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한군 파병의 대가가 30년된 MIG-29?
2024.12.15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미 사령관 “러시아가 북에 전투기 줄 것”
(진행자) 러시아에 병력과 무기를 대거 공급하고 있는 북한이 그 반대 급부로 전투기를 받을 수 있다는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 여러 차례 다룬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직접 기종을 지목해서 “러시아가 북한에 이 전투기들을 줄 것이다”라고 밝혔다고요?
(이일우) 지난 12월 초, 세미나에 참석한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이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파병 대가 성격으로 전투기를 공급받기로 합의했고, 그 기종이 MIG-29와 Su-27이라고 밝혔습니다. 퍼파로 사령관은 이들 전투기가 러시아의 신형 5세대 전투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가공할 위력을 가지고 있는 전투기 라고 평가했습니다.
전투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등장한 모델들부터 등장 시대와 적용된 기술에 따라서 1세대부터 5.5세대까지 세대 구분을 적용합니다. 한국전쟁에 사용됐던 미군 F-86이나 소련 MIG-15가 1세대, 이를 좀 더 개량해서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 비행 능력을 갖게 한 미국 F-104나 소련 MIG-21이 2세대에 해당됩니다. 이 MIG-21, 이것의 바로 직전 모델인 MIG-19 이것들은 현재 북한 공군의 주축을 이루는 전력입니다.
3세대부터는 레이더를 장착해서 가시거리 밖 교전 능력이 부여됐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미사일 무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는데, 한국공군이 운용한 F-4 팬텀, 북한 공군이 운용 중인 MIG-23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번에 북한에 공급되는 4세대 전투기는 197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전투기로 한국의 F-16 이나 F-15K, 북한의 MIG-29가 해당됩니다. 레이더 성능이 크게 개선돼 주간은 물론 야간에도 작전이 가능하고, 공대공, 공대지 작전이 모두 가능한 멀티롤 전투기라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이 4세대 전투기가 보급되고 있을 때 냉전이 끝났는데, 이 때문에 5세대 전투기 등장이 조금 늦춰지고, 4세대 전투기에 대한 성능 개량이 진행됐습니다. 레이더를 최첨단 전자주사식으로 바꾸고, 전자 장비를 크게 혁신한 4.5세대 전투기가 그것인데, 한국 공군은 이 4.5세대 전투기를 도입 중이지만, 북한은 4세대 MIG-29를 마지막으로 1990년대 초반, 공군력 현대화가 멈췄습니다. 이번에 러시아가 북한에 공급한다는 전투기들은 30년 전, 북한이 도입하고 싶어 했지만 손에 넣지 못한 바로 그 기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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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실망 중, 비행기 활주로까지 연장했지만 겨우 미그-29라니
(진행자) 파파로 사령관도 미그-29와 수호이-27이 최신 전투기는 아니라고 했는데, 러시아에 엄청난 양의 탄약과 포병무기, 심지어 1만 명이 넘는 대군까지 지원한 북한이 최신 전투기도 아닌 이런 구형 전투기를 정말 받을까요? 김정은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일우) 사실 북한도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신형이고 어떤 것이 구형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MIG-29를 운용해봤기 때문에 이 전투기가 얼마나 형편없는 무기인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0년대부터 도입을 시도했던 전투기들은 대부분 중국의 JH-7이나 러시아의 Su-35와 같은 대형 고성능 기종이었습니다.
중국제 JH-7은 다목적 전폭기로 최대 이륙 중량이 29톤에 육박하는 기종이고, 러시아제 Su-35는 현존하는 4.5세대 전투기 중 가장 덩치가 큰 전투기로 최대 이륙 중량이 35톤에 달합니다. 북한이 보유한 MIG-29 초기형은 최대 이륙 중량이 20톤이 채 되지 않는데, JH-7이나 Su-35와 같은 대형 전투기를 운용하려면 활주로 이착륙 거리를 더 늘리고 비행장 시설도 현대화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최근 평양 인근의 순천비행장과 북창비행장 2곳의 활주로를 300m씩 연장해서 2800m까지 확대하고, 전투기 격납고 등의 새로운 지원 시설을 설치하는 대대적인 개장 공사를 벌였습니다.

북한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량의 탄약과 무기, 심지어 병력까지 파병하면서 내심 대형 최신예 전투기를 받아올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해 가을, 김정은이 러시아에 갔을 때 극동 지역에 있는 콤소몰스크나아무레 항공기 공장을 방문했는데, 이때 최신예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Su-57, 최신예 4.5세대 전투기, 러시아에서는 4.5세대++ 전투기라고 부르는 Su-35를 시찰하고 이 모델에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인 바 있었습니다. 김정은의 방문을 전후해 한국 국가정보원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신형 전투기 인수를 위해 교육을 받을 요원들을 보냈다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이러한 정황들 때문에 북한이 최신형 수호이 전투기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들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최근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업체 총괄이사가 직접, 익명을 요구한 국가와 Su-57 전투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최신 전투기 도입설은 더 확산됐는데, 미군 고위 장성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무기 지원에 파병까지 해줬는데 30년 넘은 구형 전투기를 대가로 받는 셈이기 때문에 상당히 기분이 나쁠 수도 있습니다.
