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러시아, 북한에 넘길 ‘무기’
2024.06.30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푸틴이 김정은에 넘길 첨단 무기는?
(진행자) 북·러 정상회담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직접 정밀무기 제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어떤 신무기를 넘길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북한 입장에서는 방공무기가 가장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S-400과 같은 첨단 방공무기가 지원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요?
(이일우)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과 사실상의 군사동맹 관계를 맺었습니다. 푸틴 대통령 본인도 과거 1961년에 체결된 조소조약과 거의 같은 수준의 군사동맹 조약이라고 밝힌 이번 조약 체결로 양측의 군사적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이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가능성을 내비치자, 푸틴도 곧바로 북한에 초정밀무기를 공급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습니다. 푸틴은 미국과 NATO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하는 것에 빗대 러시아도 다른 나라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북한과 맺은 합의에서도 이러한 무기 공급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푸틴은 구체적으로 북한에 어떤 무기를 공급할 것인지 밝히지는 않았는데,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장거리 공격용 순항미사일이나 방공무기가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거리 공격용 무기의 경우, 북한이 이미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 대량 배치를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서 첨단 무기를 받는다면 북한 스스로 개발 또는 생산이 어려운 무기를 받아오려고 할 것인데, 한국 국정원에서도 국회에 보고한 바와 같이, 전투기, 지대공 미사일과 같은 방공무기나, 전략잠수함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과 부품이 가장 가능성 높은 품목입니다. 전략잠수함용 기술과 부품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데 필요하고, 신형 전투기나 방공무기는 이른바 혁명의 수뇌부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제1목표인 북한군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이기 때문에 북한은 방공무기를 요구할 것입니다.
문제는 러시아에는 북한에 줄만한 방공무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방공무기는 중·고고도, 중·장거리용 S-400, 중거리용 Buk, 단거리용 Tor나 Pantsir가 목록에 오를 수 있는데, 러시아군의 방공 자산은 지난 2년 반 동안의 전쟁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어 현재는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를 보호할 최소한의 물량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S-400의 경우, 전쟁 발발 이전 추정 보유량이 약 50개 포대 정도였는데, 지난 2년 반 동안 위성, 근접 사진, 공식 발표 등으로 확인된 수량만 20개 포대 이상이 파괴돼 러시아의 중장거리 방공망이 와해될 지경입니다. S-400은 주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 공군기지와 해군 기지 등의 전략거점을 방어하는 자산인데, 단시간에 워낙 많은 양을 잃어서 타 지역의 포대를 끌어오는 바람에 극동군관구와 중앙군관구는 S-400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레닌그라드 군관구 역시 S-400을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거리용 Buk, 단거리용 Tor나 Pantsir도 마찬가지여서, 러시아는 완제품 형태로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방공무기가 사실상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에 이런 방공무기를 공급한다는 것 자체가 자국 방공을 포기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방공무기를 요구할 경우, 러시아는 완제품보다는 기술이나 부품을 제공해서 북한이 필요한 고성능 방공무기를 자체 제작하도록 돕는 형태로 지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도 번개라는 유형의 신형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이 미사일의 레이더나 미사일을 개량하는 형태의 지원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선전만 최강’ S-400, 북에 줄 게 없다
(진행자) 러시아에는 자신들이 쓸 방공무기도 모자라다는 말이 충격적으로 들립니다. 러시아는 과거 소련 시절부터 방공무기를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 나라이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강력한 방공망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아니었나요?
