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평양150m 지하벙커 초토화” 미 핵폭격기 전진 배치 이유
2023.10.29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미, 북한에 “경거망동 말라” 핵전폭기 배치로 경고
(진행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이 서방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문명 충돌 양상으로 확대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북한을 단속 하기 위해 한반도 주변에 전략자산들을 대거 배치하고 있다고요?
(이일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이 10월 7일이고, 이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전되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두 곳을 지원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군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장기간 계속된 소모전으로 막대한 양의 재래식 무기 재고가 지원되고 있고, 중동전쟁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와 시아파 민병대, 그들을 배후 에서 조종하고 지원하는 이란이 개입하면서 2개 항모전단과 1개 상륙전단이 개입하는 대규모 전쟁이 됐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초강대국이라도 여러 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전쟁에 모두 대응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NATO의 포병용 탄약 재고를 바닥낼 만큼 엄청난 물량전이 됐고, 해·공군 전력 위주로 진행되는 중동 지역 전쟁은 막대한 양의 항공폭탄과 정밀유도무기 소모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북한은 미국이 타 지역에서 전쟁으로 곤란을 겪고 있을 때 반드시 크고 작은 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 정세를 어지럽혔음. 베트남 전쟁 당시 청와대 기습 미수 사건,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있었고,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기간 내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중대형 도발을 일삼았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패턴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한 직후에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을 한국 부산으로 보냈고, 레이건 전단이 빠지는 시점에 맞춰 B-52H 전략폭격기를 서태평양에 배치하고 한국과 그 주변 공역에서 공중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번에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 전개한 B-52H 폭격기는 미 본토 루이지애나 박스데일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2폭격비행단 예하의 제20폭격비행대로 미 지구권타격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는 자산들임. 10월 17일에 2대, 20일에 2대가 각각 미 본토를 떠나 괌에 전개됐고, 이 중 1대는 한국의 서울에어쇼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괌에 배치된 이들 폭격기 전력은 일주일 동안 17일, 20일, 22일 한반도 주변에서 한미일 연합 공중 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를 실시했는데, 이는 북한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가 됐을 것입니다.
미 핵폭격기 B-25H, 북 견제위해 왔다
(진행자)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3종류의 폭격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폭격기인 B-2가 있고,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 폭격기인 B-1B도 있다. 이번에 미국이 전진 배치한 B-52H는 다른 두 기종과 비교하면 가장 구형인데,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략자산 중 하나라고요?
(이일우) 미 공군에는 1952년 첫 비행한 B-52가 72대, 1970년대 개발됐지만 1983년부터 생산된 B-1B 43대, 1987년부터 생산된 B-2A 18대 등 도합 133대의 폭격기가 있습니다.
이 항공기들의 나이를 따져 보면 가장 마지막에 납품된 기체가 1962년산인 B-52H는 61년 이상 현역으로 쓰고 있고, 1988년에 최종기가 납품된 B-1B는 35년에서 40년 정도 됐습니다. 가장 신형인 B-2A는 1999년까지 생산됐으니 24년 됐는데, 운용 연수를 생각해보면 가장 구형인 B-52H가 능력이 가장 성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오해를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이 3종류의 폭격기를 사용하는 것은 폭격기 세대 교체가 진행 중일 때 냉전이 붕괴돼 국방 예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구형 기체를 제때 대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각의 폭격기는 전혀 다른 설계 사상에 따라 만들어졌고, 현재도 고유의 임무를 맡아 각기 다른 임무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신형은 B-2는 처음 등장했을 때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비싼 폭격기였습니다. 대신 스텔스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 현존하는 최신형 방공무기로도 탐지가 어려워 적진에 은밀히 침투해 고위력 핵폭탄이나 대형 벙커버스터와 같은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전략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최대이륙중량이 무려 216톤에 달하는 거구지만, 마하 1.25라는 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한 B-1B는 빠른 속도와 최대 56톤에 달하는 엄청난 무장 탑재량으로 다양한 임무를 소화하고 있는 만능 폭격기였습니다. 속도가 빠르고 체공시간이 길뿐만 아니라 무장 탑재량도 많기 때문에 이라크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는 아예 전장 상공에서 고고도로 체공하면서 지상군이 폭격 요청을 하면 즉 시 정밀유도폭탄을 날려주는 하늘의 화력지원기지 역할을 했고, 현재는 기본 24발, 신형 무장장착 키트를 붙였을 때 최대 36발의 공중발사 순항 미사일을 날리는 미사일 캐리어로 유사시 중국 항모전단을 원거리에서 제압하는 핵심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B-52H는 전통적인 폭격기의 형태와 능력을 가진 대형 폭격기로 B-1B와 체급은 유사하지만,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B-1B에서는 운용할 수 없는 핵무기 운용 능력이 부여된 진정한 의미의 전략폭격기입니다.
