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자주포론 우크라, 로켓포론 한국 위협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4.11.24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자주포론 우크라, 로켓포론 한국 위협 러시아에서 발견된 M1989 주체포
/출처: 텔레그램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주체 자주포까지 러시아로

 

(진행자) 1월 중순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북·러 군사협력이 어디까지 심화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병력 외에 탄약이나 총기 정도만 러시아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이 이제는 포병 무기까지 넘겨주기 시작했다고요?

 

(이일우)  북한이 러시아에 포병 무기를 넘겨주기 시작했다는 첩보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지난 10 17, 러시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정부 파르티잔 네트워크, Atesh’가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에 보고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들은 러시아 사라토프에 있는 고등포병지휘학교에 러시아군 편제에 없는 새로운 유형의 자주포가 들어왔고, 북한 교관들이 이 자주포 운용법을 러시아군에 교육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자주포는 북한이 생산한 가장 최신형 모델인 주체 107년식 155mm 자행형 곡사포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약 한 달 만에 러시아 중부 시베리아 지역에 있는 크라스노야르스크 기차역에서 열차 편으로 수송되는 170mm 자행형 곡사포가 확인되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자주포는 M1989 ‘주체’ 자행형 곡사포로 확인됐습니다.

 

11 14일에 북한 자행형 곡사포 이동이 확인된 크라스노야르스크역은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지나는 역입니다. 사라토프 포병학교에서 운용요원 교육이 끝났다면 아마 이 자행형 곡사포들을 실은 열차들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따라 모스크바를 경유해 쿠르스크와 가까운 오룔역을 통해 전선에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가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170mm 곡사포와 240mm 방사포 도합 70여 문을 러시아에 공급했는데, 실전에서 그 성능을 검증해 보기 위한 목적에서 이번 수출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서울불바다>가 아닌 물대포수준의 북 자주포

 

(진행자)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는 자주포는 ‘곡산’, ‘주체’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170mm 자주포, 일명 ‘장사정포’로 불리는 무기입니다. 한때 <서울불바다> 위협의 주역이었던 이 자주포, 그 별명에 걸맞게 우크라이나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을까요?

 

 (이일우) 일단 언론에 잘못 보도되고 있는 명칭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곡산’ 자주포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번에 러시아에서 식별된 모델은 ‘곡산’이 아니라 그 개량형인 ‘주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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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형 240mm 방사포. /출처: 조선중앙통신

 

북대서양조약기구 분류 기준으로 ‘곡산’은 M1978, ‘주체’는 M1989로 명명돼 있습니다. 비전문가가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곡산’은 T-55 전차의 차체를 뒤집어 주포를 얹은 모델이고, ‘주체’는 중국제 VTT-323 장갑차의 차체를 기반으로 개량된 주포와 지원 장비를 얹은 모델입니다.

 

이 자주포가 사용하는 170mm 주포는 북한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규격 인데, 북한이 이런 주포를 사용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 김일성은 유사시 서울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포병무기를 원했지만, 소련이나 중국의 기성 포병무기 가운데는 50km가 넘는 사거리를 가진 모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미군에는 긴 포신을 가진 175mm 평사포가 있었는데, 이 평사포는 높은 포구초속으로 포탄을 날려 보내 기본탄으로 32km, 사거리 연장탄으로 40km라는 엄청난 사거리를 발휘했습니다. 이는 당대 155mm 152mm 곡사포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북한은 소련이 개발했지만 채용하지는 않은 S-18 170mm 곡사포 포신을 복제해서 2개를 이어 붙이고, 당시 생산되던 소련의 2S7 203mm 곡사포의 부품 일부를 가져와 붙인 뒤 이를 T-55 전차의 중국제 복제품인 59식 전차에 얹었음. 이것이 M1978 곡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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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이 사용하던 M1978 곡산포. /출처: 미 해병대

 

이 곡산은 호메이니 혁명 이후 이란군이 도입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실전에 투입했는데, 사거리는 54km 정도로 길었지만, 명중률이 너무 형편없어 표적에는 거의 맞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거리 하나만큼은 길어서 여기에 주목한 이라크도 북한에 같은 무기를 주문해 도입했는데, 얼마 안 가서 북한제 170mm 주포를 떼 버리고, 소련제 180mm S-23 주포를 붙여 사용했습니다.

 

전혀 자동화되어 있지 않아 정차 후 포탄 발사 준비에 30분이 넘게 걸리고, 포신과 주퇴복좌기 등의 내구성이 떨어져서 연속 사격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5분에 1발 발사하는 것이 고작인데, 그런 것 생각하지 않고 연속 사격으로 주포가 터져도 된다고 생각하면 1분에 최대 4발 까지는 쏠 수 있습니다. 물론 4발 이후부터는 주포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점은 감수해야 합니다. 무엇 보다 구경은 170mm인데 사거리 증대를 위해 위력을 희생한 탓에 포탄 무게가 155mm 고폭탄의 절반 정도인 20kg이고, 파괴력은 한국군에서 ‘똥포’라 불리는 105mm 포탄과 비슷한 수준임. 물론, 명중 정밀도가 너무 떨어져서 표적을 맞출 수도 없습니다.

