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가정의 달 5월, 북은 '전쟁 준비의 달'
( 진행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주 군수공장을 방문하면서 각종 미사일과 방사포의 대량 생산 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수출용이라는 일각의 관측과 달리 북한에서는 이 무기들이 남한만을 겨냥한 무기라고 주장하고 있죠?
( 이일우 ) 한국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인데, 북한은 전쟁 준비의 달인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5월 10일, 240mm 방사포 시험 사격 참관을 시작으로 11일과 12일에 방사포를 생산하는 국방공업기업소들을 연쇄 시찰하고, 14일에는 화성-11라형 전술미사일 생산 시설도 찾았습니다. 17일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발사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찾아서 대량 생산을 지시했습니다.
김정은이 최근 방문한 무기 공장들을 나열해 보면, 17일 방문한 화성-18형 이동식 발사차량 공장을 제외하면 모두 전술 무기체계들을 생산하는 시설이었습니다. 5월 11일과 12일 찾았던 평화 자동차공장의 240mm 방사포는 60~100km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한국 수도권을 타격하기 위한 무기이고, 14일 찾았던 화성-11라 미사일 역시 110~18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한국의 수도권과 중부지역을 타격하기 위한 전술 무기입니다.

이런 무기들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 무기들을 러시아에 수출하기 위해 홍보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을 했었는데, 러시아군의 화력운용교리나 보급체계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김여정도 5월 17일 담화를 통해서 이 무기들은 “서울이 허튼 궁리를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쓰이는 것”이라면서 대남 타격용임을 강조했습니다. 즉, 유사시 이 무기들은 한국, 특히 수도권 지역에 엄청난 화력을 퍼붓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김정은의 5월 14일 근거리 미사일 공장 방문 때 사진 상에 나온 발사차량이 90대 넘었는데, 이는 이 공장에 있는 물량들만 동원해도 동시에 360발의 화성-11라형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북한은 최근 이런 유형의 미사일 이동식 발사차량을 엄청난 숫자로 찍어내고 있는데,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기껏해야 100~200여대 수준으로 추산했던 북한의 이동식 발사 차량이 그 몇 배로 불어나 이제는 감시 추적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함. 한국 입장 에서는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됐습니다.
한국 공군 '밥 한 공기 위성' 전력화
( 진행자 )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도 흥미로운 소식 하나가 발표됐습니다. 한국공군이 초소형 위성 전력화 사업과 관련한 연구용역 사업을 발주했다고 하는데, 초소형 위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 이일우 ) 최근에 한국공군이 <초소형 위성체계의 후속체계 구축방안>이라는 연구용역 과제를 발주했습니다. 한국군에서 연구용역 사업은 어떤 무기체계를 도입하거나 정책을 짜기 전에 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연구 성격으로 진행되는데, 이 사업은 말 그대로 초소형 위성을 도입한 뒤, 그 후속 초소형 위성들을 연속으로 도입하기 위한 타당성 검토 성격의 연구입니다.
그런데 초소형 위성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 것임. 한국은 이미 425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5기의 정찰위성을 도입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데, 그 사업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한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위성은 크기에 따라 1톤 이상의 대형위성, 500~1,000kg급 중형위성, 100~500kg급 소형위성, 10~100kg급 초소형위성, 10kg급 미만의 나노위성, 1kg보다 더 작은 피코위성 등으로 구분합니다. 미국의 KH-11과 같은 고성능 정찰위성이 대형위성 범주에 들어가고, 한국이 통신위성으로 사용 하고 있는 무궁화 시리즈가 중형위성, 미국의 스페이스X가 대량으로 쏘고 있는 위성통신서비스용 스타링크 위성들이 소형위성 범주에 들어감. 한국이 쏘겠다는 것은 100kg 안팎의 소형위성입니다.
위성은 높은 성능이 요구되면 요구될수록 덩치가 커지고 가격이 비싸집니다. 일단 우주공간에서 음속의 20~30배 속도로 움직여야 하니 엄청난 충격과 진동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 이고, 우주에는 대기가 없어 태양열을 받고 안 받고 차이에 따라 고온과 저온을 오고가기 때문에 내열 성능도 우수해야 합니다. 지구 자기장과 대기 영향권 밖에 있기 때문에 우주 방사선을 그대로 맞는다는 문제도 있는데, 이 우주방사선은 고에너지 중이온으로 위성 안의 반도체를 때려 전자 부품에 데미지를 줍니다. 대형 위성은 진동이나 열, 우주방사선으로부터 내부 장비를 보호하는 차폐 장치들이 잘 갖춰져 있고, 내부에 들어있는 정찰용 카메라나 통신장비 등도 대형, 고성능 제품을 넣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비쌉니다. 일반적인 전자광학 정찰위성의 경우, 싼 것은 3000~5000만 달러, 비싼 것은 1억 달러가 넘어감. 이는 발사 비용을 제외한 위성 자체 가격으로, kg당 발사 비용이 5~7만 달러 정도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중대형 위성은 매우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형위성이나 초소형위성은 중대형 위성보다 싼 장비들, 특히 상용 부품들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싸게는 수십만 달러, 비싸도 1,000만 달러를 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전자기기들의 소형화, 고성능화로 상용 부품을 써도 상당한 수준의 성능이 나오고, 소형위성으로 만들어도 쓸만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소형위성과 초소형위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런 위성은 작고 가볍기 때문에 보통 하나의 발사체에 여러 개를 함께 실어 발사하거나, 중대형 위성을 쏘는 발사체에 끼워서 발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덕분에 발사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소형이나 초소형 위성은 가격이 매우 싼 대신, 비싼 부품을 쓴 중대형 위성보다 내구성이 떨어 지기 때문에 그 수명이 3년 안팎입니다. 일반적인 중대형 위성이 7~10년 이상 쓴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주 짧은데, 가격을 생각해 보면 이른바 가성비 면에서는 월등합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소형, 초소형 위성을 대량으로 발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한국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US’블랙젝’ 프로젝트, 북 압박의 ‘게임체인저’되나?
