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 , 수리 후 한반도 인근 해안으로 복귀
( 진행자 ) 북한과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의 전략자산이죠, 7함대 전진배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전단이 수리를 마치고 서태평양 순찰 임무를 시작했다고요?
( 이일우 ) 지난 9월 29일, 일본 도쿄 인근에 있는 미 7함대 사령부 소재지,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이 정기 순찰 임무를 위해 출항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는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의 이름을 딴 항공모함으로 이례적이게도 이름을 딴 대통령이 살아 있을 때 진수돼 진수식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낸시 레이건 여사가 샴페인 병을 깨뜨리는 의식을 치렀습니다.
이 항모는 평시 한반도에 가장 가까이 배치되어 있는 전력으로 북한과 중국이 가장 두려워 하는 전략자산입니다.

길이 332m, 폭 77m로 세계 최대의 덩치를 자랑하는 이 항모에는 고성능 4.5세대 전투기 F/A-18 슈퍼호넷 최소 40여대, 최대 60여 대가 탑재되고, 조기경보기와 해상 작전헬기 등 지원기도 20여 대가 탑재돼 문자 그대로 움직이는 공군기지로 활용됩니다.
이번 출항 소식이 특히나 반가운 것은 7함대가 두 달 가까이 항모 공백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원래 미국은 서태평양 지역에 2척의 항모를 동원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고 있었는데, 과거 오바마 행정부 당시 ‘시퀘스터’ 조치로 항모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항모는 일반 정비도 몇 개월씩 걸리고, 20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핵연료 교체와 오버홀 공사는 최소 3년 이상 시간이 걸립니다.
가장 최근에 조지 워싱턴 항모가 핵연료 교체와 오버홀 공사를 마치고 나왔고, 2021년에 존 C 스테니스가 입고됐는데, 이미 핵연료 교체 공사를 마치고 퇴역 시기가 된 니미츠함과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함, 칼 빈슨함이 노후화로 수리 소요가 많아지면서 항모 가동률이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 항모가 요코스카에 들어가 있던 약 한 달 반 동안은 서태평양 지역에 백업용 항모가 없어서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이 혼자서 남중국해와 북한 전체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메리카함은 F-35B 전투기를 싣고 경항모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진짜 항모가 공백인 상황이 벌어지니, 중국이 산둥 항모를 필리핀해까지 내보내 무력시위를 벌이고, 수리를 마친 랴오닝 항모도 서해로 내보내 훈련을 벌이는 등 한동안 기세 등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5번 실패 6번째 성공, 레이건 항모에 무슨 문제가?
( 진행자 ) 이번 로널드 레이건 출항과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소식이 있다고? 항공모함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하는데, 이 문제 때문에 7함대 항공모함 교체 일정이 빨라질 수도 있다고요?
( 이일우 ) 일본은 핵무기나 원자력 추진 선박에 대해 대단히 민감한 나라여서 미국의 원자력 항모나 잠수함이 드나들 수 있는 해군기지가 단 3개로 제한돼 있습니다. 하나는 도쿄 인근의 요코스카, 다른 하나는 규슈 지역의 사세보, 나머지는 오키나와에 있는 화이트비치임. 각 지역 현청과 일본 원자력 안전청은 원자력 동력을 사용하는 모든 선박의 입항과 출항에 대해 사전에 신고 받고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데, 당초 일본 측에 통보된 로널드 레이건의 출항 예정일은 9월 18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로널드 레이건 항모는 출항 예정일로부터 11일이나 늦게 항구에서 나갔고, 방송 녹음이 진행되는 10월 3일 기준으로 일본 시즈오카에서 남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하치조마치 인근 해상에서 전투기들을 실으며 순찰 작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이미 동중국해 또는 남중국해에 진입해 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야 하는데 매우 늦은 것입니다.
7함대와 요코스카 행정당국에 따르면, 로널드 레이건은 9월 18일부터 무려 6번이나 출항을 시도한 끝에 출항에 성공했습니다. 앞에 5번은 출항하려 했지만 출항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 항모에 설치되어 있는 핵심 구성품 중 하나인 담수화 장치입니다.
로널드 레이건에는 5천명이 넘는 승조원이 탑승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엄청난 양의 식수와 생활용수가 필요합니다. 이를 보급선으로 매일 보급해주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항모 선체 아래에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빨아들여 염분을 제거하고 필터로 거른 뒤 식수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담수화 장치, 일명 ‘조수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는 지난 2020년 말, 남중국해 순찰 당시 이 조수기가 고장난 적이 있습니다. 고장을 일으킨 원인은 조수기 내부로 빨려 들어간 해파리떼였는데, 당시 해파리떼는 조수기의 해수 유입 파이프 외부 필터를 무력화시킨 뒤 조수기 내부로 빨려 들어가 항모 자체를 그대로 무력화시켰습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은 요코스카로 복귀한 뒤 이 조수기와 급수 장치를 뜯어내고 교체하는데 석 달 넘는 시간을 들여야 했는데, 이때 입은 데미지가 워낙 커서 이후에도 간간히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이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관영매체는 “중국인들이 밥반찬으로 많이 먹는 해파리냉채에 들어가는 해파리가 10만 톤짜리 항모를 주저앉혔다”고 조롱했었는데, 아마도 당시 손상을 입은 장비들을 100% 교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이번 출항 지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지 추정됩니다.
