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김정은 ‘무한 악몽’ 시대 연 무인기 대중화
2024.10.20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평양 뚫은 무인가-무인기-뭐인가?
(진행자) 북한이 혁명의 심장부라 부르는 평양 한복판이 정체불명의 무인기에 뚫리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 했다. 북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군부가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평양 중심부에 다수의 삐라를 살포했다고요?
(이일우) 지난 10월 11일 밤에 북한이 외무성 명의로 중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 보낸 무인기가 10월 3일과 9일, 10일에 평양 상공으로 침투해 들어와 북한 노동당 당사와 김정은 관저가 있는 중구역 일대에 체제 비방 선전물, 즉 삐라를 뿌렸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10월 9일 오전 1시 14분께 노동당 중앙당 청사 상공에서 삼각형의 무인기가 비행하며 삐라가 잔뜩 담긴 원통을 투하하는 모습과 이 원통에서 대량의 삐라가 공중 으로 퍼져 나가는 장면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 삐라에는 북한 지도부, 특히 김정은이 보면 격노할만한 내용이 앞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 는데, “자기 배 불리기에 여념 없는 김정은”이라는 앞면에는 김정은이 차고 있는 고가의 명품 시계,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입고 있는 고가의 명품 외투 사진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 평균 연소득으로는 쌀 44,806kg이나 옥수수 80,576kg을 살 수 있지만, 북조선 인민 연소득으로는 쌀 1,440kg, 옥수수 2,711kg밖에 살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음. 뒷면에는 지옥으로 떨어지고 있는 북조선 경제상황이라는 글귀와 함께 “조선돈 14,000원의 가치는 겨우 1딸라”라는 문구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즉각 평양 전역에 비상경계태세를 선포하고, 살포된 삐라를 모두 수거한 것으로 알려 졌는데, 삐라 수거에서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북한은 평양 시내 1급 기업소와 모든 기관, 기업소의 노농적위군 병력과 민방위대, 보위대를 총동원해서 10월 11일부터 열흘 일정의 비상 소집 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선 학교에도 “이상한 물건을 발견하면 절대 만지지 말고 신고하라. 만지는 경우에는 문제가 크게 설 것”이라며 삐라의 내용이 주민들에게 절대 노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문이 하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는데, 북한전문매체들이 전하는 평양 내부 주민들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음. 일부 주민들은 “남조선이 사람을 안태운 비행기를 평양에 들여보낸다” “남조선이 발전하긴 했다” 이러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남발(from S) 무인기에 북한의 욕설남발 이유는?
(진행자) 북한의 주장대로 평양 상공에 나타난 무인기가 한국에서 날려 보낸 것이라고 해도 북한은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오물풍선을 한국으로 날리며 먼저 도발을 하지 않았나요? 북한 지도부가 왜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요?
(이일우) 북한 당국은 이번 사건이 국가 주권 침해, 국제법 위반이자 중대한 군사·정치적 도발이라며 같은 일이 재발하면 경고 없이 보복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이번 무인기 사건은 “신성한 국가 주권과 안전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자,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고 북한은 설명할 여지도, 필요도 없이 응당 자위권에 따라 보복을 가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공중 물체를 이용해 뭔가를 날려 보내는 것은 북한이 먼저 시작한 도발입니다.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이번 평양 무인기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25차례에 걸쳐 5,300여 개가 넘는 각종 풍선을 날렸습니다.
