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의 주간진단] 러시아 전후복구 건설에 군침 삼키는 북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대형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대형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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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얼마 전 러시아 국방상 안드레이 벨로우소프가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는 그와 만난 자리에서 향후 북-러관계 발전에 대해 여러 가지를 언급했는데, 그 중 러시아의 전후 복구 건설에 북한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메시지가 여러 차례 강조됐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러시아 전후복구 건설에 군침 삼키는 북한' 이한 주제를 갖고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자세히 이 문제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세상에는 참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북한 특수군의 러시아 전선 투입도 예측하지 못했던 일 아닙니까? 안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맞습니다. 우리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불시 공격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북한 특수군의 러시아 전쟁 참전도 미리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지난해 연말 김정은 총비서가 '적대국가론'을 선언할 때도 깜짝 놀라는 일 밖에 한 것이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좀 더 북한을 미리 내다보고 대응하는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다시 당선되면서 향후 북-미관계는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로부터 파생되는 직접적인 일로, 우크라이나 러시아전쟁이 조기에 종료된다면 러시아는 전후복구건설이란 순서에 돌입할 것입니다. 그러면 현재 러시아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은 바로 러시아전후복구 건설의 돌격대로 나설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MC: 바로 이번 러시아 국방상의 평양 방문 당시 그런 표징들이 여러 곳에서 보였는데요. 김정은 총비서와의 접견 자리에서 나눈 대화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가 오갔고, 또 북한은 어떤 입장을 취했나요?

안찬일: 네,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국방상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접견은 지난 달 29일 이루어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와 군대와 인민은 앞으로도 제국주의 패권 책동에 맞서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려는 러시아의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날로 첨예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사태 발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최근 미국이 취한 반러시아적 조치들은 분쟁을 장기화하고 전 인류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로 마땅히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아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이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에 대해 "양국 인민의 복리를 도모하고 지역 정세를 완화하며 국제적인 전략적 안정을 담보하는 힘있는 안전보장 장치로 된다"면서 "두 나라 관계를 정치, 경제, 군사를 비롯한 제반분야에서 보다 활력 있게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번 담화를 두고 "국방 분야를 비롯해 조로 두 나라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가일층 심화 발전시키고 급변하는 지역 및 국제 안보 환경에 대처해 양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는 문제들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이 진행됐다"면서 '만족한 견해일치'를 보았다고 밝혔습니다.

MC: 김정은 총비서가 우크라이나-러시아전 전후복구건설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방식으로 러시아의 전후복구 건설에 참여할까요?

안찬일: 네, 북한군은 특수군이든 일반군이든 모두 공병 수준의 건설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1만여 명의 북한군인들이 러시아 전선으로 나가 있지만 향후 휴전이 이뤄진다면 즉시 전쟁 복구건설에 그들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평양정권은 몇 개 사단을 더 증원해 군단 규모의 병력을 복구건설에 투입할 것입니다. 러시아 정부로서는 북한군처럼 값싸고 능력있는 건설집단을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군을 전쟁의 총알받이로 써서라도 외화를 벌려 했는데 다시 전쟁복구의 노동력으로 외화벌이를 할 수 있다면 모름지기 금상첨화라고 여길 것입니다. 또 북한군인들은 그동안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 건설 등에서 쌓은 노하우를 러시아라는 비교적 자원이 풍부한 현장에서 잘 써먹게 될 것입니다.

MC: 예전에도 북한은 중동지방 등에 북한 해외노동자들을 파견한 뒤 그들 임금의 상당부분을 충성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북한 당국이 가져가는 일이 있었는데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의 전후복구건설 사업에 투입되면 얼마 정도를 임금으로 받을 수 있으며, 또 북한 군인들은 러시아가 준 임금을 온전히 고향집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요?

안찬일: 현재 극동지역 건설현장에 파견되어 있는 북한 건설 노동자들의 경우 약 1000달러 규모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중 7-80퍼센트는 평양정권이 갈취하고 있지요. 그나마 몇 백 달러를 벌어도 북한 근로자들은 해외 로동을 낙으로 삼고 있습니다. 북한군은 러시아로 떠날 때 약 2000달러의 돈을 받기로 했다는데 거기에는 생명수당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후복구 건설에 생명수당은 없겠지요?

아마도 건설 노동의 임금은 전쟁수당보다 적을 수 있지만 그래도 북한 군인들은 북한으로 돌아가 다시 배고픔과 굶주림속에 사는 것보다 러시아 잔류를 적극 환영하리라고 봅니다. 건설능력도 출중합니다. 평양시 5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철근과 시멘트, 배관 등 건설자재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공기를 맞추느라 지휘관들의 불호령에 시달리던 북한군은 비교적 자재 공급이 원활한 러시아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벌은 외화를 평양 정권이 대부분 갈취할텐데 그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MC : 네, 그렇군요. 남한의 국군은 약 7-8년 동안의 베트남전 참전으로 경제기적의 시드머니, 그러니까 종잣돈을 마련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근대화의 경험도 했습니다. 만약 트럼프의 주선으로 우-러전쟁이 곧 종료된다면 북한군은 갑자기 목표를 바꾸어야 하는 곤경에 빠질텐데, 박사님께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보십니까?

안찬일: 네, 총을 내려놓고 다시 삽을 들게 될 경우 지루한 중로동이 시작되니까 북한군 20대 청년들로서는 정신적 혼돈이 분명 닥쳐올 것입니다. 거기에 러시아란 나라는 북한과 다르지 않습니까? 제아무리 지휘관들과 정치군관들이 정치조직을 통한 통제를 강화해도 눈앞에 펼쳐지는 환경 전부를 천조각으로 가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연 여기서 탈출이 감행될 것이고 그들은 대한민국을 선택하여 진정한 자유를 찾으려 할 것입니다. 평양 정권의 이른바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은 러시아 땅에서는 '거미줄로 방귀 동여매겠다'는 속담처럼 헛다리 짚기로 전락할 것 같습니다.

MC : 그동안 러시아 벌목장으로 나왔던 북한 근로자들이, 사실 북한에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통신원 역할도 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제 북한 군인들이 그 역할을 이어서 하게 된다면 북한 주민들도 외부 세계에 훨씬 더 가깝게 다가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당연한 말씀입니다. 러시아로 파견되는 북한 군인들은 전부 장마당 세대입니다. 그들에게 노동당의 말은 30%도 먹히지 않습니다.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내보내는 식이죠. 우리는 러시아 전쟁에서 그것을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동토의 땅 북한 체제의 변화! 러시아로 갔던 청년군인들이 북한 변화의 역군이 되어 주리란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MC : 네, 벌써 마칠 시간이 다 됐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