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 '만리경'에 천리마 버리고 새 엔진 장착 진행중
( 진행자 ) 지난해 11월, 북한 최초의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궤도에 올리는데 성공한 북한이 4월에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예고했는데 결국 이 발사는 연기된 것으로 보입니다. 위성 발사 대신에 위성 발사체를 실험하는 듯한 동향이 관측됐다고요?
( 이일우 ) 북한은 2023년 5월에 한번, 8월에 한번 만리경-1호 발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러시아의 기술적 자문과 협력을 받은 후인 11월에야 만리경-1호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북한은 발사 성공 후 한국과 미국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했다며 자신들도 군사정찰위성 보유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찰위성은 지구 저궤도를 공전하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움직입니다. 만리경-1호 역시 초속 7.61km, 마하 22.4 정도의 속도로 평균 94.7분에 지구 한 바퀴씩, 하루 15바퀴를 도는데, 한반도 상공을 하루 2번, 많게는 3번까지 돌 수 있습니다. 만리경-1호는 광학정찰위성이기 때문에 야간에는 정찰 활동이 불가능해 하루 1번 정도만 한반도 주변 상황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하루에 1번만 한반도 주변을 촬영할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만리경-1호가 가장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대상인 미국의 항공모함은 55노트, 시속 약 55km 정도의 속도로 하루에 1,300km를 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항모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찰위성, 가능한 한 광학 정찰위성과 레이더 정찰위성을 섞어서 발사해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30일, 당 전원회의에서 2024년 중 3개의 정찰위성을 더 쏘아 올리겠다고 밝혔는데, 첫 번째 위성 발사 시기로는 4월 초가 유력했음. 실제로 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에 다수의 통신, 원격 측정 차량들을 가져다놓고 김정은이 참관하는 추가 발사 행사를 준비했지만, 4월 8일에서 4월 10일 사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행사 준비가 취소되고, 배치됐던 장비와 차량들도 대부분 철수했습니다.

그 대신 서해위성발사장 한편의 엔진시험장에서 식물 고사 흔적이 발견됐는데, 전문가들은 이 흔적이 엔진시험장에서 새 발사체 엔진 연소 실험을 실시한 흔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새 발사체 엔진 연소 실험을 한다는 것은 새로이 위성을 쏘아 올릴 발사체가 기존의 천리마-1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천리마-1호는 한국이 지난해 7월, 만리경-1호 1차 발사 실패 직후에 서해에서 인양해 분석 작업을 마쳤는데, 기술적, 군사적으로 대단히 형편없고 조악한 로켓으로 확인됐습니다. 액체로켓이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탑재 중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 됐는데, 이 때문에 만리경-1호는 정찰위성치고는 덩치가 작은 300kg급 정도로 제작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발사체 성능 강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고, 지난해 9월, 김정은의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 때 우주 개발 기술 협력 논의가 있었던 만큼, 러시아 측의 지원을 받아 발사체를 개량했거나, 새로운 발사체를 만들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이번 위성은 기존 만리경-1호보다는 전반적인 성능에서 더 뛰어난 개량형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비용 저효율의 '만리경' 고집 이유는?
( 진행자 ) 만리경-1호는 잘 알려진 대로 최근 서비스 중인 상업용 지구관측위성보다 성능이 떨어져 위성을 띄우는 것보다 상업용 위성사진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비용 대 효과 측면에서 더 낫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많은 돈을 써가며 정찰위성을 여러 개 가지려는 이유는 뭔가요?
( 이일우 ) 1차 발사 시도 때 추락한 만리경-1호를 인양해 한국 정보기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10~20m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가로 10~20m, 세로 10~20m를 하나의 점 으로 인식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정찰위성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수준입니다. 지난 3월에 한국의 삼성전자가 상용 스마트폰 최신 모델을 풍선에 장착해 36km 고고도에서 지상을 촬영한 사진
들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이것을 본 일부 전문가들이 북한 정찰위성보다 1천 달러짜리 상용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더 낫다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외화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북한이 정말 비용 대 효과를 생각했다면, 만리경-1호와 같은 군사정찰위성을 쏴 올리는 대신, 민간업체들이 유료로 제공하는 상업용 위성사진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입니다. 북한의 만리경-1호 첫 번째 발사 시도가 실패했을 때, 당시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이 발사 비용이 북한 전체 주민들을 열 달 동안 먹일 수 있는 식량을 살 수 있는 규모라고 말한바 있습니다.
