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이스라엘 가격한 북 ‘7호로켓포’ 막을 한미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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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한 보총 , 대전차미사일, '초승달'을 건너 하마스 손아귀에

( 진행자 ) 북한과도 이란이라는 중간 다리를 통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팔레스타인의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 침공을 벌였습니다. 하루만에 격퇴 당하고 원래 거점이었던 가자지구로 후퇴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과 세계 각국에 큰 충격을 준 사건들이 많았다고요?

( 이일우 ) 북한에서 해외 무역일꾼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동 지역의 '초승달지대'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을 잇는 시아파 지역으로 광범위한 불법 무기 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란과 함께 이 초승달지대에 상당히 많은 불법 무기를 팔고 있는데, 자동보총부터 대전차미사일, 탄약과 같은 무기는 물론, 시리아 중부 홈스에 탄도미사일 생산 공장을 지어 주기도 했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은 유대인들이 교리상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는 안식일인 10월 7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7천여 발의 각종 로켓이 30여 분 만에 이스라엘 주요 군사기지와 도시를 덮쳤고, 포격 직후 사륜구동차와 동력 패러글라이더, 보트를 탄 무장 병력들이 지상과 해안, 하늘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이 병력들은 단 몇 시간 만에 가자지구 인근의 이스라엘 군사기지들을 대거 점거하고, 그동안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벌여온 이스라엘 종심군단의 사령관을 생포하는 등 큰 전과를 거뒀고, 반나절도 안돼 25km를 진격해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일개 무장단체인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가 대규모 포격과 일사불란한 동시다발 기습 공격을 감행해 세계 최강의 군대 중 하나로 평가되는 이스라엘군을 단 몇 시간 만에 제압한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나 미국의 CIA가 사전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하고 치밀하게 대규모 군사작전을 준비한 팔레스타인의 능력에 전세계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북한산 로켓에 무기력했던 이스라엘이 자랑한 '메르카바'

( 진행자 )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북한에서도 7호 발사관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운용 중인 구형 대전차 로켓이 세계 최강의 방어력을 가진 전차와 장갑차로 알려진 이스라엘 기갑차량들을 일격에 파괴했다는 소식입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 이일우 ) 예전에 이스라엘에 출장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군사기지는 물론이고 예루살렘이나 주요 접경지역은 휴가 중인 군인도 소총을 휴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일상일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합니다.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국에 비해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의 전쟁 교훈을 반영해 전차와 장갑차를 대단히 튼튼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스라엘군은 주력 전차로 메르카바 IV라는 모델을, 주력 장갑차로 나메르 라는 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르카바 IV 전차는 중량이 65톤으로 북한에서 대량 운용 중인 T-55의 2배에 육박하는 중량을 가진 집채만 한 전차임. 실제로 보면 그 크기에 압도될 정도로 거대한데, 덩치가 큰 만큼 첨단 복합장갑을 사방에 둘렀고, 외부 장갑과 내부 벽면 사이에 외부의 폭발 충격을 흡수해주는 빈 공간도 있습니다. 이 전차는 자체 장갑도 강력하지만 트로피라는 능동방어장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전차 4면에 레이더를 설치해 주변에서 미사일이나 로켓이 날아오면 이를 감지해서 자동 으로 요격탄을 발사해 위협을 차단하는 최첨단 장비임. 이것도 이스라엘에서 실제 시연과 실전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10미터도 안 되는 근거리에서 발사한 RPG-7을 발사와 거의 동시에 요격해 RPG 사수를 폭사시켰습니다. 이런 복합장갑과 능동방어장치 덕분에 메르카바 전차는 그야 말로 무적의 전차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나메르 장갑차는 보병을 실어나르는 장갑차로 북한의 승리호 장갑차 정도의 역할이라고 생각 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승리호가 12톤인 것과 달리 나메르는 50톤이고, 메르카바 IV의 차체에 증가 장갑을 더 붙여서 만든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중장갑차입니다.

이 장갑차도 트로피 능동방어장치를 달고 있고, 메르카바보다 더 강력한 추가 장갑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있다고 인식돼 왔지만, 하마스는 구형 RPG-7으로 메르카바 전차와 나메르 장갑차를 아주 간단하게 파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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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며칠 내 대규모 군사 작전을 예고하며 가자시티 주민 110만명에 대피하라고 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주력 메르카바 전차가 흙 먼지를 날리며 가자 접경지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고에도 가자지구를 장악 중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라고 해 실제 공격 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연합

교전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메르카바 IV 전차는 전방에 매복해 있던 하마스 RPG 사수를 발견하지 못해 근거리에서 발사된 RPG-7을 맞아 불덩이가 됐고, 나메르 장갑차는 시내를 달리 다가 매복한 RPG 사수를 발견하지 못해 측후방에서 발사된 RPG-7을 맞아 파괴됐습니다.