이 풍선은 각종 쓰레기와 분뇨가 담겨 있었고, 최근에 날아온 것들에는 타이머와 화약이 결합된 기폭장치도 있었습니다. 이 오물풍선들은 한국 전역에 떨어져 건물이나 구조물을 부수거나, 차량에 피해를 입히는 등 상당한 재산 피해를 만들었습니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은 유기물이고, 여기에 어떤 바이러스나 병원성 물체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화약까지 내장돼 있는 것이 확인 됐음. 북한이 말했던 국제법을 적용하면 이는 군사적 공격 행위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누가 날렸는지 그 주체조차 확인할 수 없는 무인기를 가지고 한국 군부가 저지른 일이라며 성토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5일, 김여정이 나서서 이번에 평양에 들어온 무인기가 한국군이 날린 드론이라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가장 먼저 공개했던 사진을 보면, 평양 상공에 날아든 무인기와 크기나 형상이 비슷한 무인기는 한국군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누가 날렸는지도 모르는 무인기에 이토록 화를 내는 이유는 이번 무인기 사건으로 그만큼 겁을 집어먹었다는 방증입니다. 언제, 누가, 어떤 식으로 날려 보낼지 모르는 무인기가 평양, 그것도 최고존엄이 머무르는 중심부 상공까지 날아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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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한은 한국군이 절대 자신들을 선제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즉, 북한 입장에서 한국군부는 통제 가능한 위협입니다. 그런데 이번 무인기 사건은 북한도 주체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해당 무인기를 격추하거나 무력화시켰다면, 벌써 그 잔해를 공개하고 대대적인 보복을 위협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나도록 물적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은 북한도 무인기를 날린 주체가 누구인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게 가장 무서운 것입니다. 어떤 위협이 분명히 보이는 곳에 있으면 그곳만 경계하면 되지만, 보이지 않는 위협에는 대응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처음에는 한국이 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대한민국 군부 쓰레기’라고 하더니, 이어서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해 침해당했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미국까지 비난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크게 겁을 먹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간 무인기가 평양 방공망을 뚫을 수 있다 / 없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며 그런 무인기를 날려 보낸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간단체 또는 동호회가 이번 무인기 사건의 주인공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민간인이 평양에 무인기를 날릴 수 있는 것인가요?
(이일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에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주체는 한국군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대북 전단을 자주 날렸던 북한 인권 단체들도 아닙니다. 이번에 평양에서 발견된 삐라는 그동안 북한 인권 단체들이 날렸던 삐라와는 전단의 형태와 크기, 종이 재질, 맞춤법과 띄어쓰기, 사용 어휘가 다릅니다. 아마도 한국에 거주 중인 탈북민 또는 탈북민의 조언을 얻어 민간인이 작성한 것 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투하 전단통은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3D 프린터로 사출한 흔적이 있습니다. 이는 무인기 역시 동체를 3D 프린터 사출 부품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무인기 기술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 1월, 한국 대구의 한 무인기 동호회 회원이 경량 플라스틱으로 만든 소형 무인기에 카메라를 달아 금강산으로 날려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강원도 고성에서 이륙한 이 무인기는 금강산, 북한군 주요 시설을 촬영하고 다시 휴전선을 날아 강원도 인제에 착륙했는데, 북한군은 물론, 한국군도 몰랐습니다. 이 동호회 회원은 자신은 물론, 동호회 회원들이 개성에도 종종 무인기를 날려 사진과 영상을 찍는다고 밝혔고,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평양도 찍고 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인기는 최첨단 군사과학기술의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무인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고, 이제는 민간인들도 장거리 순항 미사일에 준하는 수준의 무인기를 만들어 날릴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유사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구체적으로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크라이나 여러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일부 텔레그램 계정이나 홈페이지에는 온라인 마켓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부품들로 전투용 드론을 만드는 제조법은 물론, 그러한 드론을 제어할 수 있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링크가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각지를 타격하는데 사용하는 장거리 자폭 드론 가운데 일부 모델도 이러한 방식으로 민간인들이 가내수공업 수준의 시설에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론의 중량에 따라 예초기나 오토바이 엔진을 구하고, 여기에 맞는 자율비행 칩셋, GPS나 글로나스 같은 위성항법장치, 자세제어장치와 소프트웨어를 구한 뒤, 동체는 3D 프린터로 만들 수도, 나무판자, PVC 합판, 심지어 골판지로도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무인기가 만들어졌다면 내부에 