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하마스, 이스라엘 헬기 격추’ 논란에 등장한 북 ‘불새’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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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이스라엘- 하마스 격전지에서 불탄 대형 공수부대 헬기

( 진행자) 한반도의 지구 반대편, 중동 지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시끄럽습니다. 매일 여러 전투와 충돌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스라엘군이 운용 중인 대형 헬리콥터가 격추됐다고요?

( 이일우)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조직, 하마스가 현지시각으로 10월 7일 아침 6시 30분,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작전을 벌였습니다. '알 아크사 홍수'라고 명명된 이 작전은 지난 4월 예루살렘에 있는 알 아크사 사원에 대한 이스라엘 경찰의 난입 사건을 이슬람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하고 그 보복으로 실시된 것인데, 하마스가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상대로 벌였던 무력 도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이 통치하는 2개 지역,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두 곳 중 가자지구를 실질적 으로 지배하는 강경파 정치 집단인데, 자체 군사력을 갖추고 있고, 이스라엘과 지속적으로 대립해온 집단입니다. 이들은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휴일인 안식일 아침, 대량의 로켓 공격과 함께 육, 해 공 모든 공간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쇄도해 들어갔는데, 가자지구 동부의 ‘키부츠 비에리’ 라는 농촌 마을에 하마스 조직원들이 난입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됩니다.

이스라엘은 즉각 공수부대원들을 CH-53D 헬기에 태워 출동시켰습니다. 키부츠는 단순한 마을이 아니라 북한의 협동농장과 아주 유사한 개념인데, 마을 전체의 농장과 축사, 상점이 마을 공동 소유, 공동 운영 형태로 유지되는 일종의 작은 공동체입니다. 정규 경찰이 상주하지 않고, 자경단 형태의 경무장 조직으로 치안을 유지하는데, 그렇다보니 하마스 조직원들의 표적이 되어 이곳에서 민간인 학살이 벌어지고 있던 것입니다.

이곳을 구출하러 출동한 이스라엘 공수부대원들은 탑승한 헬기가 고장을 일으켜 마을 인근의 들판에 불시착했습니다. 다행히 죽거나 다친 사람들은 없었고, 50여 명의 병력은 그대로 헬기에서 내려 도보로 마을로 향했습니다. 승무원들도 헬기의 시동을 끄고 수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을 점령하고 있던 하마스 조직원들이 대전차 미사일을 발사해 이 헬기를 파괴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땅에 내려앉은 헬기를 파괴한 것이기 때문에 ‘격추’가 아니지만, 개전 당일 처음으로 이스라엘 공군기를 파괴한 하마스는 이를 ‘격추’로 선전했습니다. 헬기는 형상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파괴됐지만, 다행히 승무원들이 신속하게 대피해 사상자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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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공격에 파괴된 이스라엘 CH-53D 헬기. /사진출처: 이스라엘 국방부

25m 이스라엘 대형 헬기 타격한 무기, 대전차 미사일?

( 진행자) 현지에서는 이스라엘 헬기를 파괴한 하마스의 미사일이 북한제 대전차 미사일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대전차 미사일로 헬기를 파괴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 이일우) 대전차 미사일은 말 그대로 전차를 잡기 위해 만든 미사일입니다. 파괴력이 대단히 강력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헬기나 항공기는 1발만 맞아도 완전히 파괴됩니다. 문제는 속도와 기동성인데, 헬기와 같이 3차원 공간을 움직이는 항공기는 매우 민첩하기 때문에 전차처럼 2차원 공간을 느리게 이동하는 전차를 맞추기 위해 개발된 대전차 미사일로는 항공기를 요격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대전차 미사일로 러시아 공격헬기를 여러 대 격추해 대전차 미사일에 의한 항공기 격추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각국에서 운용 중인 대전차 미사일은 음속 정도는 아니지만, 시속으로 환산하면 600~800km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준만 잘 하면 항공기를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 진행자) 도대체 어떤 북한제 미사일이 사용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 이일우) 현지 소식통들이 하마스가 이스라엘 헬기를 파괴하는데 사용한 미사일로 지목한 것은 다름 아닌 북한제 '불새-2' 대전차 미사일입니다. 이 미사일은 과거 소련이 1970년대 대전차 미사일로 개발한 미사일로 사거리 2km, 반자동시선유도 Semi-automatic command to line of sight라는 유도 방식을 사용하는 9K111, 미국과 NATO에서는 AT-4 '스피곳'이라고 부르는 모델의 북한제 현지 생산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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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사용하는 북 ‘불새2’ 미사일. /출처: 하마스 선전 영상을 이스라엘 국방부 캡처 (user)

북한은 1988년부터 2010년까지 최소 4,500발의 AT-4를 도입했는데, 북한은 이를 일선 부대에 배치해 주력 대전차 미사일로 사용하면서 조준장치와 발사기를 경량화한 현지화 버전인 불새-2 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사수가 조준경으로 표적을 조준하고 있으면, 사격통제장치가 자동으로 미사일을 유도해주는 유선유도 방식입니다. 1초에 186m를 날아가기 때문에 숙련된 사수라면 어지간한 이동 표적은 다 맞출 수 있고, 일단 명중하면 강철 장갑판도 600mm나 뚫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표적을 일격에 파괴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미사일에 피격된 헬기는 길이가 25m가 넘는 엄청난 거구의 헬기이기 때문에 하마스 사수 입장에서는 조준하기도, 유도하기도 편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명중 후 가득 채워진 연료탱크에 불이 옮겨 붙었을 것이기 때문에 단 1발로 헬기를 형상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소총, 로켓, 미사일까지 하마스엔 무기 천지

( 진행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북한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무장 단체의 손에 북한제 무기가 들려져 있다는 것이 의아한데, 하마스가 사용하는 북한제 무기가 불새-2 미사일 외에 더 있다고요?