사용된 RPG-7은 발사관은 구형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탄두를 이중 구조 탄두, 일명 탠덤 탄두로 개량한 RPG-7VR 버전이었습니다. 구형 RPG-7 로켓은 장갑판을 300mm 정도밖에 뚫지 못하지만, 이 개량형은 750mm의 장갑판을 뚫을 수 있고, 탄두가 2개이기 때문에 외부에 추가로 설치된 반응장갑이 있어도 반응장갑을 터트린 뒤에 본장갑을 또 공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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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란 고원 군사훈련에 동원된 이스라엘의 메르케바4 전차. /연합 (RFA Traveler)

피격된 이스라엘 기갑차량들은 모두 트로피 능동방어장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증가장갑과 본 장갑판은 탠덤 탄두에 관통됐음. 이렇게 관통된 전차와 장갑차는 전투 능력을 상실했고, 탈출한 승무원들은 매복해 있던 하마스 대원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는데, 이 모든 과정이 영상으로 촬영돼 공개되면서 이스라엘은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습니다. 이스라엘에게 있어 10월 7일은 메르카바와 나메르 무적 신화가 깨진 참담한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K방산 이끈 한국 K-2 전차도 북 ‘7호’ 엔 위험하다

( 진행자 ) 이스라엘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은 비슷한 환경의 한국군도 북한군과 전투가 벌어졌을 때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한국군 기갑차량들은 북한의 보병 휴대용 대전차 무기를 막을 수 있을까요?

( 이일우 ) 60톤대 중후반의 이스라엘 전차와 달리 한국군의 전차들은 50톤대 초중반입니다. K1 전차가 53톤 정도이고, K2 전차가 55톤 정도입니다. 기동로가 좁은 한국 지형을 감안해 전차를 상당히 작게 설계한 이유도 있지만, 차체 자체가 작다보니 중장갑을 갖추기 어렵고, 이 때문에 측면과 뒷면 방어력이 대단히 취약합니다. 특히 모두 단일장갑이기 때문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7호 발사관에 측면과 후면 어디든 맞으면 일격에 관통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 전차의 측면 장갑 두께는 비밀이지만, 일선 부대 간부들에게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관통당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K2 전차에는 K-APS라는 능동방어장치가 있음. 한국은 10년 전에 이 장비를 개발했지만, 대당 1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 이런 무기를 그 전에는 본 적도, 써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써야할지 교리와 전술을 개발하지 못해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200여 대 생산한 K2 전차들은 전부 능동방어장치를 뺀 깡통 전차들입니다.

그 외 다른 한국의 장갑차는 더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한반도는 이스라엘과 비교했을 때 보병이 매복할 수 있는 지형이 훨씬 더 발달해 있고, 북한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는 팔레스타인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숫자도 많습니다. 기갑차량에 능동방어장치를 달려면 과거 100만 달러에서 지금은 150만 달러가 듭니다. 이런 비용을 들여서라도 한국 전차에 능동방어장치를 시급하게 보강해야 합니다.

하마스 -이스라엘 충돌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반도 지킨다

( 진행자 ) 현실이 대단히 충격적인데, 한국군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일우 ) 이미 정답은 나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 반의 전투 기록들을 살펴보면, 이제 현대 기갑 차량들은 보병 휴대용 대전차 무기나 드론 공격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증가 장갑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고, 능동방어장치와 드론 대응 장비도 보유해야 합니다.

최신 전차는 1대에 싼 것은 1,000만 달러, 비싼 것은 3,000만 달러가 넘고, 장갑차도 싸게는 500만 달러, 비싼 것은 1,500만 달러는 줘야 합니다. 그런데 RPG-7은 발사기는 비싸도 2000달러, 로켓탄은 비싸도 500달러를 넘지 않습니다. 드론 역시 2000달러 정도면 박격포탄을 투하할 수 있는 사제 드론을 살 수 있고, 3만 달러 정도면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가 자폭할 수 있는 미사일 수준의 드론을 살 수 있음. 고작 몇 천 달러 이내 비용으로 수천만 달러짜리 기갑차량과 안에 탄 여러 명의 적군을 죽일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전차나 장갑차가 완전히 쓸모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전장에서 전차나 장갑차가 주는 위압감, 강력한 화력은 대단히 큰 위력을 발휘함. 문제는 그 전차나 장갑차가 보병용 대전차 무기나 드론 공격을 막아낼 수 있어야 그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기존 전차들에 능동방어장치와 증가장갑을 설치해 생존성을 높이고, 현재 도입 중인 장갑차 전력을 전부 갈아엎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당장은 대당 1,000만 달러짜리 장갑차에 150만 달러짜리 능동방어장치, 수십만 달러의 증가장갑을 붙인 값비싼 것들을 어떻게 수백 대씩 사느냐고 반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장갑차 안에 타고 있는 장병들 한명 한명의 가치는 1,000만 달러 그 이상입니다.

한국은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보고 대화력전 수행체계부터 기갑체계까지 지금껏 수백억 달러를 들여 추진해온 군사력 건설 계획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