들을 제쳐두고 북한 공군에서 가장 강력한 전투기로 평가되는 MIG-29를 개량하는 이유가 뭔가요?
( 이일우 ) 북한은 전투기는 꽤 많이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현대전에서 사용할 수 없는 고물들입니다. 250대 넘게 가지고 있는 MIG-19 이하 전투기들은 이제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고철들이고, 실질적 주력으로 운용 중인 MIG-21 계열 150여 대는 제대로 된 미사일을 운용할 수 없어 2차 세계대전 방식으로 근접공중전을 해야 하는 퇴물 기종입니다. 그나마 쓸 만한 기종은 56대를 가지고 있는 MIG-23과 40여 대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MIG-29인데, MIG-23은 워낙 낡아서 이제 러시아도 개량해 줄 수 없는 기종이고, 그나마 MIG-29가 러시아에 아직 생산 라인도 남아있고, 개량용 부품과 예비 장비들이 많아서 개량 대상으로 선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1989년부터 51대의 MIG-29를 주문해 제55항공연대와 제57항공연대 2개 부대에 배치 하고 평양 방어용으로 사용했습니다. 20여 대는 직도입했고, 나머지는 평안북도 구성에 있는 방현 항공기공장에서 조립 생산했는데, 생산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소련이 망해서 부품 수급이 중단 됐습니다. 부품이 끊기기 전에 북한이 조립을 완료한 기체가 40여 대 정도였는데, 30년 넘게 부품 공급이 안 됐기 때문에 멀쩡한 기체를 뜯어다가 다른 기체 부품으로 쓰는 동류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현재 가동되는 기체는 20대 미만, 실제 비행이 확인되는 기체는 16대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방현항공기공장을 무인기 생산 라인으로 전환했지만, MIG-29 생산을 위해 설치한 설비 들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러시아 역시 지금은 MIG, Sukhoi 등의 전투기 메이커가 통합항공기 공사라는 국영기업으로 통합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MIG 전투기 생산라인이 남아있고, 현재는 MIG-29SM, MIG-35라는 개량형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MIG-29용 부품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북한 순천기지 현대화 공사를 소개하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으로 방치된 MIG-29 전투기를 들여올 수 있다는 전망을 해드린 적이 있는데, 러시아 전역의 전투기 생산 설비와 창고에 남아있는 MIG-29 전투기 부품과 만들다 만 기체들, 그리고 현재 생산되는 신형 부품들이 북한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러시아는 공군력을 수호이 계열 전투기로 통합해 군수지원 효율을 높이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수호이보다 상대적으로 성능도 떨어지고 재고도 많은 MIG-29 계열을 북한에 주면, 악성 재고 털어내서 좋고, 북한에 무기대금으로 줘야 할 자금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되니 좋은 거래입니다.
현재 러시아 공군에는 250여 대의 MIG-29 계열 기체가 남아 있는데, 이 중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체는 70여 대에 불과합니다. 과거 미코얀 설계국과 계열 생산설비들에 방치된 미완성 기체와 부품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부품들을 가져다 북한에 주고, 전투기의 일부 부품을 신형으로 교체해 성능을 강화해주는 그런 개량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거리 공격 가능 4.5세대 전투기로 업그레이드
( 진행자 ) 러시아가 북한의 MIG-29 전투기를 개량해 준다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개량할 것으로 전망 하나요? MIG-29는 과거 소련의 전투기 중에서도 꽤 쓸 만한 전투기라는 평가가 많아 탈냉전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개량된 사례가 있는데, 북한 MIG-29가 개량되면 어떤 능력을 갖게 되나요?
( 이일우 ) MIG-29는 미국의 F-16과 같은 등급의 경량급 전투기로 분류되는 모델입니다.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개량 이전 MIG-29 모델인 MIG-29 펄크럼-C의 경우, 과거 동독 공군도 운용했었는데, 냉전 붕괴 후 미국이 한국공군의 KF-16 초기형과 동일한 사양인 F-16C 블록 50 모델과 모의 공중전을 붙였을 때 F-16C가 패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인도의 MIG-29도 소폭 개량을 통해 미군 F-15C와 대등한 공중전 성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물론, 미군이 기체 정보 수집을 위해 일부러 봐줬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MIG-29의 기본기 자체는 상당히 탄탄한 편입니다. 걸프전과 유고 슬라비아 전쟁 때 실전에서는 F-15C에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했습니다.

현재 러시아 UAC는 MIG-29의 최신 개량형, MIG-35 모델을 수출형으로 판촉하고 있는데, 해당 모델에 들어가는 일부 구성요소들이 이번 북한공군 MIG-29 개량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전투기라는 것은 마치 조립컴퓨터와 같아서 호환되는 장비들을 잘만 가져다 끼우면 상당한 성능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기존 MIG-29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레이더를 최신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레이더 Zhuk-AE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레이더를 교체하려면 조종석을 디지털화해야 하고, 임무컴퓨터도 교체해야 하는데, 임무컴퓨터를 교체하면, 새 레이더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최신형 공대공 미사일 R-77이나 R-73 같은 무기는 물론, 공대함 미사일인 Kh-35 같은 무기를 운용할 수 있습니다.