( 이일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진입 작전에서 최우선 파괴 목표로 잡은 것이 가자지구 전역에 퍼져 있는 거미줄 같은 땅굴입니다. 이 땅굴은 땅굴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을 가진 북한이 굴착 장비와 전문 인력을 보내 만들어 준 것인데, 이스라엘은 이 땅굴에 대량의 불법 무기들을 숨겨놓고 수시로 테러를 저지르는 하마스 때문에 굉장히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은 땅굴만 파준 것이 아니라 대량의 무기도 팔았는데, 잊을만하면 현지에서 전해지는 이스라엘군의 땅굴 단속 결과 발표를 보면 북한에서 만든 온갖 무기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일단 하마스 대원들이 사용하는 총기는 비전문가가 보면 일반적인 AK 소총이 많지만, 전문가 시각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58식 보총이나 68식 보총들이 상당히 많이 보임. 58식 보총은 AK-47을 북한이 만든 것이고, 68식 보총은 AKM을 북한에서 생산한 것인데, 선반으로 가공한 58식과 프레스로 찍어낸 68식은 질감이나 탄창 삽입구 주변 형태가 미세하게 다릅니다. 58식은 탄창 삽입구 위쪽에 살짝 튀어나온 부분이 있고, 68식은 튀어나온 돌출부가 없는 대신 둥근 원 배경의 별 그림과 ’68년산‘이라는 한글이 크게 써 있음. 사격 모드를 결정하는 조정간에도 북한 보총은 한글로 ’단‘, ’련‘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하마스는 북한이 제작한 7호 발사관과 그 개량형도 많이 사용함. 서방 세계에서는 RPG-7이라 부르는 이 대전차 무기는 보병이 휴대하고 발사하는 대전차 로켓인데,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압수한 RPG 발사기와 탄두 가운데 적지 않은 양이 한글이 새겨진 북한제였습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쏴대는 ’까삼‘ 로켓도 알고 보면 북한제가 원형인 경우가 많습니다. 까삼 로켓은 한 종류의 모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마스가 만들어 발사하는 모든 유형의 로켓들을 통칭하는 말인데, 이들은 북한에서 수입한 107mm, 122mm 로켓들을 복제하기도 하고, 이 로켓들의 외피를 프레스로 찍어낸 뒤에 내부에 설탕과 질산암모늄, 질산칼륨 같은 화학약품을 섞어 조잡한 추진체를 만들어 끼워 넣는 방식으로 로켓을 만듭니다.

북한은 소총과 탄약, 수류탄과 같은 보병용 무기부터 로켓탄, 박격포탄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불법 무기들을 하마스에 공급해 왔는데,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이것들을 대거 압수하면서 북한의 불법 무기 수출을 막기 위한 UN 대북 제재에 큰 구멍이 있었다는 사실이 또 한번 입증 됐습니다.

땅굴로 하마스 손에 전해지는 무기들

( 진행자) 북한과 가자지구는 직선거리로 8,000km, 바닷길로 돌아가면 16,000km나 떨어진 먼 곳인데, 도대체 어떻게 북한제 무기가 하마스의 손에 들어가 있는 것인가요?

( 이일우) 미국의 역사학자, 제임스 헨리 브레스테드가 처음 만들어낸 말인데, '비옥한 초승달지대'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시나이반도에서 시작해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리아, 튀르키예 남동부, 이란 서부 일대를 연결하는 초승달 모양의 지역인데, 이곳에서 인류 최초의 정착 농경이 발생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초승달 지역은 이슬람 중에서도 이란을 맹주로 하는 시아파 세력이 득세한 지역임. 이란을 필두로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이 시아파에 속하고, 수니파가 대부분인 이라크에서도 북부 회랑 지역의 부족 상당수가 시아파임. 정보 소식통에서는 초승달 네트워크라고 부르는데, 이 일대에 북한과 이란이 개입된 대규모 무기 밀매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습니다.

일단 시작은 북한입니다. 남포 항구에서 무기를 실은 선박이 중국의 비호 아래 해상에서 불법 환적을 거친 뒤, 이란으로 향합니다. 이란은 북한제 불법 무기의 허브 역할을 하는데, 여기서 일부는 바닷길을 통해 예멘의 후티를 거쳐 소말리아를 창구로 아프리카에 퍼지고, 일부는 예멘에서 이집트로 간 뒤 이집트에서 세탁을 거쳐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를 연결하는 국경도시 라파에서 지하 터널로 가자지구에 반입됨. 하마스에 들어가는 무기 대부분은 이 경로를 통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K9 자주포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계약 체결이 안 되고 있는 이집트의 무기회사, 아랍산업화기구는 원래 아랍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기구였지만, 이집트에 기반을 둔 이 회사가 북한과 이란 등의 불법 무기를 밀매하는 중간상 역할을 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전부 떨어져 나갔습니다.

다른 루트는 이란에서 직접 이라크 내륙을 관통해 12번 고속도로로 시리아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시리아 아부카말과 주요 도시들이 이어지는데, 이곳은 시리아 내 최대 친이란 민병대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수시로 폭격하는 대규모 무기 밀매 물류 터미널이 있습니다.

이란은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있는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이용해 이스라엘 제거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무기 밀매 규모를 키워왔고, 북한은 여기 붙어서 막대한 검은 돈을 벌어왔습니다. 북한의 모든 불법 무기는 화물선을 통해 배편으로 나가기 때문에 북한을 완벽하게 해상에서 봉쇄하지 않는 한, 이들의 불법무기는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지역에 계속 뿌려지며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