B-52H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중에서 단일 무기로는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가진 B83 전략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습니다. B83은 폭발 위력을 자유자재로 설정할 수 있는데, 최대 폭발력인 1.2메가톤으로 설정하면 단 1발로 평양 전체가 초토화됨. 반경 1km짜리 초대형 폭심이 생기고, 폭발 중심에서 반경 7.5km 범위까지 충격파가 쓸어버리며 문자 그대로 지상을 평탄화시킴. 반경 13km 범위 내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고, 반경 21km 범위 내에 파편과 충격파로 인한 피해를 입힘. B-52H에는 이런 가공할 핵무기가 20발이나 들어갑니다.
미군의 가장 최신형 핵폭탄은 B61 Mod 12의 경우 폭발력은 0.3킬로톤에서 50킬로톤으로 비교적 약하지만, 지면을 관통해 들어간 뒤 인공지진을 일으켜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핵 벙커버스터임. 이 폭탄 1발이면 북한이 지하 150m 이상 깊이에 파 놓은 벙커도 무너집니다.
B-52H는 이와 별개로 사거리 2,400km의 세미 스텔스 공중발사 순항 미사일인 AGM-86B도 20발이나 탑재함. 이 미사일에는 150킬로톤 W80 핵탄두가 탑재되는데, 이게 하나 터지면 반경 450m짜리 폭심이 생기고, 반경 3.7km가 초토화됩나다.
B83이나 B61은 B-52 폭격기가 평양 상공 까지 접근해야 투발할 수 있지만, AGM-86B는 괌에서 이륙해 필리핀해 인근에서 발사해도 평양 타격이 가능하고, 초저공 침투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 방공망으로 탐지가 불가능합니다. 이런 무기는 괌에 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북한에게는 대단히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65세 핵폭격기, ‘미래형’으로 젊어진다
(진행자) 굉장히 오래된 폭격기이다 보니 3대가 조종하는 폭격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것이 B-52 폭격기다. 이미 오래 사용했는데, 최근 또 개량 사업이 진행되면서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폭격기로 재탄생되고 있다고요?
(이일우) B-52는 워낙 오래된 폭격기이다 보니 실제로 3대가 조종하는 항공기로 유명합니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에 미국의 전략 핵초계 작전인 ’크롬돔 작전‘을 수행한 돈 스프레이그 대령이 B-52를 몬 것을 시작으로 사위인 돈 웰시 대령이 베트남전에서 B-52를 몰았고, 외손자인 데이비드 웰시 대위가 2013년 B-52H 폭격기 조종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B-52를 추가 개량하면서 오는 2062년까지 사용할 예정이어서 데이비드 웰시의 아들, 어쩌면 그 아들 까지 4대에서 5대까지 조종하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폭격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 공군은 1962년까지 생산된 B-52H의 수명을 연장하고,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껍데기만 남겨놓고 사실상 모든 부품을 완전히 갈아엎는 대규모 성능 개량형, B-52J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작 중인 B-52J는 동체와 날개 등 주요 부위 부품들을 새로 교체해 수명을 크게 늘리고, 기존의 구형 엔진을 제거하고 연비와 신뢰성이 크게 향상된 롤스로이스 F130 엔진을 장착해 항속거리와 탑재 중량을 늘렸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의 기존 계기판들은 완전히 디지털로 바뀌고, 재래식 무장을 운용하기 위한 각종 센서와 조준장치도 최신형이 탑재됩니다.
미국은 구형 항법용 레이더를 드러내고 함재 전투기인 F/A-18 슈퍼호넷에 탑재되는 APG-79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레이더를 B-52J에 장착하고 있는데, 이 레이더는 공대공, 공대지, 공대함 표적 동시 추적이 가능해 공중 표적, 지상표적, 해상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가공할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 레이더는 합성개구, 즉 레이더파를 쏴서 돌아오는 반사파를 데이터로 처리해 3차원 입체 지형도를 만드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데, 이 능력을 이용해 수십 킬로미터 밖의 지상 이동 표적을 추적해 조준하고, 활공유도폭탄 등 정밀유도무기를 쏠 수 있습니다.