엔진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RD-33 엔진은 단종됐기 때문에, 성능이 더 향상된 RD-93 계열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이 엔진은 파키스탄 공군의 JF-17에도 탑재되는 모델로 현재 대량생산되고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재고가 충분합니다.
이러한 개량을 하게 되면 북한의 MIG-29는 100km 거리 밖에서 한국공군 전투기를 탐지해, 동시에 4개의 한국 전투기에 R-77 공대공 미사일을 날려 공격할 수 있고, 근접 공중전에서도 꼬리를 무는 형태의 공중전을 하지 않아도 헬멧에 연동된 조준기로 조종사가 보는 방향으로 발사할 수 있는 R-73 미사일을 쓸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4세대 MIG-29가 4.5세대에 준하는 수준의 성능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그 -29로는 너무나도 빠르고 강한 한국 전투기
( 진행자 ) 현대화된 전투기가 40~50대 정도 갖춰지면 북한 입장에서도 평양 방어는 물론이고, 상당히 공세적으로 공군력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4세대 또는 4.5세대 수준으로 개량된 북한 MIG-29, 과연 한국공군 전투기들과 맞붙게 되면 누가 더 셀까요?
( 이일우 ) 앞서 소개한 것처럼 성능 개량이 이루어지면 북한의 MIG-29는 성능이 굉장히 향상될 것이고, 부품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가동 기체 숫자도 현재의 20대 미만이 아닌, 50대 이상으로 늘려나갈 수 있습니다. 30년 넘게 공군력 현대화를 못 했던 북한 입장에서는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지만, 문제는 이런 개량으로 따라가기에는 한국공군이 너무 강해졌습니다.
북한이 MIG-29를 4.5세대로 개량한다고 해도, 그 수량은 50대 안팎이 될 것이고, 전투기를 개량 한다고 해서 지난 수십 년간 조종사 연평균 비행 훈련 시간이 10시간 안팎, 한국공군의 5~10% 정도 밖에 안 되는 환경에서 전투력이 갑자기 크게 상승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30년 전부터 도입한 KF-16C/D 전투기 140여 대를 KF-16V 사양으로 개량했고, 59대를 가지고 있는 F-15K 전투기도 4.5세대 모델인 F-15EX 사양으로 개조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압도적 성능 우위를 가진 스텔스 전투기 F-35도 40대나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공군 주력인 KF-16V와 북한의 개량형 MIG-29가 맞붙는 상황을 가정하면, 북한이 러시아에서 가져올 수 있는 최고급 옵션들로 MIG-29를 개량한다고 해도 전투 자체가 안됩니다. KF-16V의 성능이 압도적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KF-16V에 들어가는 APG-83 레이더는 최대 탐지거리가 370km에 달합니다. 정면 레이더 반사 면적이 5제곱미터 수준인 MIG-29는 200~250km 밖에서 탐지할 수 있고, 저피탐 레이더 기술을 적용해서 MIG-29를 레이더로 조준하더라도 조준 당한 MIG-29는 조준 당한 사실조차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조준해서 120km 거리에서 암람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면, 북한의 MIG-29는 미사일이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기 전까지 파악조차 못합니다. 암람의 속도는 마하 4에 달하기 때문에, 자신이 공격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쯤, 북한 조종사는 공중에서 산산조각납니다.
북한 MIG-29가 기적적으로 한국공군 KF-16에게 근접공중전을 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문제입니다. KF-16V는 40km 거리에서 조종사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자동으로 조준되는 최신형 AIM-9X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이 미사일은 조준할 필요도 없이 일단 발사한 다음, 북한 전투기 근처까지 날아간 다음 표적을 지정해주는 발사 후 락온 기능까지 있습니다. 반면, 북한 전투기에서 사용하는 공대공 미사일은 그런 기능이 없기 때문에 근접 공중전에서도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현재 MIG-29 개량과 IL-76 조기경보기 개조 작업을 동시에 병행 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 경우 러시아에서 사거리 300~400km짜리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가져와 조기경보기 지원을 받아 초장거리 공대공 교전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미사일은 한국공군 전투기나 미군 전투기의 전자전에 취약하고, 기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전세 역전을 노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전투기 개량에 상당한 돈이 들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개량된 MIG-29도 주체107년식 자주포나 M-2020 전차처럼 실전에서는 별 가치 없는 표적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 경제도 어려운데, 인민들 고혈 쥐어짜서 낭비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