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자중지란에 ‘북한판 토르’까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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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최정예’라기엔 너무나도 무력했던 우크라에 생포된 북한군

( 진행자 )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가 쿠르스크 전장에서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공개했습니다. 폭풍군단보다 더 뛰어난 특수부대 요원이라는 정찰총국 소속으로 밝혀졌는데, 이들이 포로로 붙잡히게 된 경위를 들어보면 이들이 정말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황당한 상황이었다고요?

( 이일우 ) 지난해 12월부터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쿠르스크 여러 전장에 투입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이곳에 드론 지원을 받는 특수작전군, 일명 SSO 요원들을 투입해 살아있는 포로를 확보하기 위한 특수작전을 수행 했습니다. 이들의 작전은 북한군이 모여 있는 주둔지를 기습 공격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숫자의 북한군이 사살됐고, 일부는 생포 직전 자폭을 시도하다가 총격을 받고 사살 됐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포로는 1월 5일, 쿠르스크 서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된 2명 이었는데, 1명은 팔에, 다른 한명은 얼굴과 팔다리에 중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이들은 1월 3일에 있었던 교전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고 동료들이 몰살당하는 피해를 입었고, 자신들도 부상을 입어 방공호에 숨어 있었는데, 그 지역을 공격하던 러시아군이 밀려나면서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에 의해 생포됐습니다.

이들은 키이우에 있는 시설로 압송돼 치료를 받으면서 우크라이나 정보국 SBU와 한국 국가정보원 NIS의 심문을 받았는데, 심문 결과 이들은 폭풍군단이 아니라 정찰총국 요원들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찰총국은 잘 알려진 것처럼 군 정보기관으로 대외 공작과 사보타주는 물론, 사이버 테러 등을 전담 하는 북한군 최정예 조직인데, 북한에서도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도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마치 인간병기처럼 소개된 마치 ‘일당백’인 것처럼 알려진 부대입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정찰총국 요원들은 전투에서 패배하거나 생포될 것 같으면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자결하는데, 이번에 공개된 생포 당시 드론 촬영 영상을 보면,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참호에서 끌려 나왔습니다. 그래서 현지 정보 소식통들도 이들이 정말 최정예 군 첩보기관의 요원들이 맞나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살아돌아오라” 하지만 “붙잡히면 자폭하라”

( 진행자 ) 우크라이나가 사살한 북한군 시신에서 나온 메모장도 공개됐습니다. 포로로 사로잡힐 것 같으면 자폭하라는 내용도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잡힌 포로의 진술과 그들이 가진 서류들을 살펴보면 이역만리 사지에 내몰린 북한군, 알고 보니 목숨 걸고 싸워도 한 푼도 못 받는다고요?

(이일우) 우크라이나가 생포한 북한군 포로들, 근접전을 통해 사살한 북한군 유해에서 나온 유류품들 가운데 서류나 메모장이 여러 개 있었는데, 이 가운데 '정경홍'이라는 장병이 쓴 메모장이 있었습니다. 메모장 내용은 최고사령관 또는 북한 고위 인사가 내린 것으로 보이는 교시였는데, 이런 내용입니다.

“당신들은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된 것이고, 이번 파병을 통해 미래전에 대비한 전투 경험을 쌓아야 한다. 비록 고향에서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가 있지만, 목숨을 아까워하지 말고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사실 이 교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문장입니다. 미래전에 대비한 전투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전투 경험을 쌓고 살아서 돌아와 다시 북한군으로 복무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목숨을 아까워하지 말고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다음 문장은 러시아가 시키는 총알받이 임무를 수행하고 죽으라는 말입니다.