(이일우) 앞서 잠시 소개한 바와 같이, 러시아는 세계 최강의 방공 시스템이라는 S-400만 50개 포대 이상을 보유했을 정도로 강력한 방공전력을 가진 나라였습니다. 러시아는 S-400과 같은 고고도, 장거리 방공 시스템은 물론, 중고도, 저고도에 중거리, 단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공무기를 개발해 중첩, 밀집 방공망을 구축해온 소련의 영향을 받은 군대여서 방공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소련과 러시아가 이처럼 방공에 많은 투자를 한 이유는 적국인 미국의 공군력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소련에도 공군과 방공군이 있었지만, 이 전력으로 미 공군에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소련과 러시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고, 미국의 압도적인 항공전력으로부터 지상군과 주요 도시,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방공능력을 키우는 데 열심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외견상 완벽해 보이는 소련과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은 실체를 뜯어보면 엉망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공산주의 국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거짓말’입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도, 서류 상으로는 완벽한 것이 공산주의 시스템입니다. 소련이나 러시아도 마찬가지여서 실제 성능은 엉망 그 자체지만, 윗선으로 올라가는 보고서와 카탈로그 제원은 완벽 그 자체로 포장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련제 방공 시스템은 실전에서 대단히 형편없는 성능을 드러내며 여러 차례 망신을 당했고, 지금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방공 무기들은 그 소련제를 바탕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S-400은 분명 카탈로그 제원만 놓고 보면 최강의 무기입니다. 레이더는 600km까지 볼 수 있고, 사용하는 미사일 종류에 따라 짧게는 120km에서 길게는 400km까지 공격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항공기는 물론, 드론, 헬기, 순항미사일, 심지어 탄도미사일도 요격이 가능한데, 러시아 측 주장대로라면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의 패트리엇 시리즈나 유럽의 SAMP/T를 압도하는 성능입니다.
그러나 실전에서 S-400은 최강의 방공무기가 아니라 그냥 동네북 같은 신세입니다. 이 S-400은 2016년부터 시리아에 배치됐는데,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이 시리아를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며 공습할 때 그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며 취약점을 드러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S-400도 마찬가지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육상 자산과 공중 자산을 이용해 S-400을 때려잡고 있는데, 우크라이나가 S-400을 잡을 때 사용하고 있는 무기들은 ‘최신’과는 거리가 멉니다.
육상 자산의 경우 미국이 공급한 ATACMS와 GMLRS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ATACMS는 사거리 165km의 기본형과 300km의 개량형 두 종류가 사용되고 있고, GMLRS는 주로 사거리 연장형인 GMLRS-ER 버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상업용 위성을 통해 러시아군 진영을 매일 확인하는데, 여기서 S-400이 발견되면, 드론을 띄워 정확한 위치와 방열 상태를 파악하고 해당 표적이 ATACMS나 GMLRS-ER 사거리 내에 있으면 집중 사격을 가해 파괴합니다. S-400은 제원상 ATACMS와 GMLRS 로켓을 모두 요격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S-400이 보여준 요격률은 50%가 채 되지 않습니다.
미국이 소련제 MIG-29나 Su-27에 장착해 준 ADM-160 MALD나 AGM-88 HARM은 육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보다 타격 범위가 월등하게 넓다는 점에서 S-400의 천적이 되고 있습니다. MALD는 Miniature Air Launched Decoy의 약자인데, 소형 공중 발사 미끼라는 의미입니다. 굉장히 작은 미사일처럼 생겼지만, 무려 900km나 날아가고, 모사하고자 하는 항공기의 전파 방사 특성을 정확히 구현하기 때문에 적 레이더로 보면 전투기로 인식됩니다. 우크라이나는 일단 이 MALD를 발사한 뒤, 러시아 S-400이 이 MALD를 전투기로 인식하고 공격하기 위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켜면, 뒤에 숨어 있던 다른 전투기가 HARM을 발사해 파괴하는 전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HARM은 High-speed Anti Radiation Missile의 약자인데, 말 그대로 마하 3에 달하는 고속의 미사일이어서 대응이 어렵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ATACMS는 1991년, HARM은 원형이 1975년, 현재 사용되는 개량형이 1989년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30~40년 넘은 구형 무기들이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신, 최강의 방공 시스템인 S-400을 그야말로 소멸시키는 것을 보면, 러시아제 방공무기가 얼마나 올려치기 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북에 S-400 오면, 저격꾼 아닌 저격대상된다
(진행자) 러시아의 최신예 방공 무기들이 미국의 구형 무기들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S-400과 같은 첨단 방공무기 또는 그러한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더라도 북한으로서는 별 효과가 없는 것인가요?