 

이번에 러시아에 공급된 ‘주체’는 ‘곡산’보다 11년 늦게 나왔지만, 차체만 바뀌었을 뿐, 주포와 포탄, 발사 메커니즘은 동일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봤자 드론의 표적밖에 안 됨. 발사 준비에 30분이 넘게 걸리고, 연속 사격도 안 되는데, 이런 무기가 전장에서 생존할 수 있 다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러시아군이 이번에 도입한 대포가 북한제라는 것을 잊고 여러 발을 연속 사격하다가는 우크라 이나군이 아니라 자신들이 불바다가 될 수도 있습니다.

 

포의 나라 러시아는 왜 북 자주포가 아쉬울까?

 

(진행자알려진 자료만 놓고 보면 러시아는 북한보다 훨씬 많은 포병 무기를 가진 나라입니다. 소련 시절에 생산했던 무기들을 고철로 폐기하지 않고 넓은 국토 곳곳에 예비 물자로 보관해서 엄청난 양의 포병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런 러시아가 왜 북한에서 이런 나쁜 성능의 무기를 들여오는 것인가요?

 

(이일우)  러시아군 포병 전력은 전쟁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이 지원한 고성능 자주포를 대량으로 운용했는데, 서방제 자주포는 30~60km에 달하는 엄청난 사거리는 물론, Shoot & Scoot 전술이라고 해서 이동하다가 정차해서 1분 안에 포탄 여러 발을 쏘고 30초 안에 이동 준비를 마친 뒤에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포탄을 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러시아군의 자주포는 그런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학살당했고, 드론이 대량으로 운용되기 시작한 2023년 하반기부터는 하루 평균 2~3개 대대 규모의 야포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소련 시절 퇴역시키고 사용하지 않던 구형 야포들을 가져다가 복원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이렇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야포들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대포라는 것은 포탄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명이 있습니다. 어떤 포탄을, 어떤 장약으로 어떻게 쏘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지만, 보통 1000~2000발 정도 쏘고 포신을 교체하지 않으면 포탄이 날아가서 터지는 것이 아니라 발사할 때 포신 안에서 터집니다. 소련 시절 마르고 닳도록 썼던 포들을 꺼내다가 쓰려고 보니까 이미 포신 수명이 다한 것들이 태반이었고, 포신 수명이 다한 것을 감수하고 가져다 쓴 포들은 곳곳에서 폭발해 많은 사상자가 났습니다.

 

매우 높은 압력으로 포탄을 발사하는 포신은 굉장히 높은 가공 정밀도가 필요한 장비이고, 특수 합금을 긴 봉처럼 뽑아낸 다음, 가공기계로 내부에 구멍을 뚫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그런데 러시아는 이 포신 가공 기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서방 세계의 제재로 이 기계 수입이 막히면서 주포 생산에 엄청난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사거리 50km가 넘는 신형 차륜형 자주포를 서방 세계 지원을 받아 한 달에 수십 문씩 뽑아내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도 여기에 대응할 장사정포가 필요했고, 그래서 북한제 자주포를 가져다 쓰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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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자주포 넘긴 북의 대안은 로켓포

 

(진행자러시아가 그만큼 포병 무기 확보가 다급한 상황이라면 북한이 러시아에 170mm 장사정포를 수출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북한은 한국을 위협할 때 가장 요긴하게 쓸 이런 장사정포를 러시아에 넘겨주면, 자신들의 전략적 능력이 더 약화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유사시 서울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무기인데, 이런 무기를 러시아에 줘도 되나요?

 

(이일우)  북한이 러시아에 170mm 장사정포를 공급했다는 것은 이제 이 장비가 퇴역 장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 자주포는 사거리 증대를 위해 화포로서의 기본적인 성능을 모두 포기한 물건이기 때문에 전술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별다른 가치가 없는 블러핑용 무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전력을 러시아로 밀어내고, 북한은 로켓포병 전력으로 그 공백을 메우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8, ”최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최전방에 배치했다“고 밝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미사일은 발사차량 1대당 4발이 탑재되는 화성-11라형인데, 기본형은 110km, 개량형은 30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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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1라 근거리탄도미사일. /출처: 조선중앙통신

 

이와 별개로 북한은 지난해 12월에도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도 도입했는데, 300mm 방사포 KN-16까지 더하면 300문이 넘는 이 같은 수량은 기존에 배치된 170mm 장사정포를 대체하기에 충분한 물량입니다.

 

이는 북한이 유사시 서울 포격에 동원되는 장사정포 전력을 명중률과 위력이 떨어지는 기존의 170mm 주체포에서 다양한 로켓 무기로 대체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발사 준비에 30분이 넘게 걸리고, 5분에 1발 겨우 쏠 수 있는 주체포와 달리 다연장로켓은 정차 후 사격준비에 10분이 채 걸리지 않고, 적게는 4발에서 많게는 22발을 1~2분 안에 모두 쏘고 사격 위치를 이탈해 안전지대로 대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수도권에 대규모 포격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국군이 막아야 하는 로켓 숫자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 피해 역시 커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 연합군은 북한이 러시아에 170mm 자주포를 넘겨준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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