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한국전쟁, 그 땐 맞았지만 이젠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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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 연결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하늘 : 북 전투기200대, 남한은 0대

( 진행자 ) 6월25일은 1950년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발발 73년입니다. 오늘은 '다시 돌아보는 한국전쟁'으로 주제를 정했습니다. 1950년 북한이 불시에 남한을 공격했는데, 그 당시 북한이 가장 우세했던 전력은 무엇이었나요?

( 이일우 ) 1950년 당시 북한군은 소련군과 중국공산당 팔로군 출신으로 실전 경험이 풍부했던 장교들이 많았고, 병력도 20만 명에 육박해 9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던 한국군보다 병력 면에서 질적 으로나 양적으로나 압도적인 우위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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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1월 27일 미 제7해병연대원들이 유담리에서 후퇴하고 있다. /Reuters (Kyung Ha Rhee)

가장 큰 문제는 전투기와 전차, 포병 전력의 격차가 워낙 컸다는 것임. 당시 한국군에는 단 1대의 전투기도 없었지만 북한군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공군의 주력 전투기였던 YAK-9 전투기, IL-10 공격기들이 무려 200여 대나 있어 한국공군에 일방적인 폭격을 퍼부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군은 242대에 달하는 T-34/85 전차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전차는 제2차 세계대전 독일의 기갑군단을 무너뜨린 것으로 평가받는 걸작 전차로 공격력과 방어력, 기동력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전차였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 미군 선발대로 투입된 제24보병사단 예하의 스미스대대를 경기도 오산에서 박살냈던 것이 바로 이 T-34/85 전차였는데, 당시 미군은 무적이라고 믿고 있었던 바주카 대전차 로켓을 여러 발 맞고도 멀쩡하게 돌격하는 T-34/85 전차를 보고 패닉에 빠졌었습니다.

포병 전력도 당시 한국군을 괴롭혔던 북한 절대 우위 분야였습니다. 당시 한국군은 105mm 곡사포 91문이 전부였지만, 북한은 일선 부대에 76.2mm 야포가 대량으로 배치돼 있었고, 사단급 포병 무기로 122mm 곡사포까지 550문이 넘는 포병 전력을 보유했습니다.

현대전에서 강력한 포병과 전차, 그리고 전투기와 공격기 전력은 공세 작전을 벌이는데 가장 핵심적인 자산인데,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은 이 모든 전력이 한국군을 압도하는 군대였고, 김일성은 이 같은 전력 차이를 알았기 때문에 일주일이면 부산을 점령할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입니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

( 진행자 ) 같은 상황의 전쟁이 2023년 똑같이 시작됐다고 한다면 지금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 이일우 ) 6.25 전쟁 종전 70년이 넘은 지금, 북한군은 거의 발전을 하지 못했지만, 한국군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걸맞은 군사력 강화를 이룩해 이제는 한국군이 북한군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 거의 모든 학자와 언론매체들의 평가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1980년대부터 사실상 군사력 현대화를 포기했습니다. 지금도 전차나 장갑차, 야포의 숫자는 북한이 훨씬 많지만, 전차는 1950년대 기술로 1960년대에 대량 배치됐던 T-62 계열이 주력이고, 장갑차 역시 1960년대 초반에 배치된 중국 63식 장갑차를 복제한 승리호나 신흥호가 주력이기 때문에 북한군 기갑부대를 보고 있으면 마치 냉전 시절에서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포병 전력은 6.25 전쟁 때 사용하던 야포가 여전히 최일선 장비로 운용되고 있고, 최근 10여년 사이 방사포 전력이 급격히 현대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주력은 구형 곡사포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국군은 전쟁이 발발하면 1시간 내에 북한 장사정포를 모두 전멸시키고, 단숨에 반격으로 전환해 평양까지 진격할 수 있을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전쟁이라는 것은 신형 무기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손쉽게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한국군이 특수부대에 지급하고 있는 독일제 명품 HK416 돌격소총이나, 북한군 노농 적위군 대원 손에 쥐어진 구닥다리 56식 소총이나 일단 사람이 맞으면 죽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한국군의 최신형 K9 자주포나 북한의 구형 D-20 곡사포나 사거리와 발사속도, 명중률 정도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어떤 포든 일단 뭔가에 맞으면 죽거나 다치고 파괴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2월 24일, 최첨단 장비들을 앞세워 기세 좋게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갔던 러시아는 1년이 지난 지금, 첨단 무기 대부분을 날려먹고 북한군이 쓰는 T-62 전차, D-20 곡사포를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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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주력전차 '폭풍호' 첫 공개 북한이 최근 옛 소련제 T-62 전차를 개량해 생산한 `폭풍호' 전차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조선중앙TV (사진부공용1/YNA)

( 이일우 ) 만약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면, 북한은 숫적으로 우위에 있는 포병 전력으로 한국군의 반격 작전 능력을 우선 제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탄도미사일이나 방사포, 곡사포 등이 모두 동원돼 엄청난 규모의 화력전이 이루어질 것이고, 한국이 자랑하는 F-35 전투기나 K2 전차 같은 최첨단 무기들은 전쟁 발발 후 일주일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고, 양측 모두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잃을 것이 매우 많은 한국은 개전 초기 북한의 대규모 화력 투사를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하면 지금의 휴전선 일대에서 전선이 교착된 상태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루한 소모전을 계속하게 될 것입니다.