(이일우) 소련과 러시아의 방공무기는 기본적으로 러시아 국토 상황에 맞게 개발되고 발전해 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는 대형 장거리 조기경보레이더를 전국에 설치해서 먼 거리에서 접근하는 적 항공기를 식별하고, 요격기, 전투기, 방공미사일 순서로 대응 자산을 투입해서 요격하는 교리를 채택해 왔습니다. 러시아에 많은 종류의 미사일이 존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반면, 북한은 영토가 매우 좁습니다. NATO 최전선인 발틱 3국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라트비아 국경 기준으로 600km에 달하지만, 북한은 휴전선에서 평양까지 불과 130km 떨어져 있습니다. 장거리 레이더로 조기 경보를 하고, 항공기와 방공무기를 섞어 단계적으로 방공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S-400을 받아오거나, S-400의 기술을 적용한 동급 방공무기를 만들어 배치할 경우, 현재 북한의 최장거리 방공 무기인 S-200이 배치된 사리원이나 원산 일대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곳은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정권 안이고, 한국 공군의 HARM이나 미 공군의 AARGM 대레이더 미사일의 사정권입니다.
결국 북한이 러시아제 방공무기를 받아오더라도, 영토가 워낙 좁아 어디에서 어떻게 운용하는지 감추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는 유사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이 첨단 방공무기를 받아와 평양 인근에 이것을 배치할 경우, 이것은 평양의 전략방공자산이 아니라 한미연합군의 고가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북 레이더 꺼도 끝까지 잡는 K공군력, Run 만이 살길이다
(진행자) 한국은 우크라이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공군력과 방공망 제압 무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사시 한국 공군이 북한을 공습한다면, 북한의 방공망은 어떤 식으로 제압되나요?
(이일우)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이 공급한 MLRS와 HIMARS, 미국이 급하게 개조해 준 MIG-29와 Su-27 등 극히 제한된 자산으로 러시아 방공망 파괴 작전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우크라이나와는 질적, 양적으로 비교 불가능한 수준의 방공망 파괴 전력을 보유 중입니다.
우선, 한국군이 수백 기를 보유 중인 현무-2, 현무-4 탄도미사일은 평양-원산선 이남 대부분을 사정권에 두고 있고, 발사 후 5분이면 표적에 명중하는 신속 타격체계입니다. 물론, 유사시 한국군 탄도미사일들은 더 중요한 전략표적 공격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공군이 방공망 파괴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MALD와 같은 미끼를 대량으로 투발할 것입니다. 북한은 SA-2나 SA-5 등의 지대공 미사일을 지하에 숨겨놓고, 필요할 때만 지상으로 올려 보내 사용하는 전술을 사용하는데, 대량의 MALD가 날아오면, 방공무기들을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도 그것이 미끼라는 의심은 하겠지만, 레이더로는 그게 미끼인지 진짜 전투기인지 분간할 길이 없기 때문에 일단 미사일을 꺼내서 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 방공진지의 위치가 노출이 되고, 한미연합 공군의 미사일 세례가 시작됩니다.
한국은 사거리 80~90km의 HARM을, 미국은 150km의 AARGM을 사용하는데, AARGM의 경우, 북한 레이더가 전원을 끄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명중하는 최신형 미사일입니다. 북한의 방공 포대들은 대레이더 미사일에 이어 연달아 쏟아지는 활공유도폭탄, 예를 들어 KGGB나 SDB와 같은 폭탄을 쉴 새 없이 얻어맞아야 합니다. 북한 방공포병들이 사는 길은 레이더를 끄고 진지에서 도망가는 것뿐입니다. 북한의 현존 방공무기는 물론, 러시아가 S-400을 주더라도, 이미 실전에서 여러 차례 검증된 바와 같이 그 무기들은 미국제, 한국제 대레이더 미사일과 유도폭탄을 막아낼 수 없습니다.
물론, 전투가 벌어지면 죽는 것은 북한 노동당 지도부가 아니라 일선 병사들이기 때문에, 북한은 러시아가 제공하는 방공무기 또는 방공무기 기술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더라도 일단 받아서 배치하고 볼 것입니다. 다른 공산국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북한 지도부가 이 방공무기를 신뢰하면 신뢰할수록, 전쟁이 났을 때 죽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조언해주고 싶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