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김정은이 자랑한 ‘호위함’의 조악함
2023.08.27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북한이 이번엔 최신 전투함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살펴봅니다.
스텔스 설계, 순항미사일 탑재 최첨단 북 호위함의 화려한 등장
(진행자) 북한이 새로운 무기를 속도전하듯. 숨가쁘게 공개하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난 전승절 열병식 때 처음 공개했던 신형 호위함의 훈련 장면을 최근 처음으로 공개했죠?
(이일우) 북한 노동신문이 8월 21일, 김정은이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방문해 신형 경비함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훈련을 실시한 부대가 근위 제2수상함전대라고 밝혔는데, 이 부대는 이번에 처음 그 존재가 공개된 부대로 기존 동해함대 편제에는 없던 신설 부대입니다.
북한은 김정은이 시찰한 해군 부대의 정확한 장소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공개한 사진 자료들을 종합했을 때 훈련이 실시된 곳은 바다가 육지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만의 형태였고, 경비함이 계류되어 있던 부두의 계류 방향 뒷면에 낮은 산의 지형과 건물의 구조를 고려했을 때 이번에 공개된 경비함 661호는 함경남도 락원군에 있는 동해함대 사령부에서 김정은의 훈련 현지지도를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래 이곳에는 북한의 주력 호위함이었던 나진급 호위함과 오사급 미사일 고속정, 코마급 미사일 고속정이 주둔하던 곳이었는데, 동해함대 직할 경비전대가 신형함을 인수하면서 신규 부대인 근위 제2수상함전대로 개편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정은은 이번 훈련 현지지도에서 경비함 661호가 전략순항미사일인 화살-2형을 발사하는 장면을 참관했는데, 북한은 이번 훈련에서 군함의 전투적 기능과 미사일 무기체계의 특성을 재확증하고,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의 이번 보도는 지난 전승절 열병식 때 기록영상을 통해 짤막하게 소개됐던 신형 호위함을 정식으로 데뷔시킨 최초의 사례로,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도 이렇게 현대적으로 생긴 군함이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려 온 북한은 간헐적으로 신형 전투함을 만들기는 했었지만 대부분 소형 고속정이나 미사일정 수준에 불과했습니다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압록급 호위함은 호위함 규모로 덩치가 크다고요?
(이일우) 북한은 이번에 새로 공개된 경비함 661호의 정확한 분류명이나 구체적인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배는 2014년에 위성사진을 통해 처음으로 그 존재가 확인됐고, 서해 남포와 동해 청진에서 각각 1척, 2척씩 그 존재가 확인돼 최소 3척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당초 정보 전문가들은 남포에서 그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돼 남포급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한국해군에 남포급이라는 기뢰전함이 있어서 혼선을 막기 위해 압록급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배가 등장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상당히 놀랐습니다.
군함은 전차나 장갑차와 달리 대단히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기술집약적 장비이기 때문에, 건조하는데 상당한 인프라가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특히 배의 덩치가 커질수록 비용은 점점 상승하는데,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신형 전투함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인식됐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한 뒤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다량의 소련 퇴역 군함을 사들인 바 있는데, 이 중에는 소련해군에서 운용하던 대잠 호위함인 크리박 3급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오랫 동안 공을 들여 이 배를 복원해 사용하려 했지만, 기술과 자금 부족으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번에 등장한 경비함 661호도 2014년 선체가 처음 식별된 후 오랫동안 완성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 갑자기 완성돼 실전배치됐습니다.
이 신형 경비함은 적게는 2척, 많게는 3척 건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군함과 동시에 건조된 두만급이라는 별도의 군함이 또 있고, 기존에 보유한 나진급과 서호급 호위함도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1,500톤급 이상 호위함 전력은 과거 알려졌던 것보다 2배 증강된 규모가 됐습니다.
전지적 전문가 시점: 조악하기 짝이 없는 수준
(진행자) 북한이 오랫동안 운용해 온 구형 호위함의 대체로 압록급이 건조됐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성능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이일우) 북한은 김정은이 이 경비함 661호의 무장상태와 전투동원태세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고 전하고 있고, 한국 언론들도 북한의 이 새로운 경비함에 상당히 주목하고 있지만, 전문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군함은 조악하기 짝이 없는 물건입니다.
‘스텔스’라더니①.. 특수합금. 전파흡수도료 안씀
우선 이 경비함 661호는 현대적으로 보이는 디자인과 달리 스텔스와는 거리가 먼 군함입니다. 군함 설계에 스텔스 기술이 적용됐다면, 선체 소재가 일반 합금이 아니라 전파흡수도료 처리가 용이한 특수합금이나 카본 파이버 강화 플라스틱을 써야 하고, 전파흡수도료도 발라져 있어야 합니다.
‘스텔스’라더니②.. 전파 반사각도 고려없는 설계
또한 레이더 반사 면적 감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흘수선 위 모든 부분의 전파 반사 각도가 일정해지도록 외부 구조물의 경사도가 일정해야 하는데, 경비함 661호는 그러한 설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스텔스’라더니③.. 어업용 값싼 레이더 탑재
이 군함은 센서도 전혀 현대화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과거 농어급이나 해삼급과 같은 고속정은 물론, NLL 인근에 있는 함박도 전초기지에도 설치해 해상 탐지용 레이더로 쓰는 일본 후루노사의 FAR-2258 레이더를 달고 있습니다. 이 레이더는 X밴드 레이더로 48해리, 약 89km 정도의 탐지 거리를 갖는 어업용 레이더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탐지 능력도 비교적 괜찮아서 미 해군도 사용 하는데, 미 해군 군함은 이 레이더 말고도 강력한 레이더를 여러 종류 더 탑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 레이더가 유일한 대수상 레이더입니다.