대략적으로 약 24~25억 달러 정도로 추산합니다. 그런데 상업용 위성사진은 해상도가 북한 정찰위성보다 더 뛰어난 30cm 정도에 달하고, 회당 구매 비용도 비싸야 수천달러 정도로 저렴합니다. 최근 미국 정보기관이 지적한 것처럼, 다수의 정찰위성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국 각지에 미사일을 쏠 때, 표적 정보를 얻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지구관측위성 서비스를 이용해 페이퍼 컴퍼니로 최신 위성사진을 구매하고 있습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다수의 정찰위성을 가지려는 이유는 예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 전략자산의 위치를 추적하고,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핵미사일을 날리기 위함입니다. 북한이 올해 발사를 예고했던 위성 3기를 모두 궤도에 올리면, 4기의 위성으로 6시간에 한 번씩 한반도 주변 촬영이 가능합니다. 이 정도만 해도 현재 실전배치를 준비 중인 새별-4형과 같은 장거리 무인 정찰 전력과 연동해 운용하면 미국 항모의 위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찰자산들이 화성-11 탄도미사일이나 화살-2형과 같은 핵 투발 수단의 눈 역할을 수행하면, 북한은 한반도 주변은 물론, 동중국해 일대까지 핵미사일을 이용한 반접근 / 지역 거부 전략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체제 생존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 서태평양에서 미국, 일본을 대상으로 세력 균형을 맞추는데 기여해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크게 격상시켜줄 수 있습니다. 북한이 위성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미국은 다 계획이 있다 – 북 정찰위성은 고비용 '깡통'
( 진행자 ) 북한이 다수의 군사정찰위성을 갖추고,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강습상륙함과 같은 전략자산에 대한 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되면,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발언권이나 협상력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이러한 군사정찰위성, 어쩌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요?
( 이일우 )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을 받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더 들여 보다 향상된 성능의 군사정찰 위성을 쏘아 올리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이 위성은 미국에게 위협이 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수송기, 차량으로 세계 어디든 배치할 수 있는 소형화된 위성 교란 장비, CCS Block 10.2라는 장비를 우주군에 배치해 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에도 군산기지에 이 CCS Block 10.2 운용 지원을 위한 우주군 병력이 배치돼 있는데, 미군이 이 장비를 사용하면 북한의 지상 기지국에서 위성으로 가는 업링크 신호, 위성에서 북한 기지국으로 보내는 다운링크 신호 모두를 교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통제 신호를 가로채 위성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굳이 미국까지 나서지 않더라도 한국도 향후 3년 안에 북한 위성에 대한 요격 능력을 갖게 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26일, 한국 국방부는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장거리, 고고도 미사일 요격체계 SM-3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사업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8,03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SM-3 미사일을 들여오는 것인데, 2025년에 미사일을 발주하면 2026년 하반기에는 인수할 수 있고, 시스템 통합 과정을 거쳐 2027년에는 운용 가능 상태가 됨. 한국은 이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신형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을 올해 하반기에 인수할 예정입니다.
정조대왕함은 이지스 베이스라인 9.C2 전투체계와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 BMD 5.0을 탑재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에 호환되는 SM-3는 Block IB와 Block IIA입니다. 한국이 Block IB를 구매할 경우, 사거리 700km, 요격고도 500km까지 대응이 가능하고, Block IIA를 구매할 경우, 사거리 2,500km에 사거리 1,000km까지 대응 가능함. 만리경-1호는 490~510km 사이의 궤도를 돌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저궤도 위성은 SM-3로 요격 가능합니다. SM-3는 2008년, 구형 SM-3를 이용해 마하 23으로 저궤도를 돌고 있는 폐위성을 요격해 파괴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3척이 배치되는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에 모두 SM-3를 배치할 예정이고, 기존의 구형 세종대왕급도 개량해 SM-3 운용 능력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에, 북한의 정찰위성은 한반도 주변을 지날 때 언제든 요격될 수 있습니다.
SM-3 미사일의 한국행 의미
( 진행자 ) 한국이 고심 끝에 SM-3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대단히 큰 정치적 결단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한국도 미국, 일본 주도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 협력하게 되는 것인가요?

( 이일우 ) 사실 한국 내에서는 SM-3 도입에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았습니다. SM-3는 최소 요격 고도가 100km 이상이기 때문에 비행 고도가 50~70km 정도인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들에 대응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미국 미사일방어국의 실험 데이터를 보면, SM-3 Block IB의 최소 요격 가능 고도는 80km이고, 보다 신형인 Block IIA는 33km까지 낮아졌습니다. Block IIA는 마하 13.2의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보다 2배 이상 빨라 발사 원점만 신속하게 파악하면 북한 미사일이 북한 영공을 날고 있을 때 일찌감치 요격이 가능합니다.
한국 내에서 SM-3 미사일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북한, 중국의 반발을 염려하는 소위 진보 성향 언론과 정치인들이 많은데, 이들이 SM-3 미사일 도입에 반대하며 내세운 대부분의 논리들은 지난 4월 19일, 미국 이지스 구축함이 이스라엘로 날아오는 이란 탄도미사일을 요격 하는데 성공하면서 모두 깨졌음. 한국이 이스라엘 방공전투 일주일 후 SM-3 도입 결정을 내린 것도 그동안 SM-3 불가론의 배경으로 제시된 근거라는 것들이 모두 허위라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이 SM-3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발사와 동시에 이를 탐지하고 곧바로 요격탄을 쏠 수 있도록, 강력한 감시정찰 자산을 준비해 놓아야 합니다. 이러한 감시정찰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서 오직 미국만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의 SM-3는 반드시 미국의 MD 네트워크와 연동해 연합자산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한국이 당면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으로 번영을 구가하려면, SM-3 도입 결정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과 더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