이번에 생포된 포로들의 진술에 따르면, 북한은 파병 장병들에게 파병 급여에 대한 그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고, 실제로 지난 몇 달 동안 급여가 지급되지도 않았습니다. 현재 러시아군에 외국군 용병으로 입대한 중국이나 아프리카 출신 용병들은 적게는 2,500달러에서 많게는 3,500달러를 월급으로 받고 있는데, 북한군은 급여에 대한 이야기는 없이 “살아서 돌아오면 영웅으로 우대 대우한다”는 통보만 받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북한에게 지급하는 급료는 북한 정권이 꿀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현재 병력 운용 구조와 북한 지도부의 의도 때문에 파병 병력 절대 다수는 절대로 살아서 북한 땅을 밟지 못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러시아군의 병력 운용 사례를 보면, 러시아는 다리가 절단돼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야 하는 부상병도 군 의무위원회에서 경증 환자로 분류해 다시 전장으로 투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들이 중상을 입고 살아서 전역하면 지난해 11월 푸틴이 서명한 상이 용사지원법에 따라 최대 400만 루블, 미화 약 38,800달러를 일시불로 지급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러시아 정부의 재정 적자가 너무 심해 지급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병사가 죽을 때까지 반복해서 전장으로 내몰고, 죽으면 실종 처리하는 것이 일상이 됐는데, 북한군 역시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부상을 입은 북한군에게 의료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을 다시 전장으로 보내기 위함이지 완쾌시켜서 북한으로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러시아에서 이미 외부 문물을 잔뜩 경험한 이들이 대거 북한으로 돌아오는 것은 심각한 체제 위협 요소입니다. 당연히 북한 지도부는 이들의 생환을 원치 않을 것이고, 최대한 많은 총알받이가 필요한 러시아 역시 이들을 살려서 북한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러시아에 간 북한 군인들은 통제 간부로 간 극소수 간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살아서 고향 땅을 밟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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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아군도 몰라 . 러 군과 싸우다 죽거나 다치는 북한군

( 진행자 ) 파병된 북한군이 북한 지도부의 속내를 안다면 이것만큼 원통하고 분개할만한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설상가상으로 전장에 나간 북한군, 우크라이나군은 물론이고 아군인 러시아군과도 서로 못 알아보고 싸우면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요?

( 이일우 )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이나 우크라이나군 모두 피아식별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둘 다 구소련제 전차, 장갑차, 무기들을 대거 쓰고 있고, 최근에는 위장복까지 같은 패턴의 제품을 쓰고 있기 때문에,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은 헬멧과 팔에 빨간색 피아식별띠를, 우크라이나군은 파란색 피아식별띠를 착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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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토르 파괴. /출처: 텔레그램

문제는 장비입니다. 러시아군이나 우크라이나군이나 전장에 있는 모든 무기를 보고 그 무기가 무엇인지 식별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일단 의심되면 공격하고 보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10일,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된 북한제 방공장비가 러시아군 공격을 받아 파괴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러시아군 선전 활동을 하는 친크렘린 밀블로거, <포베르누티예 나 바오니예>는 러시아군으로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쓰는 서방제 최신 방공장비를 FPV 드론으로 파괴했다”는 전언과 함께 영상을 받아 자신의 텔레그램에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에는 그런 외형을 가진 방공무기가 없다”며 그 방공무기가 무엇인지 분석했고, 그것이 지난 2020년에 처음 공개된 북한제 야전방공무기, 일명 ‘북한판 토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북한판 토르는 트레일러에 탑재된 수직발사식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인데, 러시아의 토르 방공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해서 전문가들이 붙인 별명입니다. 북한이 이 장비를 러시아에 수출한 것으로 보이는데, 보통 미사일의 운용요원 교육이 1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장비를 끌고 쿠르스크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승무원들 속에는 북한군도 있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러시아군 드론이 북한군 방공무기를 파괴한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북한제 무기가 러시아군을 공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 1월 초, 러시아군은 ‘북한판 스파이크 NLOS’, 일각에서는 ‘불새-4’라고 잘못 표기하고 있는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사용해 쿠르스크 전선 북부에서 우크라이나군 포병대를 공격하는 영상이라며 짧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2S1 122mm 자주포가 미사일에 맞아 파괴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문제는 러시아가 밝힌 그 자주포는 러시아군, 우크라이나군 모두 쓰는 자주포이고, 러시아군이 밝힌 작전지역 설명을 보면, 그 지역에는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아니라 러시아군 포병대가 작전 중이었다는 것입니다. 북러가 함께 힘을 뭉쳐 우크라이나군과 싸워도 될까말까 한데, 피아식별을 못하고 서로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국이 전장의 북한군인 도울 수 없을까 ?

( 진행자 ) 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의지에 반해서 사지에 내몰린 북한군인들은 그야말로 선택지가 별로 없는 어려운 상황이군요.

( 이일우 )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북한군 포로는 얼굴이 공개됐고, 2명 중 1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1명은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물론, 후자의 경우 북한이 파병 장병의 귀국을 원치 않기 때문에 러시아 측에 신병이 인도되더라도 다시 전투에 투입되거나 처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이 파병 장병들에게 생포될 것 같으면 자폭하라고 지시할 수 있는 것은 북한에 그들 가족이 인질로 있기 때문입니다. 장병들은 자신들이 포로로 잡힌 사실이 북한 당국에 알려지면, 가족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포로로 잡히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그들의 저항도 격렬해지고, 그들은 물론 생포를 시도하는 우크라이나군도 죽거나 다칠 수 있습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