‘스텔스’라더니④.. 60년 넘은 기관포용 조준 레이더
항공기를 탐지하는 대공 레이더는 중국의 구형 X밴드 레이더인 362형 레이더가 들어갔는데, 이 레이더는 100km가 넘는 탐지범위를 갖는 것으로 선전되지만, 이와 동시에 탐지 오차가 60m가 넘는 물건이라서 어느 방향에서 적기가 접근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는 낙후된 레이더입니다.
사격통제레이더는 1960년대 초에 나온 MR-104가 2개 장착돼 있는데, 이 레이더는 근접방어 기관포 용도로 사용되는 AK-630 30mm 기관포의 조준을 위한 장비로, 나온 지 60년이 넘었기 때문에 아마도 다른 군함에서 떼어내 장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강’이라더니.. 1930년대 소련군 함포 장착
무장 수준은 더 한심함. 주포인 B-34 100mm 주포는 1930년대 중반에 나온 물건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해군 수상전투함의 주력 함포였습니다. 최대 32km까지 포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파도가 치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선체의 3차원 위상 변화를 보정해줄 사격통제컴퓨터 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눈 먼 대포입니다.
‘최강’이라더니②.. 1950년대 소련제 대잠로켓
함포 뒤에 있는 원통은 소련제 RBU-1200 대잠로켓 발사기인데, 이 시스템도 1950년대 중반 배치된 구형입니다. 잠수함을 정확하게 공격할 능력은 없고, 잠수함이 있을 만한 좌표에 여러 발의 폭탄을 날려 보내 터트리는 구조로 전형적인 2차 대전형 대잠 무기입니다. 사거리도 1km 정도에 불과해 현대적인 잠수함에 대한 저지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최강’이라더니③.. 표식 식별 못하는 퇴물 미사일
조타실 앞에 설치된 2기의 14.5mm 개틀링 기관총은 수동식으로 사람이 들어가 육안으로 조준 하고 발사해야 하는 근접전투용이고, 함대공 미사일 무장인 화승총 역시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 정도인 5km 남짓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로 유도장치 성능이 떨어져 표적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는 퇴물 미사일입니다.
‘최강’이라더니④.. 1960년대 기관포
앞서 언급한 MR-104 레이더와 연동하는 AK-630 기관포는 2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 무기도 1960년대 초반에 주로 사용되던 무장으로 최대 유효 사거리가 3km 정도에 불과한 무장입니다.
‘핵심 무장’이라더니.. 목표 못맞추고 맥없이 추락
이 군함의 가장 핵심 무장이라 할 수 있는 화살-2형 전략순항미사일은 북한 주장으로는 최대 2,00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는 북한판 토마호크 미사일이지만, 이번 경비함 661호에서 발사됐을 때는 목표에 제대로 명중하지 못하고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즉, 경비함 661호는 외형은 그럴싸하지만, 과거부터 사용되던 센서와 장비들을 긁어 모아 완성한 구형 기술의 집합체로 한국해군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 군함입니다.
조악함 뒤를 받치는 보이지 않는 손 – 중국
(진행자) 압록급이 탑재한 무기나 장비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고요?
(이일우) 군함을 건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인데, 북한은 이런 고출력 디젤엔진을 만들 능력이 안됩니다.
북한 경비함 661호의 항해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벙커C유를 태웠을 때 발생하는 특유의 검은 매연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즉, 이 배는 초저유황경유를 사용한 군용 디젤엔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북한이 이러한 군용 엔진을 외부에서 조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선박은 물론이고, 선박용, 특히 군용 선박용 엔진과 부품을 UN 제재 때문에 외부 조달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선박용 엔진은 매우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일반적인 해상 환적 방식으로는 수송기 불가능합니다. 즉, 북한은 육로를 통해 중국에서 고출력 군용 디젤엔진을 공급받았을 것입니다.
군함 상부에 보이는 일본 후루노사의 레이더 역시 금수 품목인데 버젓이 달려있고, 대공레이더 모델은 아예 중국제 326형으로 보이는 제품이 달려 있습니다. 이 역시 중국이 제재를 위반하고 부품들을 공급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경비함 661호와 동형의 또 다른 군함도 만들었는데, 동해에서 식별된 이 배는 함포 대신 RBU-6000이라는 대잠 로켓을 장착하고 있습니다.
RBU-6000은 소련에서 만든 사거리 5.5km 대잠로켓으로 북한은 도입한 적이 없는 장비입니다. 이 장비가 있다는 것 자체가 외부에서 수입됐을 가능성이 높고, 대잠로켓을 달고 있다는 것은 대잠 센서, 즉 소나도 선체 아래에 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이러한 대잠로켓과 소나를 자체 제작할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장비 들을 육로가 연결된 유일한 우방국, 중국에서 조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이번에 공개된 북한의 신형 전투함은 중국이 대북제재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고, 북한에 얼마나 광범위한 군사 지원을 해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중국에 강력하게 항의해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