2차 한국전쟁, ‘세력블럭’ 전쟁될듯

( 진행자 )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들여다보면,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어떤 모습이 나타날지 짐작이 가능하다고요?

( 이일우 )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가 3일 이상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나라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국력 차이가 너무나 압도적이었고,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이후 30년 넘게 군사력 현대화를 포기했던 나라였기 때문에 첨단 무기로 무장한 러시아의 20만 대군을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1년 반 가까이 전쟁을 끌고 있고, 지금은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하고 러시아가 수비를 하는 상황으로 전황이 완전히 뒤집어졌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반드시 나라를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무서운 정신력과 장기 소모전을 뒷받침해준 서방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지원에 있었습니다.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수도권 전역은 물론, 한국의 군수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는 경남 창원과 구미 일대를 집중적으로 공격할 것임. 부산과 진해, 광양 같은 전시 증원 물자 반입 항구, 각 공군기지도 우선 공격 대상임. 우크라이나 개전 초기 러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북한은 한국의 전쟁 지속 능력을 조기에 파괴하기 위해 압도적인 화력을 퍼부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무기 체계의 정밀도 부족과 목표물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정보수집 능력 부족합니다.

그리고 넓어도 너무 넓었던 우크라이나 국토의 특성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군수산업능력을 완전히 파괴하는데 실패했지만, 북한은 한국은 주요 군수공장과 탄약창이 어디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고, 한국은 한국의 영토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좁아도 너무 좁아서 북한의 일제 공격이 날아오면 큰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예전에 한국형 아이언돔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 언급했었는데, 한국이 지금 당장 이스라엘에서 대량의 아이언돔을 구매해 북한의 개전 초 화력 투사를 모두 막아내고, 곧바로 반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개전 초 핵심 군사력과 자체 군수산업시설이 초토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장기전, 소모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결국 장기전, 소모전으로 가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지원을 받을 것이고, 한국은 미국에게 의존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이 보여줬던 물량전 수행 능력 부족 문제, 특히 탄약 문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이나 NATO 등 최대한 많은 동맹을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준비하는 투자와 실행이 필요

( 진행자 ) 그렇다면 제2차 한국전쟁을 막기 위해 한국이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 이일우 ) 6.25 전쟁 당시에도 한국군은 북한에 T-34/85 전차와 YAK-9 전투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역시 전차와 전투기를 한국에게 주면 호전적인 이승만 대통령이 북진 통일을 외치며 사태를 확대시킬 것을 우려해 한국군에게 중장비를 지원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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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7월 한국에 파병된 미 제2사단 장병들이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이 수용됐던 북한 벽동의 '5번 포로수용소'를 본뜬 모의 훈련장에서 5시간에 걸친 혹독한 '죽음의 행군' 훈련을 받고 있다. / AP

당시 한국군의 방심과 미국의 확전 방지라는 정치적 오판이 한국전쟁을 키운 것처럼, 한국이 제2차 한국전쟁을 확실하게 막기 위해서는 개전 초 북한이 휘두를 히든카드, 즉 대구경 방사포 전력과 전술탄도미사일 전력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해 놓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긴급 소요 제기를 통해 아이언돔 요격 시스템을 이스라엘에서 도입해야 하고, 이를 수도권과 강원도 지역에 대량으로 배치해 북한의 로켓탄과 전술탄도미사일을 최대한 많이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 합니다.

한국이 북한의 방사포, 전술탄도탄과 같은 비대칭 무기를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북한은 전쟁을 결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전 초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해 예비전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상비군 전력에는 투자를 많이 하는데, 예비군 전력은 거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비군과 예비군 사이의 전력 격차가 큽니다. 특히 예비용 전차, 자주포, 전투기는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장비 비축을 서두르지 않으면 전쟁 발발시 큰 낭패를 겪게 될 것입니다.

탄약을 대규모로 비축하는 것도 중요한데, 탄약은 소모성 물자고, 저장 가능한 수명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대규모로 만들어 비축할 수 없음. 그래서 유사시 탄약 등의 물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동맹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놔야 하는 것이고, 한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이를테면 미국과 일본, NATO와의 군사적 협력을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