전투기용 레이더가 탑재됐기 때문에 대형 항공기는 250km, 소형 전투기는 150km 이상 거리 에서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데, 미국은 B-52J에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운용 능력까지 부여할 예정이어서, 이제 B-52는 호위 전투기 없이도 혼자서 적진에 들어가 적 전투기들을 떨어뜨린 뒤 표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디.
이 폭격기는 사거리 900km가 넘는 JASSM-ER 스텔스 순항 미사일 20발을 탑재할 수도 있고, 현재 개발 중인 AGM-86B 순항 핵 미사일의 후속 모델인 스텔스 핵미사일도 운용 가능합니다. 이와 별개로 현재 개발 완료 단계에 있는 사거리 1,600km, 비행속도 마하 7의 극초음속 미사일 HACM도 탑재되기 때문에 B-52J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계 최정상급 전략폭격기로서 계속 운용될 것입니다.
H에서 J로 바뀌면 북한과 중국에 생길 일
(진행자) 현재 운용 중인 B-52H가 신형 B-52J 사양으로 개량되면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도 크게 긴장할 것 같은데, 이 B-52J 폭격기가 전투에 투입되면 북한이나 중국이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이일우) 만약 B-52J가 북한이나 중국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에 투입되면, 북한을 상대로는 평양 등 지상 표적을 공격하는데 동원될 것이고, 중국을 상대로는 중국 항모전단을 잡는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B-52J는 다양한 무장을 사용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사거리가 대단히 긴 장거리 미사일들이고, 스텔스 성능을 갖춘 무장들이기 때문에 북한의 장거리 조기경보레이더 탐지거리 밖인 제주도 남쪽에서 무장을 투발해 평양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레이더로 탐지할 수 없는 JASSM-ER을 쏠 수도 있고, JASSM-ER에 들어가는 ’CHAMP’라는 고출력 극초단파 무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JASSM-ER이
표적을 초정밀 타격하는 스텔스 미사일이라면, CHAMP는 JASSM-ER에 탄두 대신 고출력 극초단파 발사기를 설치해 목표 주변을 선회 비행하며 여러 차례 극초단파를 쏘는 무기입니다. 전자레인지에 은박지를 넣고 전원을 켜면 내부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불이 나듯, 극초단파에 맞은 레이더나 통신장비는 회로가 파괴됨. 이 미사일 몇 발이면 평양 전체를 암흑천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장거리 방공 자산이 거의 없고, 전투기 전력도 형편없는 북한은 B-52J가 등판하면 무엇에 얻어 맞는지도 모르고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도 상황은 비슷함. B-52J에는 사거리 최소 560km, 최대 900km의 장거리 스텔스 순항 미사일 LRASM 20발이 탑재됨. 과거 B-52J는 큰 덩치와 높은 레이더 반사 면적 때문에 중국 함대의 장거리 조기 경보망에 쉽게 발각되고, 중국 항모에 탑재되는 J-15 전투기 때문에 미사일 사거리 안까지 중국 항모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고성능 레이더와 중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하기 때문에 호위 전투기 없이도 단독으로 돌격이 가능합니다. B-52J가 전력화될 시기에 미국은 사거리 200~300km급의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260을 배치할 예정인데, B-52J가 이 미사일을 장착하면 호위 전투기 없이 중국 항모전단으로 돌진해 적의 J-15 전투기 들을 초장거리에서 격추한 뒤, 일방적으로 미사일을 쏟아 붓고 현장을 이탈할 수 있습니다.
LRASM은 스텔스 설계와 인공지능 교전 통제 시스템이 적용된 최첨단 미사일로, 현존하는 중국 함대 대공 방어 시스템으로는 요격이 매우 어려운 무기임. 미국은 보통 4대 단위로 폭격기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괌에 배치하는데, 이 4대가 동시에 떠서 80여 발의 LRASM을 날리면, 그것만으로 중국 항모는 물론 호위 전단을 구성하는 모든 수상전투함들을 격침시킬 수 있습니다.
B-52J는 중국 항모전단을 제거한 뒤에는 지상 타격 임무로 전환해 중국 해안 도시와 베이징을 대상으로 극초음속 무기인 HACM을 퍼붓게 될 것인데, HACM 역시 현존하는 중국 방공 시스템 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합니다. 미국은 고성능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과 B-52J 콤비를 대중국 군사작전의 선봉에 세울 가능성이 높은데, 중국이 이를 막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