로널드 레이건 항모의 기술적 문제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이번 순찰 기간을 봐야 추정할 수 있겠지만, 결국 내부 배관과 조수기를 전부 교체하는 대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는 7함대 항모 교체 일정이 레이건 항모 컨디션에 따라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환생에 버금가는 업그레이드 , '워싱턴'이 온다
( 진행자 )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이 다른 항모로 교체되면 북한과 중국이 더 난감해질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레이건 항모를 대신해 7함대에 전진 배치될 항모는 어떤 배인가요?
( 이일우 ) 미 해군은 지난해 항모 전력 운용 계획을 수립하면서, 로널드 레이건 항모를 대체할 차기 전력으로 조지 워싱턴을 지정했습니다. 이 배는 로널드 레이건 항모 직전 7함대 전진배치 항모 였던 배로 2010년부터 2016년 초까지 7함대에서 활동했습니다.
조지 워싱턴은 2017년 8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무려 5년 10개월 동안 핵연료 교체와 오버홀 공사를 받았습니다. 오버홀이란 말 그대로 선체를 완전히 뜯어내 내부 부품과 배선들을 모조리 교체하는 것으로 배를 완전히 새로 만드는 대공사입니다. 이번 수리를 통해 조지 워싱턴은 로널드 레이건보다 먼저 나온 구형함이지만 모든 장비가 최신형인 최상의 컨디션으로 다시 바다로 나오게 됐습니다.
현재 조지 워싱턴은 미 함대전력사령부가 있는 버지니아주 노퍽 해군기지에서 여러 훈련과 시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지 워싱턴 항모는 기존의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는 물론, 미 해군의 야심작인 F-35C 전투기와 MQ-25 무인 공중급유기를 운용할 예정입니다.
조지 워싱턴은 오버홀 공사에 들어가기 전 F-35C 전투기 운용 평가를 받은 바 있고, 현재는 내부 격납고와 활주로 일부 개장 공사를 통해 F-35C 전투기 운용에 필요한 모든 지원 설비를 갖춘 상태입니다.
F-35C는 기존 슈퍼호넷보다 항속거리는 300km 더 길고, 전자장비도 더욱 강력합니다. 무엇보다 스텔스 전투기이고, 내부에 각종 무장을 탑재하기 때문에 공대공 전투는 물론 장거리 공습 작전에도 대단히 유용합니다.

F-35C는 내부에 2,000파운드급 정밀유도폭탄 2발과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암람 2발을 동시에 실을 수 있는데, 이 전투기를 실은 조지 워싱턴이 한반도 인근에 들어오면 미국은 북한이나 중국의 방공망이 알아챌 수 없는 스텔스 전투기로,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김정은 관저나 노동당사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기습 타격 능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미국은 F-35C를 운용하는 조지 워싱턴 항모의 7함대 전진배치 기간 중 F-35C 블록 4라고 불리는 추가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데, 블록 4는 기존 F-35에서 레이더와 전자장비, 무장을 완전히 일신한 모델로 스텔스 대함 미사일 운용 능력까지 갖출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조지 워싱턴은 북한은 물론 중국에게도 대단히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조지 워싱턴에 탑재되는 MQ-25 스팅레이 무인 공중급유기는 F-35C의 작전 반경을 크게 넓혀주는 공중급유기인데, F-35C와 MQ-25의 조합은 조지 워싱턴 항모전단이 굳이 한반도 근처에 오지 않더라도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북한 정권을 상당히 불안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반도 미군 전력 , 2024년 전면 업그레이드 된다
( 진행자 ) 미국은 최근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서태평양 지역의 해군, 공군 전력을 크게 강화할 예정인데, 전력을 크게 강화할 예정인데, 그런 의미에서 2024년은 대단히 의미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요?
( 이일우 ) 2024년에 F-35C로 무장한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을 시작으로 미국은 물론, 미국의 핵심 동맹국 일본에도 F-35로 무장한 항공모함 전력이 갖춰지기 시작할 예정입니다.
일단 2024년은 조지 워싱턴 항모 외에도 F-35B, 즉 F-35 전투기의 수직 이착륙 전투기 버전 탑재 경항공모함이 연달아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현재 경항모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메리카함에 파견되는 미 해병대 F-35B 전투기 부대인 제121해병전투공격비행대와 제242전투공격비행대 두 부대가 예정된 F-35B 전투기를 모두 인수해 완편 체제가 됩니다. 현재 두 비행대가 보유하고 있는 F-35B는 10여 대가 조금 넘는데, 2024년에 각 비행대별로 12대씩 도합 24대 체제가 완성됩니다.
2024년에는 일본이 주문한 F-35B 전투기도 인도가 시작됨. 일단 6대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 6대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는 F-35B 42대 도입과 이즈모 다용도모함 항모 개조가 완전히 끝날 예정임. 이미 이즈모함과 카가함은 F-35B 이착함 평가를 마친 상태이고, 1단계 개조가 끝났기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경항모로서 일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동북아시아 지역의 F-35 탑재 항공모함급 전력은 4척이 되는데, 이는 중국의 기존 항모 전력을 완전히 압도하는 수준이고, 당분간 중국이 따라잡지 못할 전력입니다. 아마도 미국과 일본은 F-35 탑재 항모 전력이 일정 부분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는 2024년부터 압도적 힘의 우위를 보여주면서 중국과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