러에서 북으로 갈 MIG-29는 현대화 불능의 폐급 수준일듯
(진행자) 미군 최고위 장성이 직접 기종을 지목했지만, 이 전투기들 중에 미그-29의 경우에는 지난 3월, 한반도신무기대백과에서 지원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종이라고 예측했던 기종입니다. 러시아가 만약 미그-29를 제공한다면, 어떤 수준의 모델을 얼마나 지원할 수 있을까요?

(이일우) 지난 3월과 작년 9월에 한반도신무기대백과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MIG-29를 공급하고, 현대화 개량 공사도 도와주고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왜 이 기종이 북한에 넘어갈 가능성이 가장 높았는지 분석한 바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군은 일명 ‘플랭커 계열’로 불리는 Su-27 기반 파생 기체들을 주력 전투기로 도입 중에 있습니다. 기본형 Su-27 350여대, Su-27을 2인승으로 만들어 다목적 전폭기로 변신시킨 Su-30 110여대, 이것을 더욱 확대해 장거리 전선폭격기로 만든 Su-34 150여대, Su-27을 기반으로 4.5세대급 개량을 가한 Su-35 110여대가 주축입니다. 이들은 플랭커라는 동일 기종을 기반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이 호환됩니다. 덩치도 MIG-29보다 훨씬 크고 연료와 무장도 더 많이 싣기 때문에 러시아는 성능과 군수지원 효용성 강화 차원에서 MIG-29를 2선급 으로 밀어내고 플랭커 계열 전투기들로 전투기 기종을 통일하고 있습니다.
MIG-29는 플랭커 계열보다 작고, 성능도 빈약한데 엔진을 비롯한 주요 부품의 내구성이 아주 형편없어서 유지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소련 때 생산한 물량과 제조사가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량씩 발주한 물량들 중심으로 240여대를 가지고 있지만, 이 중 실제로 사용 하는 것은 70대 미만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소련 붕괴 이후 MIG-29 생산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여기에 방치된 기체와 부품도 30년 넘게 녹슨 채로 방치됐는데, 이번에 북한에 준다는 것이 바로 이런 잉여 물량입니다.
러시아 공군이 보유 중인 MIG-29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 생산된 MIG-29S로 북한이 현재 운용 중인 모델과 같은 모델입니다.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MIG-29 중 30여 대만 새로 생산된 신형 모델이고, 나머지 200여 대는 전부 구형인데,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는 이 가운데 절반인 100여 대가 장기 방치 상태로 부식이 심해 작동 자체가 안 된다는 검열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즉, 북한이 받을 수 있는 MIG-29는 공군력 현대화가 불가능한, 폐급 장비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북한에 MIG-29를 준다면, 북한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기체들에 대한 수리 부속용으로 일부 기체를 보내줄 수 있고, 자신들이 거의 안 쓰는 MIG-29SMT 같은 일부 개량형 30여 대를 재고 처리 차원에서 보내줄 수도 있습니다.
Su-27은 더 심각합니다. 현재 러시아군이 보유 중인 Su-27은 모두 1991년 이전 생산분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2004년부터 Su-27SM이라는 사양으로 성능 개량이 진행됐고, 최근에는 Su-27SM3라는 추가 개량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에 Su-27을 준다면 개량하지 않은 기체를 주거나, 초기 개량 기체를 넘겨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전투기는 러시아 본토 방공 작전의 핵심 전력이고, 러시아 본토는 지금도 우크라이나 드론에 대한 대응 작전으로 전투기 전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 이기 때문에 Su-27은 주더라도 극소수 물량만 넘겨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은이 원하는 ‘4.5세대 최첨단 전투기’ 확보도 대비해야
(진행자) 미그-29의 성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미그-29나 구형인 수호이-27 보다 더 우수한 성능의 신형 전투기를 받아오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도 경계해야 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요?
(이일우) 김정은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가 폐기될 MIG-29나 Su-27을 주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을 리가 없습니다. 러시아가 실제로 중고 전투기를 준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대단히 심각하게 노후화된 북한 공군력 현대화 작업에 앞선 ‘맛보기 버전’ 정도, 즉 교육용으로 소량을 공급하고, 진짜 전투용 항공기는 신규 생산한 물량을 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금 부족한 전투기 물량을 채우기 위해 전투기 생산 라인을 대폭 확장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지난 10월 18일, 러시아 국영 통합항공기제작공사의 유리 슬류사르 대표이사가 직접 발표한 바와 같이 러시아는 MIG-29의 최신 현대화 개량형인 MIG-35 대량 생산을 위해 생산 라인 확장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김정은이 방문했던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수호이 항공기 공장도 기존의 생산 라인을 2배 가까이 키워 Su-57과 Su-35, Su-30SM2 생산량을 더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러시아 전투기 생산은 서방세계의 제재로 한때 출고량이 연평균 10대 이하로 줄어들기도 했었지만, OSINT 네트워크가 확보한 러시아 방산업체들 간의 내부 거래 문서를 보면,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전자장비들을 러시아 국산으로 대체하거나, 중국에서 들여오는 방식으로 조달해 전투기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정황들이 보입니다.
특히 러시아는 국내 생산뿐만 아니라 인도에 있는 Su-30 전투기와 엔진 생산 공장에서도 부품을 조달하고, 이란에도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에, 북한이 Su-30SM2나 Su-35S와 같은 4.5세대 플러스급 전투기를 도입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들 전투기는 한국공군의 현용 전투기들과 대등 이상의 전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 북러 군사 협력 확대와 이에 따른 전투기 거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대비책을 준비해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