( 진행자 ) 초소형 위성을 이용한 이른바 군집위성 개념은 미국이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한국이 진행 중인 초소형 위성 계획과 미국의 군집위성 계획은 개념이 다른 것인가요?
( 이일우 ) 일부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전자광학, 적외선, 레이더, 심지어 통신 감청에 해킹 능력까지 갖춘 전지전능한 위성들을 대량으로 발사해 전 지구의 모든 인류를 감시하는 빅브라더의 화신 같은 설정을 가진 기계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현재 미국이 추진 중인 <블랙잭> 프로젝트 역시 비슷한 개념인데, 앞으로 5년 안에 실용화됩니다.
블랙잭은 1,000개의 각종 위성을 띄워 지구 전체를 마치 위성의 그물로 감싸는 계획입니다. 각각의 위성은 전자광학카메라를 가진 위성, 적외선 센서를 가진 위성, 합성개구레이더를 가진 위성, 각 위성 간 소통이 가능하게 통신을 중계해주는 중계용 위성 등 여러 기능을 가진 위성들인데, 각각의 위성은 100~400kg 정도로 아주 작게 만들어집니다.
이 위성은 미국이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정찰위성들과 연계해 전 지구를 실시간으로 감시합니다. 예를 들어 이 소형위성이 평양 전체를 저해상도 카메라와 레이더, 적외선 센서로 365일 24시간 감시하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고해상도 센서를 가진 고성능 정찰위성이나 정찰기를 보내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입니다. 이 위성들은 지상이나 해상에 있는 감시 대상을 감시하기도 하지만,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와 같이 일반적인 탐지체계로는 추적이 어려운 공중 초고속 비행 물체들도 실시간으로 추적해 요격이 용이하게 도와주는 기능도 맡을 예정입니다. 다시 말해 블랙잭 계획이 완료되면, 이제 전 세계 그 누구도 미국을 기습 공격하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블랙잭 계획에 의하면 2030년까지 계획된 위성이 모두 발사될 예정입니다. 한국이 이 계획에 동참하면 30분에 한 번씩 북한 전체를 흩을 수 있는 정찰 능력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형위성이나 초소형위성은 제작과 발사 모두 비용이 매우 저렴 하기 때문에, 한국은 이 위성 숫자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습니다. 한국이 대량의 소형 위성들을 운용하면 북한으로서는 상상하기도 무서울 정도로 끔찍한 전략 환경의 변화가 올 것입니다.

K초소형위성 완료로 일어날 일들
( 진행자 ) 한국이 초소형 위성을 모두 띄우고 나면 한반도 전략 환경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나요?
( 이일우 ) 위성에는 재방문주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궤도에 위성을 띄우고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정찰위성은 태양동기궤도, 고도로는 500~800km 구간에 띄움. 북한의 만리경-1호도 500~520km 구간을 돌고 있습니다. 이 궤도의 위성은 통상 13시간에 한번 같은 지점 상공을 통과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낮 2시에 A위성이 평양 상공을 지나갔다면, 이 A위성은 13시간 후인 다음날 새벽 1시에 평양 상공을 지나간다는 것임. 물론 야간이나 구름이 많이 낀 악천후 기상에서는 전자광학카메라로 정찰이 어려기 때문에, 주간과 야간을 고려해서 전자광학, 적외선, 합성개구레이더 탑재 위성들을 대량으로 띄우면 띄운 위성의 숫자와 재방문주기 시간은 반비례하게 됩니다. 한국은 60여기 정도를 띄워서 30분에 1번꼴로 북한 상공을 통과하게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위성 가격은 가장 비싸게 잡아도 700~800만 달러에 불과한데, 한국이 작심 하고 기존에 계획한 위성의 숫자를 4배 수준으로 늘려 약 250기 정도의 위성을 띄우면, 이론상 3분에 1번씩 북한을 정찰할 수 있습니다. 발사 비용까지 넉넉하게 잡아도 20억 달러, 현재 한국이 진행 중인 425사업 예산의 2배 정도만 잡으면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북한을 거의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위성이 김정은 관저나 노동당사, 핵무기 은닉 예상 거점, 각 군부대들의 좌표를 특정해 놓고 집중 감시하면, 북한은 영토 전체를 지붕으로 덮지 않는 이상 기습적인 도발이 사실상 불가능해 집니다. 김정은이 관저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는 것도 차량 이동과 탑승, 경호원 이동 때문에 3분 이상 소요되기 마련이고, 각 부대 주둔지에서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쏘려고 해도 부대원 이동과 차량 전개에 몇 분씩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러한 위성을 잘 활용하면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의 위치를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여차하면 5분 안에 도달하는 고위력 탄도미사일로 정밀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아주 강력한 전략 억제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