실을 뭔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삐라였지만, 누군가가 물리적 살상을 의도했다면 화공약품을 조합해서 폭발성 탄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조법은 말할 수 없지만, 인터넷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된 조합, 예를 들어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 분말을 이용해서 살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어떤 물질을 만드는 것은 화학에 대해 약간의 이해만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만든 드론 앞부분에 포탄에 쓰는 충격신관과 연결된 TNT를 넣어서 목표물에 명중하면 터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드론은 사전에 입력된 GPS 좌표를 경유해서 비행해 목표물을 찾아가는 방식인데, 일단 띄우면 추락하거나 명중할 때까지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스타링크 시스템을 이용해서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드론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드론도 나타나기 시작했고, 어떤 드론은 방해 전파 공격을 받으면 스스로 외부 전파를 차단하고 내장된 전자광학장비와 적외선 장비로 주변을 수색해 알고리즘에 입력된 목표물을 향해 돌진하 도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드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백 킬로미터를 스스로 날아갈 수 있고, 위성을 이용해 원격 제어까지 가능한 이런 무인기를 만들 수 있는 설계도도, 그러한 무인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도 온라인 마켓에서 모두 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무인기는 활주로에서 활주해서 날리기도 하지만, 트럭에 경사 발사대를 설치해서 새총 쏘듯이 날려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제는 인터넷에서 설계도와 제어 소프트웨어를 구하고, 인터넷에서 부품을 사서 조립하면 누구든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는 무인기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평양 상공에 나타난 것은 아주 느린 속도로 비행하는 프로펠러 드론이었지만, 최근에는 RC 항공기에 사용되는 소형 제트 엔진을 이용한 미사일형 자폭 드론도 가내 수공업 형태로 제작되고 있기 때문에 다음번에 평양 상공에 나타나는 것은 매우 빠른 속도의 미사일 같은 무인기일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의 잠 못드는 밤(낮) 시대 열렸다
(진행자) 무인기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그 치명성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무인기를 이용한 정치인 암살 시도 또는 그러한 시도로 의심되는 사건들이 적지 않게 일어났는데, 그러한 공격으로부터 가장 큰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 김정은이라고요?
(이일우) 무인기 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국가를 막론하고 이러한 무인기 기술을 적절 하게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평양 상공에 나타난 무인기는 한국의 수도권 내륙 또는 서해 해상에서 민간인에 의해 발사됐을 가능성이 높은데, 북한은 이를 탐지하지 못했고, 한국 역시 드론이 북한 내륙으로 들어갈 때까지 전혀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크기가 작고 비행 고도가 낮아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고, 짧게는 수십 킬로미터, 길게는 수백 킬로미터를 날아갈 수 있으면서 수십 킬로그램을 싣고 날 수 있는 이러한 무인기는 과거 에는 군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누구나 날릴 수 있음. 다시 말해 통제 되지 않은 살상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평양 방공망의 실체에 대해 소개하면서 평양이 공습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 평양 무인기 사건으로 당시 분석이 사실이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북한이 평양 전체에 경계 강화 지시를 내리고 대공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등 요란법석을 떨고 있지만, 방공망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강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님. 다시 말해 평양 상공에 다시 무인기가 나타나더라도 북한이 이를 탐지, 요격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안팎으로 적이 아주 많은 사람임. 북한 내부에서는 인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고, 자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인민군대도 믿지 못해 사격 훈련할 때 중무장한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다님. 북한 내부에서 폭발물이 실린 무인기를 날려 김정은을 노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의 적은 북한 밖에도 있음. 한국에 있는 많은 탈북민들이 그렇고, 최근 급증한 엘리트 출신 탈북민들에게 김정은은 자신은 물론,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해친 ‘원쑤’ 그 자체입니다. 무인기라는 접근 용이한 수단이 있고, 김정은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면 이제는 누구든 무인기를 만들어 노동당사나 관저에 날려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 CIA가 ”안전하게 련락하는 방법“이라는 선전물을 내고 북한 안팎에서 협력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북한 안팎의 자생적 반 김정은 세력은 물론, 미국의 협조를 받은 세력이 무인기라는 수단을 이용해 김정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됐다는 것입니다. 모스크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무인기는 아무리 방공을 강화한다고 해도 완벽 하게 막을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김정은의 ‘불면과 악몽의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